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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계, 올해만 5차례 '당적 돌려막기'
[시론] 탈당→창당→합당→탈당→창당→합당,정당이 씹다 버리는 껌인가
 
김영국   기사입력  2007/11/13 [16:23]
이인제의 10번째 당적과 이강래의 '입당도 안한 당에 탈당계 제출' 코미디

김한길, 강봉균, 김낙순, 노현송, 박상돈, 변재일, 서재관, 양형일, 우제창, 우제항, 이근식, 장경수, 조배숙, 조일현, 주승용, 최규식, 최용규 의원...

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소위 '김한길계' 의원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공통점은 올해에만 탈당→창당→합당→탈당→창당→합당 등을 반복하며 무려 5번이나 당적을 바꾼 의원들이란 점이다.

하도 탈당과 창당, 합당이 반복되다 보니, 이강래 의원은 지난 7월 26일 혹시 자신이 입당했었는지를 알아보려고 '입당도 안 한 당에다 탈당계를 제출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탈당신고서에 "본인은 형편상 사유로 귀당을 탈당하고자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적고 자신의 서명까지 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 자신의 당적이 어느 당에 있는 지도 몰랐다는, 웃지 못할 '실화'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인제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통일민주당→민자당(신한국당)→국민신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자민련→국민중심당→민주당→중도통합민주당→통합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이번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까지 무려 10차례의 당적을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보수 우경화 주도 '김한길·강봉균'의 유치찬란한 '당적 돌려막기'


▲김한길·강봉균계 의원들. 이들 대부분이 탈당과 합당을 반복하며 올해에만 무려 5차례나 당적을 바꾼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 김한길·강봉균 의원계 2007년 '당적 변경' 과정
2007.2.6 열린우리당 집단 탈당. 김한길·강봉균계 국회의원 23명.
열린우리당 원내 제2당으로 전락, 한나라당 원내 1당 등극
2007.5.7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국회의원 20명), 원내 3당 등극
2007.6.27 민주당과 합당, 중도통합민주당 창당
2007.8.3 중도통합민주당 집단 탈당(국회의원 19명)
2007.8.5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및 입당
2007.11.12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선언, '통합민주당' 창당 예정

특히 김한길 의원은 한때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강봉균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데서 보듯 열린우리당 몰락에 책임이 있는 핵심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이들 '김한길계' 국회의원들은 지난 2월 6일 이강래 의원 등과 함께 23명이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해 한나라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를 헌납했다.

이날 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은 다음 날인 2월 7일 탈당 배경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국민들이 열리우리당이 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우리 편을 한 그릇에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한길 의원 그룹이야말로 중도의 탈을 쓰고 열린우리당의 보수 우경화를 주도하며 오늘날 '열린우리당이 무슨 일을 하든 국민들이 믿지 않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같은날 임종인 의원(무소속)은 이들의 집단 탈당에 대해 "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보수적 이념을 갖고 있고, 이들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잡탕정당이 돼서 망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나처럼 정책과 노선이 달라서 탈당한 게 아니라, 당의 지지율이 낮아서 탈당한 사람들이다."고 꼬집었다.

현재 임종인 의원은 지난 1월 22일 열린우리당 탈당 당시의 대국민 약속대로 범여권 정치집단의 숱한 이합집산에 전혀 가담하지 않고, 김성호 전 의원 등과 함께 '새정치개혁연합'을 결성, 개혁·진보적 노선이 뚜렷한 새로운 개혁정당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편 탈당 이후 김한길계 의원들은 지난 5월 7일 소위 '김한길黨'이라고 불리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을 창당한 지 두 달도 안돼 간판을 내리고 6월 27일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중도통합민주당'을 탄생시켰다.

