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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성과' 가로채기 급급한 MB정권
[홍헌호의 진단] 청와대 인사들의 빈부격차 완화 발언은 염치없는 주장
 
홍헌호
청와대 인사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빈부격차 완화 운운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뭔가 대국민 선전전에 활용할 만한 재료를 얻은 모양이다. 이 글에서는 이에 관한 여러 가지 논점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본다.

1. 빈부격차에 관한 최근 청와대 인사들의 주요 발언 내용은?

빈부격차에 관한 청와대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빈부격차는 앞선 정권에서 더 심화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다"라는 수석 비서관 회의의 발언을 전달하면서부터이다.(이하 <프레시안> 6월 15일, 17일자 참고)

그 이후 15일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 "현 정부가 전임 정부보다도 훨씬 더 많이 극빈층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하려 노력해오고 있다."며 힘을 보탰고 한승수 국무총리도 같은 날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소득분배가 나아졌다"고 거들었다.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17일 "새 정부가 위기 속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어떻게 지원을 해 줄 것인가 하는데 초점을 두어왔다"며 “지난 10년간 지난 두 정부 하에서 지니계수가 계속 나빠져 왔다"면서 "2008년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양극화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또 나빠지는 속도가 크게 줄었다"고 주장했다.

2. 이들의 주장이 염치없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이명박 정부가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서 노무현 정부 때보다 소득양극화가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염치없는 주장이다.

널리 알려져 잇다시피 이들이 줄기차게 견지해 온 입장은 ‘이전 정부가 복지지출을  확대해서 오히려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서 노무현 정부 때보다 소득양극화가 완화되었다니.

노무현 정부가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명박 정부가 복지지출 확대하면 소득양극화가 완화된단 말인가. 그들이 지적으로 성실한 사람들이라면 결코 이런 모순된 주장을 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2008년 지니계수 악화 속도가 다소 둔화된 것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하반기에 편성한 2008년도 예산이 복지지출액을 대폭 확대해 놓았기 때문이다. 2008년 양극화 심화 속도 둔화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3. 이명박 정부가 빈부차 해소에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서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편성한 2008년도 보건복지부 예산과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2009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을 비교해 보면 후자의 증가율이 전자의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예산은 일반회계 기준으로 2008년도에 23.4% 증가했었다. 그러나 2009년도 예산증가율은 10.5%에 그쳤다.  

혹자는 후자가 저성장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짰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후자도 4% 성장을 염두에 두고 짠 예산이었다.

물론 청와대 인사들은 2009년도 추경에서 서민지원이 확대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2008년도 지니계수와는 무관한 것이다.

또 2009년도 추경만 보고 이명박 정부의 부유층 중심의 정책기조가 전환되었다고 해석해서도 곤란하다. 2009년도 추경은 지방선거 대비용이었을 뿐이다.

그들이 내놓은 추경안을 보면 서민들에 대한 일자리도 대부분 다 일회성 일자리, 급여가 낮은 일자리, 6개월에 끝나는 일자리로 채워졌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복지 일자리를 늘리자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4. 2008년 지니계수 악화속도가 둔화된 주요 요인은?

2008년 지니계수 악화속도가 둔화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둔화되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았다는 점.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조사연보>상의 계층별,소득항목별 소득변화 동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 차릴 수 있다.
 
▲ 출처 : 통계청    

이 자료를 보면 2008년 소득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총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친 반면,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총소득 증가율은 3.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5분위 고소득층의 총소득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사업소득이 연평균 70만원 감소하고 비경상소득이 54만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사업소득이란 자영업자의 소득을 말하고 비경상소득이란 경조사비,장학금 등을 말한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심각한 내수 침체와 대기업 서비스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고, 고소득층의 비경상소득이 감소한 것은 펀드 수익률 하락과 경기침체의 여파로 고소득층 사이에 오가는 경조사비가 줄어 들고, 또 대학들이 경기침체를 빌미로 학생들 장학금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1분위 저소득층의 총소득이 의외로 건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인데 그 주요 원인은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21만원과 11만원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전소득이란 정부나 가족으로부터의 현금지원을 지칭한다. 

경기침체 속에서 1분위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5.1%나 증가한 원인이 무엇일까. 그 의문에 대해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별 취업자 변동 현황’이라는 자료가 시원하게 풀어준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전체 취업자 수가 14.4만 명 증가할 때 보건·복지 인력이 10.2만 명이나 증가하였다. 이로 인하여 1분위 저소득층의 평균 근로소득이 5.1%나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말에 편성한 2008년도 복지지출확대 예산이 서민들의 고용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5.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는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강행하면서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는 허무맹랑한 낭설일 뿐이다.

