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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이 없는 ‘2030’, 너희가 진보담론을 아느냐?
[도끼빗의 갈라치기] 진보담론은 사회경제적 쟁점과 산업현황 천착에서
 
도끼빗   기사입력  2006/08/31 [11:34]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비전 2030'은 터무니없이 큰 주제라 자세한 논의를 할 수는 없지만, 아이디어의 핵심 중 하나는 다음이다. 진보담론은 사회경제적 쟁점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그 기준은 산업 발전의 현황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어떠한 가능성과 가능성의 한계가 존재하는가이다.
 
"사회주의"socialisme는 1827년 프랑스의 생시몽주의자들의 문헌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이 말은 근원에 있어서 공산주의나 심지어 민주주의와도 필연적인 관계가 없었다. 오웬, 생시몽, 푸리에 이 들의 공통적인 문제 의식은, "산업 혁명이라는 엄청난 도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의 형상이 유지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는 사회의 재조직을 이루어 낼 것인가"였다.
 
이러한 "사회주의"적 문제 의식만이 진보 담론의 내용은 아니다. 아나키즘이나 공산주의의 전통에서는 인간과 우주와의 근본적인 화해와 같은 영성적 문제라든가 급진적인 평등의 실현과 같은 좀 더 오래된 전통적 주제들이 담겨있고 그 자체로서 고민하고 담아야 할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 좁은 의미의 사회주의적 문제 의식과 결합되지 못한다면, 이는 기껏해야 자유주의 좌파이든가 혁명적 이상주의를 넘지 못하고, 대중 투쟁을 일으킬 수 있는 현실적 사회적 대안으로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90년대를 통과하며 생겨난 소위 "진보담론"이라는 것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사회경제적 내용이 빈곤하고, 산업의 현황에 대한 연구와 천착은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적 문제 의식을 오히려 대단히 등한시 했던 이들이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를 외치던 "생산력주의"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공산주의 = 사회주의 + 전력"이라는 무식한 도식으로 자본주의의 테일러주의 포드주의를 그대로 가져다가 전 사회에 실현시키는 악몽을 만들기도 하고, 또 자본 측 지배 계급의 "생산합리화"를 그대로 지지하는 수동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영국의 G.D.H. Cole이나 스웨덴의 Wigforss 같은 "기능적 사회주의자"들이 오히려 산업의 현황을 천착하고 거기에서 노동자들의 자유와 복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현현하려는 현실주의적 모범을 보여준 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2030 어쩌고를 발표하였다. 그들은 이것이야말로 "진보"의 청사진이라고 믿을 것이다. 답답한 일은, "진보 세력"이 그것을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의 현재 상태의 연구에 기반하여 대안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청사진 만드는 작업을 그간 방기하고 있었다는 점이리라. 진보담론은 사회 경제적 문제, 그것도 구체적인 산업 현황에 대한 천착에서 시작해야 한다.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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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31 [11: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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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2006/08/31 [23:40] 수정 | 삭제
  • 깊은 생각님의 글도 너무 좋네요..

    정치인들이 수사를 늘어놓으며, 정작 중요한 '어떻게..'라는 알맹이는 쏙빠진채 뭔가 그럴듯한 프로젝트라도 있는것처럼 호도하는게 참 한심합니다.

    이게 정치전략만 난무하는 무능한 현 정치인들의 한계가 아닌가 싶네요..
    한심하고 씁쓸한.

    p.s> 노무현이 대선에서 주장했던 경제성장률은 7%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이회창이 6%로를 내걸자, 뭔가 더 그럴듯하게 말해야 할꺼같아서 7%를 내걸었다며,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었던 국민들에게, 결국 제 입으로 제 발등찍은걸 고백한자가 노무현이라는 사람입니다.

    2030??? 쟤네들이 웃기고 자빠지는 소리하고 있습니다.. 또.
  • 깊은생각 2006/08/31 [16:38] 수정 | 삭제
  • 예상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이름하여 비전 2030. 이 '전집'은 '국민전선론'의 마지막 '판본'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도 심하게 민주노동당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이겠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 하면, 간단히,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또는 표를 얻는데 '만병통치'라는 생각을 아직도 청와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든지. 요컨대 2002년 대통령 선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선거공학'으로서 어쨋든 '말'만 잘 만들어 써먹으면 된다는 그런 기억.

