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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한국의 선택은?
[홍기빈 칼럼] 한미FTA와 미국 재편, 국제질서 변동과 맞물려 있다
 
홍기빈
밤새 돈독이 오른 채 내기당구를 쳐본 적이 있는지. 피 말리는 일승일패의 드라마가 밤새도록 펼쳐지지만 결국 돈을 따는 것은 항상 ‘당구장 아저씨’라는 씁쓸한 진리를 게임비를 지급하는 순간 깨닫게 된다. 9.11 동시테러 이후 지난 5년간 신문, 방송에서 쏟아진 전쟁 뉴스들을 사건 ‘중계방송’식으로만 보면 지구 정치경제 전체의 ‘구조변화’는 놓치게 될 위험이 크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될 무렵 유행했던 두 가지 주장을 보자.
 
첫째,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석유를 확보해 원유 공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최근 급락하기는 했으나 지난 몇년간 불안정한 가운데 끝없이 상승하는 추세였다. 둘째, 어떤 이들은 사담 후세인이 원유 결제화폐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려들자, 미국이 달러의 지위 불안을 걱정했던 것이 전쟁의 주요한 이유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전쟁 전부터 부시 정권은 달러 가치의 하락을 방조하는 정책을 공표했고, 현재까지도 달러의 신뢰도가 사상 최악이 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다자협상 대신 양자협상 미국 일극체제는 와해, 격량속 한반도 갈 길은…
 
지난 5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은 1973년의 오일쇼크 및 킹스턴 변동환율체제 출현과 마찬가지로, 석유와 국제통화 공급이라는 두 개의 기둥을 불안정하게 흔들어버렸다. 무엇보다도 무역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다자간투자협정(MAI) 구상에 실려 있었던 다자주의적, 개방적 지구경제의 이상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미국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레이저 유도폭탄’처럼 사용하여, 요르단·모로코·한국과 같은 요충지의 나라들을 ‘점령’하는 지정학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유와 각종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으로 구상무역과 같은 지역내 무역 협정들이 생겨나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구도가 크게 변했다. 미국을 정점으로 유럽의 협조, 중국과 러시아의 암묵적 동의 하에 작동하던 클린턴 시대의 단일 세계 질서­ - 섣부른 이들은 “제국”이 출현하였다고까지 하였다 - ­는 사라졌다. 미국은 중동의 근본적인 재구조화를 넘어 중앙아시아로 진출했다. 이를 다시 파키스탄, 인도 등의 친미 국가들까지 연결해 유라시아 전체를 경략할 발판으로 삼는다는 소위 ‘대 중앙아시아 계획’을 추진했다.
 
이에 대응하여 지난 8월 러시아를 위시한 옛 소련의 6개 공화국의 정상들이 모여 관세 동맹을 목표로 한 경제공동체(EEC)와 집단안보협정조직(CSTO)을 조직하고 이 둘을 연계시키기로 하는 등 특히 에너지와 원료 등을 놓고서 강대 세력들 간에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지배세력의 일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와 맺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군사안보차원의 협력까지 포함하는 “깊은 통합”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케인즈주의적 코포라티즘 체제의 붕괴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로 귀결됐던 70년대의 진행과정과 똑같이 반복되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산업구조의 변동만 보자. ‘굴뚝 공장’ 포디즘 산업체제였던 70년대에 세계경제에 통화와 석유 공급의 불안정은 엄청난 ‘공포 요인’이 되어, 두 번에 걸친 극적인 유가 상승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이 세계경제에 끼친 충격은 그렇게 극적이지 않았다. 최근엔 유가의 대폭 하락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십년간 중심부 국가들이 ‘탈산업화’로의 산업구조 변화를 꾀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만하다. 70년대 유가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일본 자본주의는 지난 6년간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의 대외 흑자를 기록하는 체질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의 지구정치경제 구조변동에서 70년대 초처럼 최후의 ‘당구장 아저씨’가 미국이 될 것인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미국/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공급 체제의 미래가 몇 개의 다원적 질서로 흩어지면서, 극도의 불안정과 크고 작은 파국이 일어날 가능성은 항존한다. 이 구조 변화의 시기에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문제를 오로지 미국과의 관계 강화로 풀어가는 우리 지배층의 ‘상식’에 재고를 요청해야 할 때다.
 
지금 추진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어귀를 놓고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숨막히게 부닥치는 최전선으로 우리를 몰아넣는 실로 위험부담이 극심한 선택이다. 이것을 위정자들은 알고 있을까. 혹시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일까.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사입력: 2006/10/11 [17:1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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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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