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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진보신당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초점] 한국사회의 특수성 고려, 선거는 '정상' 사회 건설의 시작이어야
 
이태경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 지사 후보가 사퇴한 이후 진보신당 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녀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험악한 말들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심상정을 비판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87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비판적 지지’가 형태를 달리하여 아직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진보신당 당원들이 분기탱천하는 것도 당연하다. 

진보신당의 열혈 당원들이 심상정에게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심상정이 후보사퇴를 선언하면서 지지를 선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범위를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노당으로 넓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보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서 연유할 것이다. 유시민과 김문수, 국참당과 한나라당이 어떻게 별로 차이가 없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수용여부, 자본의 지배에 대한 해석과 대응, 노동에 대한 태도 등의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진보신당 진성당원들의 눈에 양자의 차이는 없거나 무의미할 정도로 작다. 

경제결정론의 입장에서 보면 위에서 열거한 요소들이 한 사회의 최종심급에 해당할 것이므로 진보신당 당원들의 평가가 부당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상봉 교수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고 적들의 정체는 자본과 재벌과 삼성과 이건희라고 말한 것도,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이 미래를 책임질 정당이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같은 자유주의 정부들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양극화-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가 심화되고 삼성의 지배력이 강화된 경험이 이런 주장을 강력히 증거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한국사회의 발전경로, 한국사회가 처한 구체성과 특수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족하다. 한국사회는 식민통치, 외세에 의한 해방과 분단, 전쟁, 군사독재, 압축적․폭력적 산업화, 민주화를 1세기 만에 경험한 매우 독특한 사회이다. 이 말은 서구 유럽과 피식민지 경험이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이 겪은 역사적 경험들이 한국사회 안에 온축(蘊蓄)돼 있다는 뜻이다. 한국사회는 여기에 분단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더해진다. 워낙 짧은 기간 안에 아시아적 전제군주제 사회에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한 데다 그 이행과정이 질곡으로 점철돼 있었기에 한국사회 안에는 식민, 분단, 반민주 등의 적폐가 여전히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물론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자본과 노동 간의 문제도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식민, 분단, 반민주, 자본 같은 요소들이 한국사회 안에 착종(錯綜)돼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모순 및 한국사회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자본/노동 간의 모순 혹은 대립이 현재 한국사회와 구성원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자본의 지배 혹은 자본의 지배가 세계적 규모로 관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를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주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같은 분석이 옳은 것일까?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업신여기는 mb와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패악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와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직면한 모순의 핵심이 자본/노동 간의 모순 혹은 자본의 지배인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직면한 고통의 실체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자에게는 부활전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불로소득 추구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며 특권과 반칙, 패거리주의와 학벌주의, 사익추구행위 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한국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의 삶을 옭죄는 자녀교육, 부동산(주거), 취업, 실직, 미약한 사회안전망 등을 생각해 보면 위의 분석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합리성/비합리성, 정상/비정상, 공정/불공정, 상식/몰상식, 주술/이성의 대립항 구조로 짜여 있음을 의미한다. mb, 한나라당, 삼성(이건희), 검찰, 조중동, 주류 기독교, 영남패권주의를 관통하는 코드가 바로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이다. 이들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위에서 열거한 수단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동원한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나 이건희에 대한 사법처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같은 굵직한 사건들의 배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일상도 이들의 지배영역에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이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 등에 의해 침윤되도록 적극 유도한다. 비합리성,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주술(呪術) 등이 내면화된 사람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다루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구체성과 특수성에 주목할수록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합리성, 정상성, 공정함, 상식, 이성 같은 가치들의 회복 및 이의 제도화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실 이런 가치들은 근대성(modernity) 또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적 가치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한국사회는 아직 근대 이전,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이며, 근대성의 복원 및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발전을 경험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역사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역사에는 비월(飛越)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이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 공공성, 소수자 보호, 생태, 보편적 복지 등의 가치들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사회와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그런 가치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나 병들어 있다. 따라서 지금은 합리성, 상식, 정상성, 공정성, 이성 등의 가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사회를 정상사회로, 합리성과 상식과 공정함이 지배적인 원리로 작동하는 사회로 만들지 않는 한 진보신당이 꾸는 꿈은 한낱 몽상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노회찬, 심상정 그리고 진보신당은 6.2지방선거가 끝난 후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심상정의 사퇴와 노회찬의 완주는 분명 명암이 있는 선택이었다. 심상정의 사퇴를 상찬하거나 노회찬의 완주를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에서 진보신당이 처한 기반의 협애함을 보여준다. 어쨌건 선거는 끝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의 미래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기본모순 및 그 해법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이들의 불행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큰 손실이다. 심상정과 노회찬,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한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6/04 [19: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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