합당으로 일거에 34명의 의원을 거느린 원내 3당의 수장으로 거듭난,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동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대선 때 흔히 나타나는 권력을 위한 이합집산의 정당, 선거운동용 임시정당이 아니다."고 의기양양했다. 김한길 의원도 공동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나는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합당서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허풍이 되고 말았다. 합당식을 치르고난 뒤 한 달여 만인 8월 3일 김한길계 의원 19명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키 위해 또다시 '집단 탈당'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날 김한길 의원은 탈당 성명을 통해 "이제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유일한 희망이다."고 말했다. 아무리 '논다니'라도 이렇게 변덕이 죽 끓듯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강간'당한 듯 망연자실한 중도통합민주당은 결국 당명을 '민주당'으로 원상복귀시켜야 했다.

이어 8월 5일엔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했고, 8월 18일엔 열린우리당이 창당한 지 3년 9개월 만에 해체를 선언하고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됐다. '100년 가는 정당이 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공(空)수표로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그러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어제(11월 12일)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4년여의 세월을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으로 다시 집결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한길계 의원 17명은 올 2월부터 10개월 동안에만 탈당, 창당, 합당 등을 반복하며 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으로 무려 5차례나 당적을 바꾸게 됐다.

말이 당적 변경이지 사실상 자신들의 정치적 오판과 실책을 '땜방'하기 위해 매달 '당적 돌려막기'를 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정당정치 파괴'와 '호남인 모욕 주기'

한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어제(12일) 각 당의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4자 회동'을 갖고 당 대 당 '합당'과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양당은 통합과 관련해 새 당명은 가칭 '통합민주당'으로 하고, 정책 노선은 질 좋은 경제성장과 서민·중산층 보호를 병행·추진하는 '중도개혁주의'로 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선 후보 단일화는 오는 11월 23∼24일 이틀 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로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9월 20일 노무현 정권 주도세력인 신당파의 새천년민주당 이탈과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분열됐던 범여권은 4년 2개월 만에 '도로 민주당'으로 재결합하게 됐다.

그러나 양당의 합당이 완료되면 지난 8월 5일 창당된 대통합민주신당은 창당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간판을 내리게 된다.

* 범여권 분열(민주당 분당)에서 재결합까지
2000.1.20 새천년민주당 창당
2003.9.20 새천년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 주도세력인 신당파 '국민참여통합신당'(42석)으로 국회 교섭단체 등록
2003.11.11 열린우리당 창당(국회의원 47명)
2005.5.6 새천년민주당 잔류파 '민주당'으로 당명 개정
2007.5.7 열린우리당 탈당파 중 김한길계 국회의원 20명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
2007.6.27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합당, '중도통합민주당' 탄생
2007.8.3 중도통합민주당 분당, 김한길계 의원 19명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키 위해 또 탈당
2007.8.5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2007.8.13 중도통합민주당 다시 '민주당'으로 당명 개정
2007.8.18 열린우리당 해산 결의,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합당. 창당 3년 9개월 만에 문 닫아
2007.11.12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선언(대선 후보 단일화도 합의), '통합민주당' 창당 예정.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3개월 만에 간판 내려, 새천년민주당 세력 분당 후 4년 2개월 만에 도로 '민주당'으로 재결합

국민적 신임을 잃어버린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기 위해, 올 초부터 '기획탈당' 쇼를 거듭하던 정치인들이 결국 5월 이후 6개월 만에 3번의 당 대 당 합당과 4번의 창당 또는 당명 개칭을 거쳐 '도로 열린우리당'이 됐다가 끝내 '도로 민주당'으로 귀결된 것이다.

한마디로 '도로잡탕우리당'과 '고향앞으로당'의 유치찬란(幼稚燦爛)한 '열라짬뽕 쇼'였다. 이렇게 급조에 급조를 거듭하다 보니 당원들의 의견 수렴이라는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질 리가 없었다. 당장 합당 선언 하루 만에 재협상하자며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밥그릇인 내년 총선 공천이 왔다갔다 하는 판국이니 오죽하랴.