“경쟁국에 비하여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 심화”(기획재정부가 지난 해 9월 1일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년 동안 조세부담률을 4~5% 가량 늘리면서 복지예산을 늘려왔으나,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며 "복지지출 정책이 국내 소비 내지 소비기반의 취약점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경제> 2008년 8월 11일)

우선 먼저 경쟁국에 비하여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정부 주장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부터 검토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경쟁국이라 하면 흔히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4룡에 해당하는국가들을 지칭한다. 재정부는 줄기차게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을 특수한 성격을 지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도대체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낮다는 이들 나라들의 양극화의 정도, 즉 지니계수는 어느 정도일까. 2004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지니계수는 0.425이고 홍콩의 지니계수는 0.525이다.

여기에서 지니계수란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를 말하는데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본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빈부 격차 순위는 세계은행 조사대상 127개 국 중에서 각각 18번째와 49번째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나라의 사례는 “낮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완화시킨다”는 재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참고로 2004년 세계은행 발표 기준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16이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지니계수는 0.25~0.35 수준이다.

6. 복지지출확대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하여

강만수 전 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전 정부가 복지지출을 늘려서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다. 이들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억지라는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유경준 박사가 2003년과 2008년에 내놓은 두 편의 보고서가 명쾌하게 증명해 준다.
 
▲ (주) 소득불평등 완화율 =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시장소득 지니계수 (출처) : 외국 자료는 OECD(1995), 유경준(2003)의 보고서, ‘소득분배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의 방향’에서 재인용 ; 한국자료는 유경준(2008.6),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이 자료에서 ‘시장소득 지니계수’란 민간과 정부에 의해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기 이전의 소득불평등지수를 나타내고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한 이후의 소득불평등지수를 나타낸다.

이 자료를 보면 1987년 스웨덴의 경우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39,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218로 정부와 민간의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한 지니계수 변화율이 무려 101.4% 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핀란드 또한 정부와 민간의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인한 지니계수 변화율이 81.3%에 달한다. 선진국 15개국 평균 지니계수 변화율은 41.6%이다.

유경준 박사의 보고서 요지는 간단명료하다. 선진국들은 높은 수준의 복지지출을 통해 빈부 격차를 큰 폭으로 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없었다면 스웨덴의 경우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0.439에 머물러 중남미 수준의 빈부 격차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7.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에 따른 지니계수 개선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하여 현격하게 낮다보니 복지지출 확대에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소득재분배에 따른 지니계수 개선효과도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 (주) 소득불평등 완화율(%) =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시장소득 지니계수] x 100 (출처) : 통계청 자료를 가공  

그러나 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지니계수 개선효과가 매우 더디게 나타난다 하여 재정부 관료들처럼 “복지지출이 늘자 오히려 양극화가 더 심화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경제분석가들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유경준 박사의 보고서 결과와 아주 유사하게 참여정부의 복지지출 확대에 따라 지니계수 개선효과가 2003년 4.41%, 2005년 5.92%, 2007년 7.72%로 점진적으로 늘어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8. 감세정책과 빈부 차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나

감세정책과 빈부 차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 보려면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모델이라는 영국 대처 정부와 미국 레이건 정부의 지니계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자료는 대처 집권기(1979~1990)을 전후한 20년 간의 영국의 지니계수 변화율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 (출처) : UNU/WIDER-UNDP    

이 자료를 보면 대처 집권기 영국의 지니계수가 극도로 나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처가 집권하기 바로 전 해인 1978년 영국의 지니계수는 0.234였다. 그러나 그가 물러난 1990년 그것은 0.335였다. 무려 0.101이나 나빠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소득분배 악화율(=지니계수 악화율)은 무려 43.1%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 레이건 집권기(1981~1988) 미국의 지니계수 또한 1970년대에 비해 급속도로 나빠졌다.
 
▲ (출처) : 미국 상무성    

레이건이 집권하기 이전 8년간(1972~1980) 미국의 지니계수는 0.005정도 개선되었다. 1972년의 수치가 도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1973년을 기점으로 잡더라도 그것은 0.001 악화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레이건이 재임한 8년(1981~1988) 동안 그것은 0.025나 높아졌다. 1980년 미국의 지니계수는 0.331이었고 1988년에는 0.355였다.

9. 앞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높은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확대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높은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확대는 양극화를 완화시킨다.

최근 지니계수 악화 속도가 다소 둔화된 것도 노무현 정부가 2007년 하반기에 편성한 2008년도 복지지출확대 예산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늘려 놓고 그들의 소득을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빈부격차를 완화하고자 한다면 노무현 정부처럼 지속적으로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OECD 30개국의 조세부담률과 지니계수 사이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자료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아래 그림에서 1그룹은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그룹을 지칭하고 6그룹은 조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그룹을 지칭한다.
 
▲ (출처) : OECD와 세계은행 자료를 근거로 작성    

이 자료를 보면 OECD 30개국 중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은 5개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269, 조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5개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375로 나타난다. 조세부담률이 낮을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통계상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굳이 세세한 설명이 필요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근거없는 독선적 주장과 억지를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는 불가피하게 이런 일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한다. 씁쓸한 일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기사입력: 2009/06/19 [14:0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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