황우석 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진실성 논란은 이제 걷잡을 길이 없다. 논문의 ‘복제’ 줄기 세포 사진 중 하나가 급기야 다른 사람들이 출판한 논문의 ‘수정란’ 줄기 세포 사진과 동일한 사진임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제기된 사진 조작 여부를 넘어서서 이제는 과연 그 줄기 세포가 아예 ‘복제된’ 것 맞는가라는 근본적인 차원의 의혹조차 생겨나게 된 것이다.
또 황박사 팀의 경쟁 연구 집단인 Advanced Cell Technology 에서는 한걸음 나아가 황박사 팀의 2004년 사이언스지 논문조차 데이터 조작의 흔적이 보인다고 본격적으로 진실성 논란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Stem-cell poioneer's finding is in doubt", New Scientist, 14 December, 2005). 이미 피츠퍼그 대학의 새튼은 공식적으로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며,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던 세계적 명성의 과학자들이 황박사 줄기 세포의 DNA 검증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문제는 이제 세계적 차원에서의 뜨거운 쟁점으로 공론화되고 만 것이다.
줄기 세포 복제는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국제적 차원에서의 이슈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성공할 경우 가져올 의료 기술에서의 엄청난 변혁과 그로 인한 의료 시장의 재편이다. 이와 관련한 국가, 기업, 과학계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그 치열한 경쟁은 이미 국제 정치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을 지경이다.
둘째, 여기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의 잠재적 폭발성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이 윤리의 규제가 느슨하다고 알려진 한국과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의 태도로 인하여 연구 지원이 가로 막히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 사이의 차이가 있고, 이는 첫째의 경쟁과 연결되면서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을 낳고 있다. 환자의 맞춤형 줄기 세포 복제가 기술적 실용적인 전망을 가진다는 것을 보였던 황박사 팀의 2005년 논문은 이렇게 미묘한 국제적 상황에서 대단히 큰 중요성을 갖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 내에 줄기 세포 복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에 적극적인 사이언스 지는 그래서 이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크게 부각시키면서 줄기 세포 복제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황우석 박사는 일약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고 일각에서 노벨상 후보 운운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파장을 가져왔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지금 ‘포토샵’에 의한 조악한 사진 조작의 추문에 휩쓸리게 되었으니, 이 스캔들의 규모 또한 국제적인 것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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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 수많은 누리꾼들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사진을 비교, 같은 종류임을 밝혀냈다. © 인터넷 이미지 |
이렇게 국내외의 과학자들과 또 일본의 ‘포토샵’ 애호가들에 의해 숱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건만, 막상 당사자인 황박사 팀과 이를 감시 감독할 국내의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태울 정도로 터무니없이 안일하거나 턱없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황박사 팀은 이 숱한 의혹들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과 쟁점 회피로 오해를 부풀려 왔으며, 또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고 신속한 검증 방식이라고 국내외의 과학자들이 입을 모으는 DNA 검증을 ‘사이언스지의 체면을 돌보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한사코 회피하면서 ‘새로 똑같이 해 보이면 될 것 아닌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노골적으로 이러한 황우석 박사의 입장을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황박사의 자청으로 마지못해 자체 조사에 착수한 서울대학교는 촌각을 다투는 현 상황에서 아직도 구체적인 검증의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6개월 정도를 잡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정치가들은 ‘국익’을 생각하여 이쯤에서 논란을 덮어두자든가 아예 노골적으로 황우석 비호의 입장을 취하여 상황에 대한 무지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규명의 선차적인 주도권을 외국의 학자들과 기관에 빼앗겼을 경우 그야말로 ‘국익’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황우석 박사가 이미 대한민국의 ‘국가적 영웅’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몇 개인의 명예 실추로 끝날 일이 아니라 국민적 차원에서의 정신적 공황과 대외적인 국가 신인도 실추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인가.
이제 MBC의 최문순 사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기왕에 제작한 PD 수첩의 ‘황우석 2탄’을 방영하라. 공식적으로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의 자료 만으로도 눈덩이 같이 의혹이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많은 자료를 집적해 놓은 것이 그 ‘황우석 2탄’이다. 좋든 싫든 논문의 진실성을 놓고 국제적인 진실 게임이 본격화 된 지금, 그리고 눈앞에 명백히 드러나버린 논문 자료들의 문제들이 어떠한 사연으로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그나마 가늠해볼 수 있게 할 단서들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 그 ‘황우석 2탄’이다.
사건 해명 논의의 주도권을 놓고 촌각을 다투어야 할 시점이라는 현실을 황박사 본인은 물론 국내의 관련 기관과 제도들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보이는 지금 숱한 ‘언론 플레이’와 ‘여론 몰이’에 어리둥절해있는 사람들에게 의혹의 자초지종을 조리있게 설명하여 조속한 진실 규명의 압박에 나서도록 할 힘을 가진 것이 그 ‘황우석 2탄’이다.
애초에 그 방영이 불발되게 된 정황 자체가 지금 돌이켜보면 어이가 없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YTN의 보도 - 그 자체도 정확도가 의심되고 있으며 또 못지않은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하나로 MBC는 사과 방송과 함께 방영을 취소하였다. 저널리즘 윤리의 궁극적인 판단 기준이 항상 ‘정보의 공익성’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황우석 2탄’이 제기하려는 문제의 심각성을 비추어 볼 때 윤리 문제와 별개로 사실 자체를 제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태도였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로 방영이 불발되면서 아예 그 ‘논문 진실성 문제’ 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될 뻔 했던 부조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진실성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공론화된 지금, 바로 그 ‘진실성 문제’를 선구적으로 제기하였던 ‘황우석 2탄’의 방영을 지체할 하등의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최문순 사장과 MBC 경영진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황우석 2005년 논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현재의 상황만으로 보아도 PD 수첩의 의혹 제기는 중대한 사회적 서비스를 감당한 셈이며,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저널리즘의 쾌거로 평가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기간의 우유부단한 자세를 버리고 좀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그 프로는 중장기적으로 문화방송의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올려줄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화방송은 지난 9월에도 ‘X 파일’이라는 또 하나의 값진 자산을 손에 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한 결과 논의와 정보의 주도권을 다른 매체에 빼앗겨 버리고 그 중요성에 걸맞는 규모의 사회적 공론화에도 실패해 버려 결국 이상호 기자만 기소 당하는 등, 시작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은 바가 있다. 한 때 원칙에 철저한 명기자로서의 명성이 높았던 최문순 사장이 이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초적인 기자 정신을 다시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한마디로, 헷갈리고 어리둥절해 있는 우리들은 ‘황우석 2탄’이 궁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