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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아파트 공약’ 따라하다 망신당한 정동영
[대선정책 분석] 신혼부부 아파트 원가공급 정책은 국제적인 망신감
 
홍헌호   기사입력  2007/12/02 [17:12]
이명박 후보가 ‘신혼부부 모두에게 우선적으로 아파트를 원가에 공급해 주겠다’는 공약을 해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홍준표 의원 등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 엊그제인데 정동영 후보 캠프는 이명박 후보의 그 공약이 매우 부러웠던 모양이다.
 
정동영 후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신혼부부 주택자금 지원 관련 공약 중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신혼부부에게 주택구입자금의 90%까지 장기저리 신용대출을 시행하여, 편안한 내 집에서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함
- 향후 5년간 52만 5천 가구에 총 61조원(연간 12.3조원)의 20년 만기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지원
-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주택 중 85m2이하 규모의 주택 중 현행 추첨제를 적용하고 있는 25%에 대해 신혼부부에게 청약 가점 부여


▲ 상환이 모두 끝나는 2031년까지 약 14.4조원(연평균 0.72조원) 소요 - 금리 이차보전(연 2% 기준)을 위해 대출이 최종 종료되는 2031년까지 총 13조원의 정부 재정지원 필요 - 신용보증 손실보전을 위해 총 0.9조원의 정부 재정지원 필요 ☞ 차기정부 5년간 0.72조원×5년 = 3.6조원 소요>
 
정말 어처구니 없는 포퓰리즘적 공약이다. 신혼부부에 대해서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규제한도를 현행 40~60%에서 90%까지 허용하자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연간 12.3조원을 추가로 대출지원하며 또 그것도 부족해서 이들의 대출이자부담을 연간 2%p씩 줄여주기 위하여 연간 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약이다.
 
연간 9000억원씩 투입하겠다는 재정규모는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일까. 연간 9000억원이라는 재정은 1990년대 이후 급진적인 개방의 파고 속에서 쌀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서 정부가 지원하는 액수보다 더 많은 액수다. 현재 정부는 전국적으로 100만 가구 내외의 쌀 경작 농가에 가구당 평균 70~80만원 정도의 소득 보전지원을 하고 있다.(7000억원~8000억원 규모)
 
그렇다면 저 포퓰리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2007년 어떤 이유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는지 추적해 보면 답이 나온다. 2007년 부동산 가격안정에 기여한 일등공신은 부동산 대출규제정책이다. 2007년 벽두의 DTI규제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잘 아는 사실이고 말이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캠프는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현행 LTV 규제한도 40~60%에 예외를 두어 이를 90%로 확대해 주고 그것도 부족해서 연간 12.3조의 대출규모 확대를 겨냥하며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대출이자를 연 2%p씩 보조해 주겠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과거를 반성한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그 말을 믿어 줄까. 정녕 지금까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왜 실기(失機)했는지 그 이유를 그렇게도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신혼부부라서 무작정 지원해야 한다는 철없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세금을 거두어서 부유층 자녀들, 중산층 자녀들, 투기꾼 자녀들 고액 아파트 마련하는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단 말인가. 또 그렇게 하면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는가.
 
이 철없는 정동영 캠프 부동산 정책팀이 근거없는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국민은행의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보고서 일부를 소개해 드리기로 한다.
 
2006년 국민은행의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04년과 2006년 사이 3년간 주택구입을 한 가구의 평균 대출액은 7202만원이다. 그리고 그 중 월소득 150만원 미만 소득자로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평균대출액은 4736만원, 월소득 150만원 이상 250만원 미만 소득자로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평균대출액은 4703만원이다.
 
월소득 150만원 이하 소득자의 평균대출액이  월소득 150만원 이상 250만원 미만 소득자와 유사하다니 왜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이런 수치가 나오는 까닭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월소득 150만원 미만 소득자들은 자력으로 주택구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마는데 그 중 몇 몇이 많은 대출액을 안고 집을 샀다면 그것은 부유층이나 중산층 부모, 형제들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결과 150만원 미만 소득자들은 주택구입 과정에서 아주 특이한 통계수치들을 여러 가지 보여주게 되는데 몇 개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위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년간 150만원 이상 250만원 미만 소득자로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72.6%가 여러 주택 유형 중에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나온다. 그런데 동기간 150만원 미만 소득자들도 주택 구입자 중 67.8%나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나온다. 그 이유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다.

그 다음 연소득 대비 대출금액 비율(DTI)을 보아도 동기간 150만원 미만 소득자들 중 주택을 구입한 가구는 아주 특이한 수치를 보여준다. 주택구입자 전가구 평균 DTI가 181.1%인 반면 이들의 DTI는 무려 330.2%에 달한다. 즉 주택구입을 위해서 부유층이나 중산층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 월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 비율(PTI)를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주택구입자 전가구 평균 PTI가 18.0%인 반면 이들의 PTI는 무려 55.9%에 달한다. PTI란 대출상환 약정기간 내에 매월 어느 정도 금액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느냐를 나타내는데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소득을 버는 계층이 매달 소득의 55.9%를 원리금 상환에 충당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컨대 월소득 150만원 미만 계층의 경우 주택구입에 있어서 양극화가 어느 계층보다도 아주 심하다는 이야기다. 즉, 비록 월소득은 낮지만 부모가 부유한 사람들은 소득과는 비교도 안되는 많은 대출액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고 부모가 가난한 사람들은 영영 내집 마련의 꿈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선진국들에서는 자력으로 내집 마련이 매우 어려운 실질적인 저소득층에게는 낮은 임대료의 공영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반면 실질적인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각종 수요억제정책(우리나라로 치면 대출규제정책, 조세정책)과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정책을 시행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정동영 후보 캠프가 무차별적으로 신혼부부에 대하여 대출이자 2%p지원정책(연 9000억원의 재정지원정책)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하여 저리대출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가장 나쁜 정책 중 하나다. 고소득층 아들이나 투기꾼 아들이나 저소득층 근로자 아들이나 단순히 생애 첫 주택 구입자라 하여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런 정책은 결코 제대로 된 정책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이런 정책은 부동산 가격안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 열풍에 기름을 끼얹게 된다는 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신혼부부들의 주택 매수세를 인위적으로 폭발시키면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 캠프가 빨리 제 정신을 차려야한다. 여전히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인위적으로 기름을 끼얹으면서 연간 9000억원의 재정을 허비한다면 전세계가 손가락질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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