    하지만 국민들이 몸으로 기억하는 것 때문에 어렵겠죠. 가령 분양원가 공개 같은 것. 공공병원 병상 늘린다는 공약. 지디피 6% 교육재정 확보 공약. 등등 모두 '반대 방향으로' 날려 버렸는데 국민들은 이제 '반수구민주대연합' 같은 것에 식상했죠. 그냥 '분양원가 공개' 약속이나 지켜 이런 생각이 강해져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민주가 밥먹여 주냐 이런 심정이 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비전 2030' 같은 것을 내미는 배짱이라니! 대단합니다.

    앞에서 '국민전선론'의 마지막 '판본'이 '비전 2030'이라 했는데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좌파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판본'으로 말입니다! 한나라당의 미래를 아주 그나마 좋게 말해서 '우파 신자유주의'라고 한다면 확실히 '양대산맥론'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요컨대 '좌파 신자유주의'는 '우파신 자유주의'와 '당내 노선투쟁'을 벌이는게 맞습니다. 그러하다면 '비전2030'은 따로 떨어져 있던 '양대산맥'이 서로 만나서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정리하면, 참여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란 '선거때 좌파정책 선전'써먹고 선거후 '신자유주의 정책' 실행하고 이런 의미가 되겠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좌파정책이란 별로 거창할 것도 없이 세금을 좀 더 걷어서 교육과 의료에 더 쓴다는 이런 수준입니다. 더 안 걷어도 김대중정부에서 한 것처럼 군사비 줄이고 교육비 늘리면 되죠. 사실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를 떠나서 그것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도 아주 중요합니다. 따지고 보면, 간단히, '별것도 없는' 수준인데, 또 정말 이상한 것은, 국회의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그거 '실현가능성 있나' 이것이거든요. 근데 선거때가 다가오면 열린우리당과 소위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동일한 얘기를 갖다가 써먹거든요! '그거 실현 가능성 있어'라고 선거때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을 비판했는데, 바로 그런 내용들을 가져다 또 쓴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죠. 요컨데 앵무새처럼 '감세와 균형재정' 이런 말을 하다가도 선거때면 어느틈에 '노인복지 확충' 이런 것 내걸면서 잘 따져보면 엄청난 '예산'과 '재정'이 필요한 공약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치권의 그런 '행태'가 표를 얻는데 여전히 '유효'하다는데 있죠.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당'을 위해서 '2030'을 마련했다는 말이 나올수 밖에요. 분명 대선용입니다. 물론 '열린우리당'에서 그나마 '안티조선류'의 '정치감각'조차 상실하고 사실상 '조중동류'의 정치감각을 '살 길'로 여기는 사람들이야 '그 많은 세금'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득하려고 이러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발표가 늦어지고 있었다지만 뭐 바다이야기 하나 덮을려고 '2030이야기' 하나 내민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정치 선전'과 '이미지 조작' 그리고 선거때만 '풍성하고 요란한' 왼쪽의 공약을 내밀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조건반사 학습'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 하고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비판적 지지론'의 후신인 '반수구민주대연합론'이 먹히지 않으니, 더 '왼쪽'처럼 보이는 정책을 베껴쓰는 것으로 나아간 것이죠.

    그리하여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에서도 아주 '철저'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와서 분명해진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정치적 '쟁점'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말되는' 얘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의 일관성' 같은 것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보다, '말이'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면 그만이라는 이런 통배짱 또는 '정치적 감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청와대에서 '설치한 청와대 언론' 청와대 브리핑이 활약을 하는데, 그곳의 '선수'가 전 교육부총리 김병준님 같은, '정서'적 바탕의 측면에서 대통령과 완전히 '동질'인 분들이었죠. 또는 완전히 '코드일치' 하는 인사들이죠.

