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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도, 정책보도는 없고 비방만 난무했다”
언론재단, '온라인 선거' 토론회 개최…'379건 기사중 정책은 45건 불과'
 
이석주   기사입력  2007/12/06 [21:24]
BBK의혹을 둘러싼 각 정당의 '이전투구'와 여야 간 후보 공방 등으로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검증하고 감시해야 할 주요 언론 역시 정책이슈 부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각 후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자료와 이에 따른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정책 검증에 대한 내용보다 각 후보를 헐뜯고 비방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것. 결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부동층 확대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각 후보 보도자료, 정책적 내용 실종돼"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학회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온라인상의 선거관련 메시지 분석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 각 대선 후보의 보도자료 내용 및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집중 분석한 뒤, 향후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정책선거 부재의 이유로 각 후보 진영의 보도자료 내용과 이에 따른 언론보도의 문제를 꼽았다.     © 대자보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보낸 보도자료의 양과 내용을 분석한 구교태 교수는 "후보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주제는 주로 이미지와 관련된 것이 많았으며, 이마저도 부정적인 내용과 다른 후보들에 대한 비방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구 교수는 여야 후보가 확정된 이후, 대선 정국에 커다란 이슈를 안겨줬던 세 번의 주요 시점을 기준으로, 대선후보 6명의 진영에서 제작 후 배포한 보도자료와 이 시기에 이뤄진 주요 언론의 보도특성을 분석했다. 구 교수가 분석한 일 수는 총 21일. 
 
▲구교태 교수는 "각후보의 보도자료에는 비방적 이미지의 내용만이 난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대자보
분석 시점은 여야가 경선 과정을 거친 후 대선후보를 결정한 지난 10월 중순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무소속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점, 여기에 'BBK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김경준 씨의 귀국 시점 등으로 나눴고, 대상 언론은 조선일보와 KBS로 정했다.
 
구 교수는 먼저 "6명의 대선 후보들은 이기간 동안 총 667개의 보도자료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시기별로는 후보확정시기에 100건, 이 후보 출마 당시에는 242건, 김경준 씨의 귀국 때는 325건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보도자료의 내용. 즉 이미지를 강조한 보도자료가 정책이슈를 중심으로 한 보도자료 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BBK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이나 선거유세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분석 결과다.
 
구 교수는 "각 후보의 보도자료 중 379건이 이미지 관련 내용이었으나, 정책 이슈 관련 내용은 45건에 불과했다"며 "후보 별로는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17건으로 정책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생산했고, 정동영 14건, 이명박 10건으로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 진영의 보도자료 내용을 보도한 언론 기사의 경우, 조선일보와 KBS의 선거보도 역시 부정적인 메시지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선거보도 주제에 있어서는 캠페인 관련 이슈에 가장 많은 보도를 할애, 이미지를 강조하는 후보자의 보도자료와 대조를 보였다.
 
구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온라인 보도자료를 통한 홍보활동이 미디어 의제를 형성하는데 있어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선거기간 정책이슈 부재와 부정적 메시지에 대한 우려를 사이버 공간 역시 개선해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역시 "주요 언론들이 후보와 캠프를 길들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며 "대다수 언론이 동일한 보도자료를 갖고 천편일률 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티즌 참여 없이 후보자들의 '자작극' UCC만 존재"
 
이밖에 장우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대선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선거법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는 네티즌들의 UCC와 관련, "정책검증의 순수한 의도를 인터넷 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대선 후보들의 UCC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장 연구원은 지난 6월 미국 민주당 예비경선에 도입된 UCC토론회 결과를 분석한 뒤, 한국 정치에서 UCC가 어느정도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 유권자 반응이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 연구원은 "민주당의 UCC토론회 이후, 국내에서는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동일한 토론회를 열었지만, 결과적으로 UCC에 대한 의미는 퇴색한 채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즉 순수한 UCC토론회가 아닌, 기존 토론회에 UCC를 양념으로 덧붙였다는 주장이다.
 
▲장우영 교수는 "이번 대선은 네티즌들보다 후보들의 UCC만이 난립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대자보
실제로 지난6월 14일 열린 미국 민주당의 토론회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일반인들이 올린 3천여개의 동영상 질문들 중 39개가 선택돼 후보들이 답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한나라당은 국내 방송사에 응모된 2백여 건의 질문 중 4건만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 연구원은 "UCC토론회는 시민들이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구체적인 방안이지만, 한국에서는 합리적으로 부합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연 국내 대선후보들이 UCC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전파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강성만 부대변인도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뜻을 같이했다. 그는 "UCC가 미국 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갖을 것이라고 예상 했지만, 막상 도입해 보니 예상 만큼 영향력은 없었다"며 "이는 네티즌들의 참여 없이 후보나 선관위가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마저도 선거법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장 연구원은 주장했다. 즉 현재 대선을 보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상에 네티즌들의 소중한 의견이 눈에 띄게 줄은 것은 '표현의 자유'논란을 불러온 현행 선거법 때문이라는 것.
 
현재 공직선거법은 대선후보등록을 마감한 지난달 27일부터 대선 하루 전인 오는 18일 까지 특정 후보를 지지,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과 관련글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 이때문에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에 따른 폐해도 언론 게시판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네티즌들의 댓글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을 읽기 어려웠다"며 "이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제작해서 올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이결과, 후보자들이 UCC를 자작극으로 만든 상황이 이어졌다"고 선거법의 폐해를 지적했다.
 
"따옴표 저널리즘에 언론 정신 망각"
 
한편 언론이 후보자 발언을 기사화 한 이른바 '인용보도'에 대한 분석 결과도 발표됐다. 분석결과, 기사 한 건당 취재원 발언 인용 평균 횟수는 신문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직접인용의 경우 많게는 6.72건에서 적게는 4.56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와 이강형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 6월11일부터 11월24일까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분석대상의 41.6%인 618건의 기사가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인용했고, 정당 및 캠프 관계자 발언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이런 결과는 선거 캠페인 보도에서 미디어가 정책보다는 각 후보자 개인 발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현상에 대한 진단여부는 대선이후 후속적인 작업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역시 "받아쓰기, 따옴표 저널리즘 등 특정 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만연돼 있는 상황이다. 언론이 각 후보에게 유리한 발언만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이 올 대선의 특정을 규정짓는 부정적 측면"이라고 각성을 촉구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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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06 [21: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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