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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가 '분노의 세금'?…진짜 분노는 바로 당신들!
[논단] 전여옥 의원 '분노의 세금론'은 종부세 매도 행위, 이념논쟁 삼가야
 
이태경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세금의 정신을 훼손하는 종부세'라는 제목의 글을 써 종부세를 비판한 모양이다. 전 의원은 이 칼럼에서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정권에서 재산세가 있는데도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린다면서 만든 분노의 세금"이고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있으며 "(종부세는) 선동으로 특정 계급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만들어진 세금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 의원은 "종부세 폐지가 1%니 2%니 하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자만을 위하고 서민에게 고통을 주느냐"면서 "언제까지 계급 논리에 함몰돼 획일적 평등주의로 여론 몰이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전 의원은 "종부세를 오로지 이념 논쟁, 정치적 싸움으로 몰고 가는 선동과 포퓰리즘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이 종부세를 "특정계급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만들어진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건 전 의원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전 의원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을 공표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혹여 전 의원의 글을 읽고 종부세를 오해할 분들이 계실까 싶어 짧게 종부세를 변호하고자 한다.
 
종부세는 분노의 세금이 아닌 정의의 세금
 
전 의원은 종부세를 "특정계급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만들어진 세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실 종부세는 태어날 때부터 '징벌적 과세' 혹은 '강남죽이기'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과세 대상이 고가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 위주이다 보니 이런 오해를 산 것이다.
 
▲ 전여옥 의원은 지난2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고 "종부세는 노무현 정권에서 재산세가 있는데도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린     ©대자보

종부세를 설계한 참여정부는 보유세 현실화라는 오래된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먼저 고가부동산 소유자를 과세대상자로 정해 보유세 제도를 정착시킨 후 차츰 종부세 과세 대상 이외의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도 보유세 부담을 늘리려고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의 경우 2009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0.89%로 올리고 종부세 과세대상 이외의 자들의 경우 2017년까지 0.61%로 보유세를 높이려고 계획한 것이다. 조세저항 혹은 조세마찰을 우려해 종부세 과세대상을 지나치게 한정한 것은 참여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유세의 제도화라는 긴절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생각한다면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전 의원이 속한 한나라당에 의해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종부세지만 이 세금이 길지 않은 세월동안 한 일은 자못 놀랍다. 먼저 종부세(보유세)는 보유비용 효과 또는 자본화 효과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로 2007년 종부세 과세 대상자 가운데 1만 5,421가구가 제외된 것은 종부세의 투기수요 억제 효과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기실 2007년 이후부터 안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종부세와 부동산 담보대출 관리의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정당한 평가일 것이다.
 
또한 종부세는 국토 균형발전과 취약 지역의 복지․교육을 위한 재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일례로 전라북도의 경우, 2007년도 분(分) 종부세를 소관 시군별로 약 100억 원씩 배정받아 총 1,564억 원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전라북도 전체 자체수입의 16%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중앙정부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버블세븐 지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낙후된 지역에 교부금으로 나눠주는 것이 바로 전여옥 의원이 소리 높여 외치는 조세정의의 구체적 실천이고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종부세는 숱한 저주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투기적 가수요 억제 및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라는 자신의 역할을 꿋꿋하게 해왔다. 이런 종부세를 두고 특정계급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만들어진 세금이라고 폄하하는 것이 온당한 태도인지 전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전 의원이 종부세를 제대로 비판하려 했다면 종부세의 설계상의 난점을 지적하면서 종부세를 보유세의 본령에 부합하도록 토지보유세 위주로 바꾸고 지가가 아닌 지대를 과표로 삼고 과세기준을 대폭 낮추고 누진세가 아닌 비례세 위주로 가자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종부세가 지닌 설계상의 몇몇 난점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종부세를 "세금의 정신을 훼손한 세금"으로 매도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정계급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는 실망스런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념논쟁 혹은 포퓰리즘을 즐기는 건 MB정부
 
한편 전 의원은 "종부세 폐지가 1%니 2%니 하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부자만을 위하고 서민에게 고통을 주느냐"고 묻고 있는데 그걸 몰라서 묻는지 모르겠다. 종부세가 정부와 한나라당의 안대로 통과되면 3년간 2조 2천 3백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은 수면아래로 들어갔지만 정부에서 종부세 감세로 인한 세수결손분을 재산세 인상으로 보전하겠다는 발표를 했던 사실을 전 의원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설사 정부가 재산세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줄어든 종부세를 보전할 다른 명목의 목적세를 신설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고스란히 중산층과 서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더 염려되는 것은 투기 억제 및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핵심 장치라 할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함으로써 경제 여건만 좋아진다면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들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또한 전 의원은 "종부세를 오로지 이념 논쟁, 정치적 싸움으로 몰고 가는 선동과 포퓰리즘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소리는 바로 MB정부와 한나라당이 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종부세를 '세금폭탄' 이니 '좌파정책'이니 하면서 종부세 폐지를 선동하고 있는 게 바로 MB정부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전여옥 의원에게 바란다
 
전여옥 의원이 위에 쓴 글 가운데 옳은 소리도 물론 있다. "가진 자들은 사회적 책무를 더 엄격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세금에 대해 경건한 납세의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적 나눔-세금과 더불어 사적인 나눔-기부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부자가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부자들에게 '기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리 많지도 않은 세금을 부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내길 바랄 뿐이다. 예컨대 종부세 같은 것이 좋은 예다. 대한민국 2%의 부동산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종부세를 기꺼이 납부한다면 그때 비로소 부자들도 존경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전여옥 의원이 할 일은 종부세를 매도할 것이 아니라 종부세 폐지에 매진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을 설득해 종부세 폐지를 단념시키고 더 나아가 종부세 폐지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을 상대로 종부세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것이다. 전여옥 의원의 활약을 기대한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8/09/29 [09:4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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