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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등록금후불제, 학생도 정부도 거덜난다
[홍헌호의 진단] ‘등록금 상한제+감세철회+반값등록금’정책이 더 바람직
 
홍헌호
최근 학자금신용보증기금 출연금이 급증한 이유

2004년 교육부가 발주하고 전문가 4인이 참여한 연구보고서, <인적자원투자 촉진을 위한 대학(원)생 학자금 융자제도 활성화 방안>(이하 ‘2004년 4인 보고서’라 약칭함)에 따르면 대출금 회수율 90% 하에서 대학등록금을 1조원 대출해 주기 위해서는 정부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정부가 빚더미에 앉지 않고 안정적인 등록금 대출을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등록금 대출제도 운용에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 이유는 학자금 대출금 회수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04년 4인 보고서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학자금 대출금 회수율도 90%일 것이라 추정했는데 이런 추정은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자금 대출금의 회수율은 벤처기업 대출금 회수율보다도 더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와 재정부는 이 보고서의 추정결과에 대하여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출금의 1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는 보고서의 권고를 외면하고 정부는 2006년 1.6조원, 2007년 2.1조원을 대출해 주면서 대손충당금은 겨우 250억원, 990억원만 쌓았을 뿐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행정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관장하는 학자금신용보증기금(학신보)은 자신들의 기금부실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대출금리를 인상하여 그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자금 대출금리는 2006년 6.6%에서 2008년 7.8%까지 급등했다.

2004년 4인 보고서의 경고대로 기금부실화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그제서야 정부는 부랴부랴 학신보에 대한 출연금 증액에 나섰다. 노무현정부는 2008년도 예산을 짜면서 학신보에 1,540억원을 출연(무상지원)했고, 이명박 정부 또한 2008년도 추경에서 2,5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하여 학신보 기금 부실화 불끄기에 나섰다. 2009년에도 추경포함 3,378억원의 학신보 출연(채권발행비용 포함)이 이루어졌다.
 
▲ 지난해 3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비판' 대학생 집회 모습.     © 대자보

매년 2조원 정도의 학자금을 대출해 줄 때 2,000억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2004년 4인 보고서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정부가 톡톡히 치른 것이다.

MB식 등록금후불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매년 3조원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7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취업후 상환 등록금후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의 재정을 투자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학자금 관련 재정투자액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5천억원만 추가로 투자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록금 걱정을 싹 가시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7월 30일 발표한 ‘취업후 상환 등록금후불제’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학자금 관련 재정투자액 5천억원과 별도로 매년 2조 5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만 한다. (이하에서 말하는 재정투자액수는 모두 2010년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므로 독자들은 자료 해석 과정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MB식 등록금후불제, 대출금 회수율은 70% 이하     
 
앞에서 말했듯이 2004년 4인 보고서의 추정에 따르면 1조원 학자금 대출을 위하여 필요한 재정소요액은 매년 1,000억원 이상(2010년과 2020년 사이 매년 973~1,163억원)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매년 7조 5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취업후 등록금후불제로 대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매년 7,500억원 이상의 재정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매년 7,500억원 이상의 재정을 추가로 투자한다 하여 MB식 등록금후불제의 재정문제가 모두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후불제’에 ‘취업후’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대출금 회수율은 90%에서 7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고용율(15~64세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 ILO 산출식과 약간 다름)은 63.8%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대졸자 고용률은 75%로 계산되어 나온다. 즉 전연령대에 걸쳐 대졸자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은 75%라는 이야기다.
 
▲ (원자료 출처) : 통계청 자료를 가공

더불어 교과부는 7월 30일 보도자료에서 일정소득 이하에 대해서는 대출금 회수를 무기한 연기한다 했으므로 그것까지 고려하면 대출금 회수율은 75%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 또 현재의 대출금 미회수율이 10%라는 점을 고려하면 MB식의 ‘취업후 등록금후불제’로 인한 대출금 회수율은 70%를 넘어서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취업후 등록금후불제’로 인한 대출금 회수율이 90%가 아닌 70% 이하로 낮아지게 되면 정부가 매년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7,500억원이 아니라 그것의 3배인 2조 2,500억이 된다.

또 정부는 7월 30일 보도자료에서 학생들에게 매년 200만원에 해당되는 생활비 대출까지 해준다고 발표했다. 이 부분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매년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2조 2,5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2004년 4인 보고서의 추정방식을 원용하여 MB식 ‘취업후 등록금 후불제와 생활비 대출제’를 시행하기 위해 충당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주-1) 대출금 회수율 70% 가정. (주-2)기초수급자에 대한 정부의 생활비 보조(매년 1,040억원)와 1~3분위에 대한 정부의 거치기간 중 이자 지원 액수는 제외한 것임.   

요컨대 MB식 ‘취업후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하기 위해 정부가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액수는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철저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이 정책에 치명적인 결함은 없는지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MB식 ‘취업후 등록금 후불제’는 차기 정부와 그 이후 정부에 천문학적인 빚을 안겨 주게 될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 + 감세철회 + 반값등록금’정책이 더 바람직

그렇다면 필자의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 또한 연초에 등록금 후불제에 관심을 갖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에도 이 제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금융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그 이후 필자는 등록금후불제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최근 대학생들이 내놓은 주장을 받아들여 ‘등록금 상한제 + 감세철회 + 반값등록금’라는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 (주) 장학금을 제외한 평균 등록금 600만원 가정. 대학생 수는 교과부 자료를 토대로 한 추정치    

대안이 난해하고 복잡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대안들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필자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지극히 정당하고 현명하며 윤리적인 것이라고 본다.

후세대에게 ‘천문학적인 빚’을 전가해서는 곤란

물론 그렇다고 하여 필자가 ‘등록금 상한제 + 감세철회 + 반값 등록금’이라는 대안은 장점만을 가지고 있고 취업후 등록금후불제는 단점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후자는 없애고 전자만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를 시행하더라도 소수지만 후자가 보조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후자보다는 전자가 훨씬 더 좋은 정책이므로 전자가 정부의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하고 후자는 그것의 보조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양자의 병행과정에서 양쪽에 어느 정도의 재원배분을 달리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단 그 과정과 결과가 후세대에게 ‘천문학적인 빚’을 전가하는 형태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필자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MB식 등록금후불제에 대하여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며칠 전 교과부의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해보니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을 보완하여 9월 말까지는 보다 더 나은 정책대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의 말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기사입력: 2009/08/18 [17:5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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