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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종부세 대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논단] 종부세 형해화는 부동산 대란으로 가는 지름길
 
이태경
마침내 MB정부가 종부세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전부를 뽑고 말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종부세율을 기존 1~3%에서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며 고령자에게는 세금을 10∼30% 경감해주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사업용 토지에 부과되는 종부세의 감면 대상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대책으로 종부세는 사실상 형해화되고 말았다. 만약 헌재에서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에 대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면 종부세는 깨끗히 사라지는 셈인데 정부와 여당이 이번 종부세법 개편안에 세대별 합산 과세방식을 인별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연말에 있을 헌재의 결정에 대해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금인가?
 
당장 주택분 종부세 부과기준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되면 과세대상의 약 60%(2007년도 주택분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가까이가 면세된다. 게다가 9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자들도 세율이 대폭 낮아지고 세부담 상한선이 300%에서 150%로 줄어드는데다 과표적용률도 80%로 동결돼 납부액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게 든다.

기실 당‧정‧청의 종부세 죽이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21부동산 활성화대책 및 9.1세제개편안에도 종부세를 약화시키는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주택건설업자 취득 토지 종부세 비과세, 시행사가 소유한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 시공사가 대물변제로 받은 미분양 주택 5년간 비과세, 종부세 과표적용율 인상속도 조정(80% 동결), 2010년부터 종부세의 부가세(surtax)인 농어촌특별세 폐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서서히 종부세의 약화를 도모하던 당.정.청이 종부세의 근간을 무너뜨리려고 나선 것이 이번 종부세 개편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종부세는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 말하는 것처럼 세금폭탄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금이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금인가? 아니다. 아니다. 세번 아니다.
 
먼저 세금폭탄이라는 오해에 대해. 종부세(주택분)는 대한민국 전체 세대 가운데 불과 2%의 부동산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며 실효세율도 6억원(공시가격 기준)이 0.26%, 7억원이 0.34%, 8억원이 0.40%, 9억원이 0.45%, 10억원이 0.52%에 불과하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25억 원이 돼야 실효세율이 1%가 된다.
 
대한민국의 보유세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나 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분명해 진다. 200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대한민국이 0.8%인데 반해 미국은 3.1%, 영국은 3.3% 정도였다. 한편 2006년 기준으로 조세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한민국은 3.8%인데 비해 미국은 12%, 영국도 9%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다음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살펴보자. 종부세(보유세)는 보유비용 효과 또는 자본화 효과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로 2007년 종부세 과세 대상자 가운데 1만 5,421가구가 제외된 것은 종부세의 투기수요 억제 효과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종부세는 국토 균형발전과 취약 지역의 복지․교육을 위한 재정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례로 전라북도의 경우, 2007년도 분(分) 종부세를 소관 시군별로 약 100억 원씩 배정받아 총 1,564억 원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전라북도 전체 자체수입의 1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공급확대와 세제후퇴는 같은 맥락의 정책 패키지로 봐야
 
그럼 저처럼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종부세를 당‧정‧청이 하나가 되어 없애려고 혈안이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로 상징되는 세제 완화는 주택공급확대정책과 하나의 정책패키지로 보는 것이 옳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택공급은 누군가가 주택을 매수해줘야 한시적으로라도 유지될 수 있는데 중산층과 서민들의 구매력이 바닥난 지금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있는 계층은 고소득자 및 자산가들뿐이다. 종부세 형해화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제후퇴는 바로 이들이 신규 주택을 매수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공급확대정책과 세제완화정책은 동일한 맥락의 정책 꾸러미라고 보는 것이 적확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대규모 건설사업의 추진과 세제완화를 통해 핵심적 지지층의 결속을 도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MB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옵션은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것과 핵심지지층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있을 터인데 일련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MB가 후자를 택한 성 싶다.
 
MB임기 안에 부동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월가를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은 금융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생금융상품 그 중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화 때문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배후에는 부동산 버블의 팽창과 붕괴가 도사리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임정권의 선제적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로 인해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붕괴로부터 한발짝 벗어난 상태다.

문제는 MB정부가 전 세계적 부동산 버블의 팽창과 붕괴가 야기하고 있는 가공할 결과를 목도하면서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찌 감히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앞에는 두 개의 길이 놓여있다. 쏟아지는 공급물량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 하나이고, 대내외적 경제조건과 거시적 경제지표들이 호전돼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다른 하나다. 두 개의 길 가운데 어떤 것이건 국민경제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위험이 가시화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MB의 임기는 아직 4년도 넘게 남아있다. MB는 부동산 투기의 특효약이라 할 수 있는 종부세를 사실상 없앰으로써 부동산 대란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8/09/22 [19:0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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