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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이라크인 모두 전쟁의 피해자일 뿐“
이라크여성 ‘미국의 한 약속은 환상’ 비난, 한국 파병철회 요청편지 보내
 
취재부   기사입력  2004/11/10 [11:45]
4월에 있었던 공습으로 이미 700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이라크 팔루자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이라크에서 무고한 시민인 임신 6개월의 임산부와 현지경찰까지 학살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평화를 호소하고 미국의 패권주의와 미군의 무자비한 진압을 비판하고 한국군 철수를 호소한 한 이라크 여성의 편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편지를 쓴 에만 아마드 카마스씨는 “미국이 한 약속은 환상에 불과했다”며 “미국이 약속한 민주주의란 자기 동맹자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고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했다. 
 
▲이라크 파병을 한달 남짓 남겨둔 가운데 파병중단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백선혜

 
또 “미국이 약속한 선거란 선거 이전에 학살 전쟁을 벌여 저항세력을 제거하고 이라크인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적고 있다. 
 
그녀는 “한 번은 아홉 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임신 6개월인 한 여성이 오후 세시 대 낮에 자기 집에서 저격수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또 한 번은 한 이라크 경찰이 거리 한 가운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자기 사촌을 집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수도 호스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미군이 그 경찰의 집에 들이 닥쳐서는 그를 사살 했습니다”라고 이라크 현지에서 벌어지는 ‘테러범소탕’의 진실을 폭로했다. 
 
현재 이라크 아르빌에는 미국, 영국에 이어 3천여명에 달하는 한국군 병력이 주둔하고 평화 와 재건을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다. 
 
이 편지는 지난 10월17일 서울에서 있었던 한 반전집회에서 낭독이 된 것으로 이 편지를 인터넷상에 소개한 시민운동단체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고, ‘파병반대국민운동 홈페이지’에도 올려져 있다. 
 
다음은 이라크 여성이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에 파병철회 요청을 한 편지전문이다.  
 



“한 이라크 여성이 한국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라크가 미군과 연합군에 의해 점령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이라크인 수만 명이 체포되거나 살해되고, 기초적인 인권조차 박탈됐습니다.
 
이라크의 많은 도시들이 폭격으로 파괴됐습니다. 무고한 시민, 여성, 어린이와 노인들이 점령자들이 쏜 총알이나 폭탄 파편에 의해 학살됐습니다.
 
조지 W 부시가 군사 작전의 종료를 선언했던 2003년 5월 1일 이후 18개월이 지났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웠던 모든 이유들(대량살상무기, 테러리즘, 민주주의)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거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명백한 사실로 증명됐습니다. 미국이 한 약속은 환상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이 약속한 민주주의란 자기 동맹자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이 약속한 선거란 선거 이전에 학살 전쟁을 벌여 저항 세력을 제거하고 이라크인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팔루자, 라마디, 히트, 사마라, 텔 아파르, 알 카임, 바쿠바, 모술, 키르쿠크, 나자프, 쿠파, 힐라, 유수피야, 하스와, 라티피야, 바스라, 그리고 바그다드의 사드르, 아드하미야, 두라. 모두 폭격당한 도시의 이름입니다.
 
▲미군의 무차별 사격에 의해 민간인 희생자만 양산하고 있는 이라크전     © 인터넷 이미지
 
전쟁 이전에는 아무도 이 도시의 이름을 몰랐지만 뉴스에서 반복해서 보도되면서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일부 도시는 매일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집과 상점과 음식점이 파괴됐습니다.
 
이라크 도시가 공격당할 때마다 똑같은 비극이 반복됩니다. 폭격기와 탱크에 의해 집중 폭격을 당하고, 점령군 때문에 구급차는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하지 못합니다.
 
이 시체들은 며칠 동안 거리에 방치되고, 미군이 움직이는 모든 것에 총을 쏘기 때문에 가족들은 시체를 매장하지도 못합니다.
 
미군 저격병은 숨어서 가정집과 모스크(이슬람사원)와 거리에 있는 아무나 죽입니다.
 
한 번은 아홉 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임신 6개월인 한 여성이 오후 세시 대 낮에 자기 집에서 저격수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또 한 번은 한 이라크 경찰이 거리 한 가운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자기 사촌을 집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수도 호스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미군이 그 경찰의 집에 들이 닥쳐서는 그를 사살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미군과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는 1월 선거 이전에 점령에 저항하는 도시들을 굴복시키기 위한 작전을 펼쳤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죽음의 삼각 지대라고 부르는 바그다드 남부의 텔 아파르와 사마라를 공격했습니다. 물론 팔루자와 라마디에 대한 폭격도 지난 두 달 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무슬림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되자 여러 도시가 포위되고, 협상 대표가 체포되고, 사람들은 임박한 학살 앞에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난 4월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한국인 친구들에게 점령과 폭격과 학살에 저항하는 이라크인의 투쟁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이라크에 있는 한국 파병군을 철수하기 위한 노력을 해주십시오. 한국인과 이라크인 모두 이 전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 평화와 우정을 바랍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더는 미국의 패권과 제국주의적 탐욕을 위해 이라크인이 학살돼서는 안 됩니다.
 
이라크의 자유, 독립, 통일, 평화 만세!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 만세!
 
2004년 10월 16일 이라크 시민 에만 아마드 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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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1/10 [11: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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