이들이야말로 정치적 지향점과 정책적 노선이 뒤죽박죽인 집권 여당이 얼마나 무능하고 지리멸렬할 수 있는 지를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생생하게 보여준 장본인들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호남표만을 노리고 4년 전보다 더 잡탕스러운 정치집단을 만들어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칭 민주개혁 세력이라고 떠벌리던 범여권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앞장서 정당정치를 황폐화시키고 희화화(戱畫化)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노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수구 세력인 한나라당의 견실함에 비하면, 범여권 정치인들이 그동안 만들었다 부순 정당들은 그야말로 '씹다 버린 껌'보다 하찮은 것이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취향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 짓고 허물어도 되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오늘날 국민들이 범여권 정치인들이 하는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고, '혐오'에 가까운 거부 정서를 보이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정당정치만 파괴한 게 아니란 점이다. 또다시 호남 민중들에게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지역주의자란 굴레를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 정치인들이 이렇게까지 수차례의 탈당과 합당을 반복하며 누더기가 되도록 생난리를 피운 건, 어디까지나 '호남표 결집'과 내년 '총선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정치공학적 야합의 산물이었다.

범여권 주도세력은 '통합은 국민의 요구'라고 항변하지만 그런 식의 야합을 국민들이 요구한 일이 없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요구였다면, 국민들이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5년 내내 방콕하다 느닷없이 튀어나온 꼴보수 이회창 씨에게도 못 미치는 '모욕'을 주고 있을 리가 없다.

호남은 정치낭인 심판하고, '차별에 저항' 정신 다시 세워야

이처럼 오늘날 범여권 정치집단은 호남에서만 지지 받고 전국에서 왕따 당하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이들이 집권 기간 동안 펼쳐온 이상야릇한 '중도 실용주의'란 기회주의 노선이 우리 사회의 차별를 극복하기는커녕 '부자들은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가랑이가 찢어지는' 양극화 사회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그들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의 염원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며, 그로 인해 민주개혁 세력에 대한 전 국민적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 짐을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호남 민중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철학과 신념이 불철저한 이들의 좌충우돌이 광주민중항쟁의 역사가 상징하듯 '온갖 차별에 저항해온' 호남의 숭고한 영혼을 더럽히고도 모자라 또다시 호남 민중들에게 지역주의란 굴레를 씌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이들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문제고, 패배하면 또다시 갈라서고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야말로 호남 민중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들을 확실하게 심판하고, 지역 차별에 이어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상 최대의 양극화'란 '또다른 차별'에 대한 저항을 시대정신으로 곧추세워야 한다.

아울러 그런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흔들림 없이 실천해갈 새로운 정치 주체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호남이 영남패권적 지역주의에 대한 저항적 지역주의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 땅의 민주화와 진보의 한 축을 담당해온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길이다.

호남은 개혁·진보적 '가치 전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호남 민중들의 고달픈 삶과 질곡을 돌파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이끄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될 것이다.

악화를 거울삼아 양화를 '구축(構築)'하다

또한 개혁·진보적 인사들은 '정치 낭인'들을 비난만 하고 끝낼 일도 아니다. 정치 낭인과 급조 정당이 넘쳐난다는 건, '일관성 있는 정치인'과 '100년 갈 만한 정당'이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들이 좌충우돌로 신뢰를 잃어갈 때, 정당을 씹다 버린 '껌'쯤으로 여길수록 국민의 고통스런 삶과 울분을 제대로 대변하고 소통할 줄 아는 진보개혁 정당을 착실하게 건설해야 한다. 철저하게 '잘못된 것'들과 단절하고 정반대로 가야 한다.

대중들은 무관심한 것 같아도 오랜 세월 쌓여가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다. 시간이 흘러 중요한 순간이 되면, 올곧은 정치집단에 집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 근래 들어 정치판에 부쩍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악화를 거울삼아 양화를 '구축(構築)'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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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3 [16: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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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르 2007/11/15 [16:08] 수정 | 삭제
  •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면서 스스로 소신있는 정치를 한다고 자찬하던 분들이 정작 그 책임을 피하고 싶어 갖은 수를 다 쓰는군요.
  • 나무 2007/11/14 [11:25] 수정 | 삭제
  • 정말 우리 정계에는 양아치급 정객들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