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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와 없는자의 운명에 맞선 선택 다룬 '전,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밀도 높게 담아낸 작품
 
임순혜   기사입력  2024/10/11 [11:39]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에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신철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로 김상만 감독이 연출했다.

 

▲ 10월2일 영화의 전당 부산영화제(BIFF) 야외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강동원이 '전, 란'을 소개하고 있다.  © 임순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은 10월2일(수)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란'은 신철 작가와 박찬욱 감독의 완성도 높은 각본과 김상만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밀도 높게 담아낸 작품이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로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천영(강동원)은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의 몸종이다. 둘은 유년 시절부터 함께한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사이다.

 

천영은 노비에서 면천되기를 갈망하고 종려도 그를 도우려 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둘의 관계는 미묘하게 얽힌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종려의 집안 노비들이 란을 일으켜 아버지와 아내, 아들을 잃은 종려는 천영을 주동자라 오해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천영은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로 왜란에 참여한다.

 

절친한 동무였던 두 사람은 왜란으로 인해 각자의 길을 가다가 마침내 맞붙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된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전,란'은 출신이 노비일 뿐 기품과 기백이 넘쳐흐르는 검객(강동원), 우정과 분노로 휘청거리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무사(박정민), 고집스러우면서도 비겁하기 이를 데 없는 왕 선조(차승원), 의리 있고 담력 있는 의병(김신록), 자애롭고 현명한 장군(진선규), 교활하면서도 유능한 적장(정성일)이 각각의 캐릭터로 전란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조명한다. 관객으로하여금 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이들에 대해 감동하고 분노하게 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장르 영화에 유능한 연출 감각을 선보여 온 김상만 감독이 촬영, 미술, 음악, 의상, 분장 등 뛰어난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 세련되고 힘 있는 사극 대작을 완성했다.

 

▲ 10월2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기자회견  © 임순혜


10월2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기자회견에서 김상만 감독은 "이 영화는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다. 선조시대라는 것 외에는 다 창조된 인물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내용을 많이 취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상만 감독은 “박찬욱 감독은 제가 '공동경비구역 JSA>'미술감독을 할 때 처음 봤다. 그 당시에는 입봉을 앞두고 있었고, 박찬욱 감독님은 감독으로서 스승 같은 분이다. 제가 해온 작업의 장점을 봐줬는데 연출 제안을 해주셨다. 그리고 작품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구체적인 부분까지 조언했다. 시나리오 완성 후 각색 작업을 하면서도 같이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 10월2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기자회견  © 임순혜


강동원은 “몸종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좋았다. 해보고 싶었다. 양반 역할을 하면 연기할 때 제약이 있다. 좀 덜 자유롭고,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해야 한다. 양반으로서 기품과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민 씨의 몸종을 하면서 매우 편하게 자유롭게 연기해서 좋았다. 연기할 때도 감정 표현도 기존 다른 캐릭터보다 다양하게 하려고 했다. 칼도 형체가 선이 딱딱 떨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칼을 쓰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영화 현장에서 항상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치열하게 영화를 만든다. 저희는 그 노력을 계속해서 해갈 것이다. 그 노력을 놓지 않는 한 좋은 영화제에 영화를 들고 올 것이고 한국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선조를 연기한 차승원은 “손이 많이 갔던 캐릭터라 경우의 수가 별로 없었다.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두 가지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아주 고약한, 왕으로서의 위엄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캐릭터를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 경계를 잘 타야 했던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김신록은 “넷플릭스로 공개되는데 전세계 190개 국가에 오픈이 된다고 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저희 영화를 사랑해주시면 스크린으로도 이어지고 넷플릭스 영화가 아니더라도 극장 영화도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관심과 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정성일은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만들어 낸 캐릭터다. 무를 중시하는 사무라이 역할이지만 전쟁을 통해 실력을 쌓고 누구와 대결하는 것 보다 사람을 죽이는 과정에서 무사도 정신이 아닌 살인, 살육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결국 자만하고 오만해서 무너지는 인물을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소개. 10월2일(수)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영화의 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김상만 감독  © 임순혜

 

김상만 감독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의 미술 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았다. 이후 '사생결단'(2006)의 미술감독과 음악감독을 겸임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걸스카우트'(2008)를 통해 연출자로 데뷔한 뒤 라디오라는 소재를 스릴러적으로 비틀어낸 '심야의 FM'(2010)과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2014)를 연출했다.

 

▲ 넷플릭스 공개 영화 '전,란' 포스터  © 넷플릭스

 

'전,란'은 혼란의 시대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성찰을 주는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듬뿍 담은 영화다.

 

'전,란'은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 식 유머 코드가 재미있고, 굵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설계해 낸 이야기가 긴장감 넘치며, 시종일관 박력 있게 부딪치는 전개가 매력적인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10월11일(금) 공개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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