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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점령하는한 이라크에 평화는 없다
이라크 저강도 게릴라전 전개, 부시와 블레어 곤경에 빠져
 
안찬수   기사입력  2003/09/03 [14:17]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라크인의 저항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방 언론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폭탄테러 사건을 사담 후세인의 추종 세력의 소행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 모든 저항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점령 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이른바 ‘재건’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방들에게 손을 벌리며 ‘구걸’하고 있다. 또한 ‘치안’을 담당하는 다국적군의 확대를 위해 미국의 일부 정치적 권한을 유엔에 이양하리라는 보도도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이 말해주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식민지화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리크 알리는 <카운터펀치>에 8월 28일에 발표한 글 ‘죽음과 거짓말--점령 하의 이라크에 평화는 없다’(원문 http://www.counterpunch.org/ali08282003.html)에서 이라크인의 저항운동이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 영향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만 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타리크 알리(Tariq Ali)는 <뉴레프트 리뷰>의 편집자이며, 이번 10월에는 베르소 출판사에서 <바빌론의 부시(Bush in Babylon)>를 출간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1968년: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전쟁이 끝난 후> <근본주의의 충돌> 등이 번역되어 있다. (옮긴이 주)


이라크를 다시금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의 저항은 이스라엘이나 서방의 선전 기관들이 말하듯이 이슬람교도들이 미쳐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저항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점령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들 가운데 일부분은 이라크 민중은, 그들이 사담 후세인을 얼마나 혐오하는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미국이나 영국의 점령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논의한 바 있다.

미국으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자금을 제공받아온 이라크인들이 미군에게 화환을 선사하고 사탕을 줄 거라고 조지 부시에게 말한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점령으로 말미암아  매일 서방의 병사들이 공격당하고 살해되는 사태가 일어남으로써 곧 저강도 게릴라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후 이런 분석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갖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런 분석이 옳았다고 축복할 이유란 아무것도 없다. 이라크의 전국토가 현재 혼란에 빠져 있어, 상황은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서방 언론이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유일한 설명은 저항은 구체제의 불만분자들이 일으키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주, 워싱턴은 4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저항 조직을 진압하기 위해 구체제의 국가 기관인 비밀경찰을 고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제까지의 선전과는 모순되는 행동을 취했다. 바스라에서 시위가 일어난 사실이나 영국 병사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 후세인 감정이 강한 지역 주민들조차도 저항 투쟁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그다드의 유엔 본부 건물의 폭파는 서방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AP통신의 자미 타라베이(Jamie Tarabay)는 지난 주 바그다드에서 송고한 기사에서, 이라크의 일반 주민들은 유엔에 대해서 서로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것은 조심스러운 평가다. 

실제로는 유엔은 워싱턴의 정책을 아주 무자비하게 강제하는 조직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의 죽음과 사망률의 끔찍한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인 경제제재를 감시한 것은 유엔이었다. 유엔의 고위관리였던 데니스 할리데이(Denis Halliday)와 한스 폰 스포네크(Hans von Sponeck)는 유엔의 이와 같은 정책에 항의해, 유엔이 이라크인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임한 바 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은 유엔의 승인 하에, 1992년부터 이라크에 수백 톤의 폭탄과 수백 발의 미사일을 투하했다. 1999년, 미국의 관리들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미 이라크에는 표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2001년이 되었을 때, 이라크 폭격은 미국의 베트남 침공보다도 더 장기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라크인들이 유엔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을 명백하게 위반하면서, 점령을 소급해서 정당화한 것은 분노를 한층 더 크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유엔이 오늘날 아메리카 제국(American Empire)을 위해 청소작전을 하는 것 외에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미국과 영국, 이 두 점령국에서도 이라크인 저항의 영향력은 점차 실감되기 시작하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의 조사에 따르면, 부시의 지지율이 18포인트 하락해서 53%가 되어, 2001년 9월 11일 이후 등록유권자(40%)보다 많은 이가 부시의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인 사망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상황은 점차 악화(혹은 개선, 이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믿고 있다. 이런 견해는 권력 기구 내의 고위 인물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의 군부 내에서는 분명히 동요가 있었다. 몇몇 장군들은 한때 중동 지역의 가장 큰 식민지였던 이라크의 점령을 돕기 위해 영국군 가운데 3분의 1을 파견하려고 하는 총리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바그다드를 접수한 이후, 공동 정보위원회의 위원장이자, 블레어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Rodric Braithwaite) 경은 <파이낸셜 타임즈>에 놀랄 만한 글을 기고했는데, 브레이스웨이트 경은 그 글에서 블레어가 전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쟁 지지로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쟁 히스테리(war hysteria)를 교묘하게 계획했다고 비난했다.

브레이스웨이트는 블레어가 자신의 ‘상품’을 강매했다는 것을 논하면서, “생선장수는 생선을 판매한다, 전쟁광은 전쟁을 판매한다(Fishmongers sell fish, warmongers sell war)”라고 썼다.

체제 안에 존재하는 이러한 분노는 국방부의 과학자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박사의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에 의해 정점에 이르렀으며, 마침내 영국의 지배계급이 선호하는 치료 요법인 사법 당국의 조사가 요구되었다.

이번 주, 블레어는 허튼(Hutton) 경의 독립 조사위원회에서 심문을 받을 예정이지만, 이미 조사는 바글거리는 벌레들의 흙더미를 들추어내었다.

현재 집권당인 노동당은 아무런 재능이 없는 평범한 인물인 제프 훈(Geoff Hoon) 국방장관에게 대중을 진정시키기 위해 희생자가 되라고 요구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제프 훈 장관이 혼자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는 어디에 몸통이 묻혀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 각하(제국의 어깨에서 지저귀는 이 다년생의 앵무새)는 저항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군대를 철수시키는 데 성공했다. 솔로몬 군도에 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존 하워드도  블레어처럼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지저귀었다. 그리고 존 하워드도 블레어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았다.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듯한 저자세의 지도자가 야당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죽은 이라크인과 미국인의 자식들이 이렇게 물을 것이다. “왜 우리의 부모들은 죽었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야.”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에서 점령이 계속되는 한 결코 평화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변명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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