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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당선, 이라크 저항세력 명분강해져
[한상진의 바그다드통신] 한국대사관 ‘너는 어느나라 사람이냐’ 폭언해
 
한상진   기사입력  2004/11/05 [12:41]
부시가 재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소식 드립니다.
 
저는 지난 9월 중순경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에 강제로 연금되어 있다가 대사관에 의해 강제로 이라크에서 출국을 당했습니다.
 
물론 저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대사관에는 있었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구금시켜서 출국시켰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의 공무원들이 행정 편의주의와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사관에 연금당해 있을 당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여러가지 일들이 남아있어 대사관에서 내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가 대사관 관계자로 부터 국적을 포기하라, 당신 때문에 대사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너는 어느나라 사람이냐, 국민이면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지 등등의 폭언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이라크에서 나온 후 레바논에서 열린 반전, 반세계화 전략회의에 참석한 후 터키로 나왔다가 친구의 초대로 모금을 위해 캐나다를 잠시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몇개의 단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금 기획안을 작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할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현재의 이라크 상황에서 다시 바그다드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라크에 머무는 것 자체도 위험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이라크 국경에서 바그다드로 들어가는 경로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메일에서 말씀 드렸듯이 죽음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으로 저 자신을 몰아넣는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에선 매일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저 혼자서 나와있는게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이라크 사람들을 위해서 일해왔고 확고한 반전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의 "Bridges to Baghdad" 라는 단체의 두 여성 활동가가 납치당하고, "Care International"의 바그다드 책임자까지 납치당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내가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문도 잠시 들었었습니다. 이래저래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혼자서 겪어내느라 한동안 소식을 드리지 못했었습니다.
 
부시가 당선됨으로써 미국은 이라크 민간인들의 희생이 정당하다고 부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부시가 상당한 표차로 이겼다고 합니다. 더 이상 미국이란 나라에서 희망을 발견하긴 힘들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시의 당선으로 앞으로 저항세력이 미국인을 공격하는데는 상당한 명분을 갖게 됐습니다. 모든 미국인들이 아랍을 증오하고 모든 아랍인들을 테러리스트로 본다는 저항세력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마도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아랍의 저항 세력들에게는 더더욱 전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사이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들이 죽어갈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평화교육 센터는 원래 "이라크 인의 손으로 운영되는 이라크 단체"를 지향했기에 제가 없더라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제가 이라크를 떠나있는 동안 자체적으로 두차례의 모임을 갖고 활동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의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고 기쁜 소식입니다. 한국의 지인들께서도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일궈나가는 평화'의 노력에 많은 지원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어 이라크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될때까지 외곽에서 해외 단체들을 상대로 한 모금사업 등을 진행해 나가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다른 분쟁지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이메일로 소식을 알려드렸던 이라크 24살 이라크 여성 나감에 관한 소식입니다. 이라크의 친구로부터 나감의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힘들어하는 동안 나감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나감의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터키의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국경 근처의 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신장이식 수술이라는게 간단치 않은 수술이다보니 지방도시의 병원에서는 힘든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감이 장거리 여행을 견딜 수 있다면 앙카라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을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습니다. 바로 나감의 치료비 문제입니다. 그간 몇차례 나감의 소식이 언론에 나갔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정성을 보태주셨지만, 한국보다 물가가 싼 터키에서조차 치료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후원 요청을 드립니다.
 
물론 제가 도움이 필요한 이라크 사람들을 모두 다 도와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감은 신장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나감의 오빠 중 한사람이 자신의 신장을 나감에게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술을 하는것 뿐입니다. 하루빨리 나감의 수술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 바랍니다.
 
터키의 이라크 국경도시에서 한상진 드림
 
* 필자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4277 전송: 02-730-4277  메일:seungeun5@hotmail.com
후원: 우리은행 513-155893-02-101 함께가는사람들(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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