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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 경쟁' 대 '창의적 지식경제'
[홍기빈 칼럼] 신자유주의 사회조직원리 벗어던져야
 
홍기빈
탈산업사회니 지식경제니 하는 말들이 나온 지도 이미 반세기가 가까워 온다. 요컨대 제조업이나 '굴뚝공장'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서비스산업이나 문화산업, 지식산업 등이 주요한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유수 대기업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나, 대통령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정부 출연기관 연구보고서에서도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이 한국 경제의 유일한 활로라고 권유하는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짧은 지면이니 이런 판단 자체에 대한 시비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여기서는 과연 모든 개인에게 '경쟁력'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사회조직 원리가 이러한 지식기반 경제와 어울릴 수 있는가 하는 질문만을 생각해 보자.

지식기반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의 열쇠는 '창의성'이다. 인간의 '욕구'를 어느만큼이나 채워주고 또 창출해 주느냐의 관건은 이제 물질적 재화 자체가 아니라 그 욕구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또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충족 방법과 새로운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그 어떤 기계도 슈퍼컴퓨터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는 없다. 결국 지식기반 경제의 핵심 요소는 인간 자신이라는 점은 피터 드러커 같은 이들이 누누이 말한 바이다.

경쟁은 과연 이렇게 '창의적'인 인간들을 창조하는 시스템일까. 경쟁 나름이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처럼 '저렇게 뛰어난 시인이 있다니. 나는 무용(武勇)으로써 나의 뛰어남을 입증하리라'하는 식의 경쟁이라면 다양한 창의성을 가진 인간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사회조직의 경쟁은 사뭇 다르다. 그것은 스톡옵션을 주고 모셔올 사람부터 월 50만원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사람까지, 1등에서 꼴등까지 사람들을 죽 줄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야말로 어느 대기업의 금언처럼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경쟁은 획일화를 부르기 마련이며,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인간들도 창의성 제로가 되기 십상이다. 줄세우기란 반드시 점수 매기기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만 봐도, 윌리엄 블레이크 시의 신비주의에 매료되는 이에서 외국인들과의 칵테일파티에서 활발한 대화를 즐기거나 화끈한 랩음악 만들기에 흥미를 갖는 이까지 사람들의 관심영역은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이들을 '토익 900'이니 '토플 650'이니 하는 숫자에다 우겨넣게 되면 꼭 그 이름 닮은 캡슐약처럼 획일화된 알갱이들만 나오게 된다. 대학 4년 내내, 아니 초등학교이래 한평생을 영어와 함께 지낸 우리 20대이건만 그 가운데 영국 영지주의 전통의 상상력에 대해서, 또는 투팍의 파괴적 상상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우리들 모두는 경쟁과 경쟁의 나날을 거쳐 스스로의 '경쟁력'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우리 모두는 또한 점점 더 '창의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도 없다고 한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만약 21세기 인류 문명의 존재 조건이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창의성'이라고 한다면, 인간을 경마장의 말이나 투계장의 닭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보는 이 신자유주의의 '경쟁' 패러다임은 이제 시대의 퇴물이 되어버렸다고. 그래서 어떤 사회가 미래로의 전환을 원한다면 제일 먼저 벗어던져야 하는 것도 바로 신자유주의적 사회조직 원리라고.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사입력: 2006/04/17 [18:0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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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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