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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는 미래 세대의 피를 빠는 것
[류상태의 문화산책] 주택은 세대 당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자
 
류상태   기사입력  2020/11/15 [11:27]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덩달아 전세가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외곽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경기도 전역으로 부동산투기가 점점 확산되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전문 투기꾼이 한바탕 휘젓고 놀아난 장마당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 정도 되면 재난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기도 하다.

 

투기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건실한 사람 중에도 집값이 저절로 올라 앉아서 돈을 번 사람들이 꽤 있을게다. 하지만 그저 운이 좋아 재산이 불었을 뿐이지 그 돈이 결과적으로 미래 세대를 피와 땀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자. 집값이 2억이었을 때 10년 일하면 살 수 있었던 집이 3억으로 오르면 15년 일해야 살 수 있다. 그 집이 4억으로 오르면 20년을 일해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서울의 집값은 몇 년 전에 비해 배 이상 오른 곳이 많다. 집 없는 젊은이들이 10년 20년 준비한 돈으로 계획했던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도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누가 이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갔는가? 누가 그들이 땀 흘려 번 돈을 푼돈으로 만들어 버렸는가? 일차적으로는 부동산투기꾼들이지만, 덩달아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의 피를 빨아 생긴 이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구에는 ‘질량불변의 법칙’이 작용한다. 자동차 한 대를 폐차하면 차는 없어지지만, 단지 다른 원소나 물체로 분해되었다가 또 다른 물체를 형성하는데 쓰였을 뿐이지, 그 차가 차지하고 있던 전체 질량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2억이었던 집값이 3억으로 올라서 1억을 벌게 된 사람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돈을 번 것이 아니라, 10년 준비한 사람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고 5년을 더 땀 흘리게 만든 대가로 얻은 것이다. 돈 번 사람 따로, 땀 흘리는 사람 따로지만, 공짜로 얻은 건 아니다. 집값이 올라서 발생하는 수익은 이렇게 집 없는 누군가가 대신 흘린 피와 땀으로 발생되는 것이다.

 

나는 부동산이나 경제문제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 사회의 불공정이 불편하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했던 부동산 안정을 위한 두 가지 제안을 우리 사회에 내놓고 싶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내가 ‘부동산투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투기’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투자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에 써야하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자’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쓰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은, 구체적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집 없는 젊은이들의 꿈과 재산을 빼앗는 행위이기에 투자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반사회적인 투기행위를 근절하고 집 없는 미래세대의 삶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근본적이고 강력한 부동산대책, 특히 주택문제에 대한 대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제안은 일차적으로 문재인정부에 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공하기를 바란다. 내가 과격하다는 비난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다. 동시에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모든 기관과 정당들에게도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건실한 소시민들과 미래 세대가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한다.

 

첫째, 주택은 세대 당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자.

 

이 법이 제정된다면 부동산투기를 극도로 제한할 수 있다. 5명의 식구가 사는 가족의 경우, 부부가 법적으로 위장이혼을 하고 자식들을 따로따로 세대분리를 시켜도, 그러니까 아무리 장난을 쳐도, 결국 5채 이상은 소유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법망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투기꾼을 제어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우선 미성년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건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투기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리고 주택보유세를 OECD 국가 평균치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전국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하위 40% 이하의 주택 보유자에게는 보유세를 아예 면제해주고, 40~60%에 해당하는 주택보유자에게는 지금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며, 상위 40%에 해당하는 주택 보유자에게는 단계별로 누진보유세를 가파르게 적용하여 보유세 총액이 OECD 국가 평균치에 도달하도록 하자.

 

둘째, 주택의 임대는 공공기관만 할 수 있도록 하자.

 

주택의 임대사업은 수익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속기관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전세와 월세를 당장 공공기관에 귀속시킬 수는 없다. 자금문제도 있고 법적인 문제도 있으니 단계별로 할 수밖에 없다.

 

먼저 국회에서 ‘초과주택환수법’을 마련하고, 법제정이 되면, 5~10년의 기간을 두어 세대당 한 채 이상의 초과주택과 전세 월세주택을 공공기관이 차례로 사들이면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지출문제는 OECD 국가 평균치로 끌어올린 보유세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OECD 국가 평균치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집이 한 채 밖에 없지만 사정상 세를 놓고 다른 곳에 세를 얻어 살아야 할 사정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그 사람이 소유한 집을 공공기관에 의뢰하여 임대수입금을 받아 다른 곳에 얻은 세집의 임대료로 내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환수한 전세와 월세 물건은 저렴한 임대료만 받고 서민들에게 다시 임대해주면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는 크게 안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실현하려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거부감, 특히 투기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들먹일 것이며 빨갱이들의 생각이라고 몰아부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류의 저항을 극복하고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해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지켜보겠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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