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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주도자 구속영장? 경찰은 개그콘서트하나
바람을 막을 수 있으며,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으랴?
 
이명옥   기사입력  2004/03/27 [09:22]

탄핵사태 이후 다음날부터 시민들은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촛불집회를 위하여 상징성을 띤 광화문 거리로 몰려나왔다.

경찰 추산 5만, 주체 측 추산 10만인, 줄잡아 7만은 넉넉히 넘을 인파가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혼자서,  마음대로 무시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탄핵무효를 외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처음에 광화문서 접한 모습은 고등학생, 할아버지, 어느 지하철 노숙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 다양한 세대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하는 아고라 광장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조리있게 논리적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아니었고, 거창하게 연설이나 선동적인 문구를 준비해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운데 조그만 디딤돌 정도를 마련해 놓고 누구든지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은 나와서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식이었다.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던 언론이나 방송 매체였다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시민들이 속속 몰려들자 시민단체에서 차량을 임시 무대로 개설을 했고,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되어 전달되는 지시를 따라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찰과 대치도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 많은 시민들이 일정 거리를 뒤로 가라면 뒤로 가고, 일정 구간을 벗어나지 말라면 안으로 들어왔으며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고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즐겁게 자원봉사자들의 협조 요청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수많은 시민들은 촛불을 켜들고 저마다의 마음을 담아 목소리를 모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자율적인 시민 모임을 마치 동원이나 계획된 집회인양 오도하는 경찰이나 정부는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바람을 잡으려는 행위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시민들은 생각 없는 로봇이나 태엽을 감아 놓으면 돌아가는 자동 인형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자유의지를 지닌 자유인인 것이다.

언제까지 자유시민을 로봇이나 자동인형, 우민으로 비하할 것인가?

탄핵 후, 여기저기 자유 토론장인 카페가 개설되었으며 탄핵이나 촛불집회에 대한 시각마저 찬반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이 제시되고,  많은 시민들은 주말이면 아니면 퇴근 후면 발걸음을 행동의 광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의 기준이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법이란 말인가?

촛불집회에서 누가 폭력을 행사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어떤 불미한 사고라도 있었단 말인가?  그저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혼자서 뜨거운 가슴을 삭힐 길이 없어서 광장에 나와 촛불을 켜들고 한목소리로 목소리를 모은 것이, 탄핵 반대 피켓을 들었다 하여 탄핵이 잘못이라는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말한다 하여 불법집회가 된다는 것인가?

어느 모임이나 규모가 커지면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진행을 돕는 사람이 있으며, 함께 참여하여 목소리를 모으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자율집회를 무조건 계획된 불법집회로만 몰아가려 하지 말고 제발 참여한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이 어느 정당이나, 단체에 속해 있거나 이런 집회가 있으니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공지라든지 명령을 받은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 수가 3천만이 넘어선지 이미 오래고 누구나 한 두개의 동호회나 까페에 몸을 담고 있게 마련이다.

까페나 동호회가 모두 정치색을 띠거나,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까페나 동호회를  한번 둘러보거나 검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부분 취미, 스포츠, 게임, 길드 등의 목적으로 모임을 갖는 곳일 것이다.

그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시국의 최대 관건인 탄핵이야기, 촛불집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설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도 직접 참여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개인의 순수한 자유의지에 따른 일일 뿐이다.

시민들 스스로 주말이면 광장을 만남의 장소로 인식하고 또 자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더 잘 알고 있다.  이 평화로운 집회로 인해 경찰과 어떤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음을, 또 어느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일상의 삶의 자리가 더 큰 의미로 자신들에게 자리하게 될 것임을...

그러나 그것이 민주주의에의 열망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오, 후퇴를 의미함도 결코 아니다.

다만 나서야 할 때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줘야하는 시점에 대해 시민들이 더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동할 뿐이다.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촛불집회의 기운이 사그러들때까지 지켜봐주는 융통성 있는 대책이 서로의 합일점을 찾아내는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다.

만일 무력이나, 법의 힘으로 촛불집회를 강제 해산시키려 한다거나, 그 누군가를 구속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시민들의 분노는 그 강도를 더해 갈 것이며  4월 2일부터 강력 규제하겠다는 정부 의지에 역부레이크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시민들의 양식을 믿어달라. 시민들은 정부나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국회의원들보다

더 국가와 한배를 탄 동지 의식에 투철한 사람들이다.

시민들 스스로 하루 빨리 일상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명하게 처신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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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27 [09: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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