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부시, 이라크 내 이란인 사살·체포 명령
 
김진오   기사입력  2007/01/27 [01:48]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내에서 할동 중인 이란의 정보.군사 요원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이라크의 현지 미군 사령관들에게 이라크 내에서 무장세력을 도우면서 미군에게 적대행위를 하는 이라인들을 색출해 사살하거나 체포하라(kill or capture)고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와 미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고위 고문단과의 면담 뒤 이러한 명령을 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이란인을 사살.체포하라고 명령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라크 있는 미군들을 지키기 위해 내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이란인 사살 명령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금까지 이란인 수십 명을 체포해 며칠씩 잡아 가두며 본인의 동의 없이 지문을 채취하고 사진을 촬영하는가 하면 DNA 표본까지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3명의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정보 요원 150명이 이라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라크 정부와 관련된 몇몇 시아파 무장세력에 정보와, 무기, 군사훈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이란인을 살상하지는 않고 있지만 워싱턴은 주둔군 사령관들에게 이 명령을 이행할 것으로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라크 내에서 활약 중인 이란인 정보 요원들의 실태와 혐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이라크 내에서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우리 군대는 그러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는 현재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와 '쿠드스 무장세력'을 주시하고 있다.

쿠드스 무장세력은 이란의 사실상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카메네이의 지시를 받고 있으며 이라크 무장세력과 레바논의 민병대인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은 파악하고있 있다.

따라서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쿠드스 무장세력이 알 카에다 만큼이나 위험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내 이란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부터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이르기까지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핵개발 의지를 꺾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란은 현재 민수용 핵개발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등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핵과 군사력을 무기로 중동의 강자가 되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중동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이란과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충돌하고 있는 국면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라크 내 이란인들과 요원들을 살해 또는 체포할 경우 이란이 보복으로 미국인을 납치하거나 살해할지 모른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헤이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라크 내의 이란인 요원들의 활약이 놀랍다"면서도 "이란의 보복 응징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1/27 [01:4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