    여기서 '문학적 수사의 정치'가 나오는데, '2006년을 교육양극화 해소의 원년으로!' 이것은 전 교육부총리 김진표님의 것이지요.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 이것도 전 교육부총리 김병준님의 '버전'으로 대통령의 칭찬을 들었다는 '수사'입니다. 또 여러명의 멋진 수사가 있는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느 정부보다 안정돼 있다' 이것은 전 국무총리 이해찬님의 것이었고. 또 '우리 대통령은 너무 겸손하셔서 잘한 일을 잘했다고 자랑하실줄 모르세요' 이것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조기숙님의 표현. 이런 문학적 '수사'가 통한다고 여겨서인지. 구체적 '정책'을 말할 자리에서 '수사'가 남발되고 결과는 가령, 기가 막혀도 한참 기가 막힌, 판교 분양가 결정 같은 것입니다. '버블세블론, 버블 곧 터져' 이렇게 말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곧 터질' 버블가격을 분양가로 결정하는 것인지. 바로 이런 것.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이것이 '생존기술'일 수도 있죠. 전자가 무주택자에게 호소하면서 '지방선거' 표를 노렸었다면 이미 '지방선거' 끝난 마당이니 유주택자에게 '호소'하는 생존기술로서 또 '로또' 수준의 대박을 판교에서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참여정부 캐릭터의 '말'은 이렇듯 '문학적 수사'와 '정치적 효과'를 감안하여 이루어집니다. 일관성 같은 것은 거추장 스럽고 실제 정책은 어떻든지 아무 상관 없고 이런 식이지요. 요컨대 수사는 '반미 좀 하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지만 실제 추진되는 정책의 의미함축은 '미국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자주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이죠.

    요컨데 '말'의 정치적 선전적 효과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것의 '정책적 실효성' 같은 것은 관심이 없었다는. 그리하여 '진자의 추'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 왼쪽으로 '극단적으로' 휘젖고 다니는 것이 참여정부의 '캐릭터' 되겠습니다. 재경부장관때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금리인하 경기부양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취한 전 김진표 교육부 장관님께서 '멘토링'과 '자원학교' 방식으로 '교육양극화 극복'의 깃발을 내걸고 앞장섰던 것 생각해 보면! 이 모습은 대통령의 모습과 정확히 겹치지요!

    양극화를 심각한 문제로서 제시하고 양극화 극복을 연초 기자회견에서 제기 하시더니, 그 방책으로 '한미 에프티에이'의 '묻지마' 추진을 제시하시고, 이제는 종합적 버전으로 '2030'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니라 그런 모습이 '참여정부' 캐릭터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앞뒤 안맞는 말을 하지만 그 빠르디 빠른 '수사'의 정치적 감각으로 어쨋든 '생존'하고 '성장'하며 고속으로 '상승'해가야 하는 그런 캐릭터 말입니다. 말의 '앞뒤' 같은 것은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캐릭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참여정부 '캐릭터' 의 '전략'임을 인정해야 하죠.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하여 화낼 이유가 없습니다. 언제 '2030'같은 것 내 팽개치고 다른데로 줄달음질치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단지 몇가지 '확인'해 둘 것은 확인해야 하겠죠. 어느것이 '민주노동당판본' 한국의 미래 청사진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문제의 핵심은 그것의 '실현'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하여 설득력있는 담론을 마련하는 것인만큼, 바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직면하게 될 질문 '어떻게 실현이 가능하지요?' 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것을 사람들은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죠. 정책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현실'이라는 교과서를 엄청난 공력을 들여 읽어야 가능하죠. '뾰족한 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한참 부족합니다. 쓸데 없는 엔엘피디 사민사회주의 논쟁보다, 차라리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쟁을 하는게 낫습니다. 하지만 여전히'추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면 '비전2030'에 또 당할 수 있죠. 이런게 문제입니다.

    요컨데 '원본'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며 특히나 '경제'와 '산업' 정책에 관한한 너무 부족합니다. 나라가 재정경제금융관료들에 의해 '절단'나는 상황속에서 별로 '움직임'이 없다는 것 이런 것이 보강해야할 측면입니다.

    그리하여 '민주노동당 판본'이 '원본'으로, 2030이 '복사본'으로 확실히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갈 수 있을때 '실현'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그거 실현 가능성 있어?' 라는 질문이 선거때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되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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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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