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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단일화' 최대수혜자는 권영길?
[여론조사 종합분석] 이명박·정동영의 '승승장구'와 親盧 이해찬의 '추락'
 
김영국   기사입력  2007/10/15 [12:04]
* 목 차 *

- 남북정상회담 반전드라마 '따로국밥 대선판'

- 범여권 단일 후보 선호도, '정동영·손학규' 압도적 우세

- 문국현의 이삭 줍기,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

- 정동영의 경쟁력, '호남에서만큼은 이명박에 이기는 후보'

- 범여권 후보 단일화해도 "승산은 가물가물"

- 이해찬과 친노 세력의 몰락, "또 캠프가 망했어요"

- 친노 세력의 '정동영 끌어내리기' 역풍, '충격과 공포'의 연속

- 범여권 단일화 최대 수혜자는 '권영길', "당사에 물 떠놓고 기원해야 할 판"

- 남북정상회담 성공에도 대선 영향 '전무(全無)'가 주는 교훈

- '쇼' 아닌 '정치적 실적'으로 말하라

남북정상회담 반전드라마 '따로국밥 대선판'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겨우 10여일이 지났지만 벌써 '잊혀진 고전'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불법 조직·동원 선거, 대리접수, 유령 선거인단, 박스떼기, 차떼기, 폰떼기, 경선 중단 파행, 당 지도부의 경선원칙 바꾸기, 후보진영 간 폭행, 고소·고발, 특정후보 사무실 압수수색 사태'까지, 참으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도 어제(14일) 마지막 '원샷 경선'을 끝내고, 오늘 오후 최종 결과 발표와 함께 공식 대선 후보가 탄생하게 된다.

비공식 집계 결과, 지역 경선 투표에서 정동영 후보가 압승을 거둬 오늘(15일) 대통합민신주신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것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비록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온갖 불미스런 사태로 얼룩져 있지만, 막판 '모바일(휴대폰) 투표'가 경선 흥행과 함께 경선 정상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함으로써 패배한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자칫 '상처투성이 영광'이 될 뻔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게 정당사상 세계 최로로 실시된 휴대폰 투표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해준 셈이다.

아쨌든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당분간은 그 후보에게 '꽃가루 효과'(승자에게 꽃가루 세례가 쏟아지면서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본격적으로 범여권 대선 후보들 간에 단일화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관심도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에 쏠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 한번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부침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점에서 최근 발표된 9개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모두 모아 종합분석을 통해 향후 흐름을 예상해본다.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이 정치권에 던져주고 있는 '메시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꼽혀온 남북정상회담이 그 실체를 드러내자 대선 파급력을 가늠해보려는 방송·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잇따랐다. 게다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최종 승부를 앞두고 정치권도 연일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일부 언론에선 여론조사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피지 않고, 특정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의도적으로 부각하거나 일방적으로 의미 부여를 함으로써 기자나 자사 성향에 맞는 '특정 후보 띄우기'에 교묘하게 활용하는 등 일명 '한철 장사용' 기사도 난무하고 있다.

'여론은 여론대로'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정치세력치고 성공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여기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9개의 방송·신문사 여론조사를 모두 모아 종합분석해 봤다.

* 대선 후보 간 단순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손학규 문국현 이해찬 권영길 이인제 조사기관
47.6 11.3 5.7 5.1 4.0 3.0 1.5 SBS-한국리서치
52.2 7.8 4.9 3.1 3.2 1.7 1.4 KBS-미디어리서치
53.9 8.8 5.2 4.3 4.0 2.2 2.2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53.3 10.5 6.3 5.5 3.7 3.0 1.2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49.2 10.5 5.5 4.3 4.6 3.0 3.3 YTN-한국리서치
55.4 10.2 5.6 5.1 3.8 2.4 2.0 MBC-코리아리서치센터
50.5 16.8 6.6 6.2 4.0 2.0 0.8 CBS-리얼미터
49.5 8.5 7.3 3.7 3.5 2.4 1.7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58.0 11.4 7.5 4.6 4.6 2.8 1.2 한겨레-리서치플러스

* 여론조사기관별 조사 개요
발표·조사기관 조사 일자 조사대상·표본오차·응답률
SBS-한국리서치 2007.10.5 조사대상 900명, 표본오차 ±3.3%, 응답률 13.3%
KBS-미디어리서치 2007.10.4~5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7.6%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2007.10.6 조사대상 1012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1%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6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6.5%
YTN-한국리서치 2007.10.8 조사대상 1002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4.7%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007.10.9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5.3%
CBS-리얼미터 2007.10.9~10 조사대상 850명, 표본오차 ±3.4%, 응답률 0.5%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2007.10.10 조사대상 800명, 표본오차 ±3.5%
한겨레-리서치플러스 2007.10.10 조사대상 1000명, 표본오차 ±3.1%, 응답률 14.3%

이들 여론조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높은 국민적 지지도와 그에 따른 노 대통령의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대선 판도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고공 지지율 불변', 정동영 후보 범여권 '대세 유지', 이해찬 후보와 친노 세력의 '추락', 문국현 후보 기대치 '미흡',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도로아미타불'>로 요약되고 있다.

한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민노당 권 후보가 단순 지지도는 고작 2~3%대에 그치고 있지만, 범여권 후보가 단일화돼 '한나라당 이명박, 범여권 단일 후보, 민노당 권영길'로 3자 대결 시에는 꾸준히 8~14%에 이르는 '지지율 폭등'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이러니하게도' 범여권 단일화의 최대 '수혜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뭐니 해도 충격적인(?) 대목은 설사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범여권 단일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여전히 40~50% 차이로 '대패'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범여권의 집단 부진이 대통합이나 단일화를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란 걸 의미한다.

범여권 단일 후보 선호도, '정동영·손학규' 압도적 우세

오늘은 대통합신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내일(16일)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도 공식 확정된다. 민주당의 경우엔 이미 이인제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이제는 범여권에서 누가 '최종 단일 후보'가 되느냐의 싸움만 남아 있는 셈이다.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대선 일정상 단일화에 주어진 시간도 촉박하다.

게다가 현재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장외의 문국현 후보까지 모두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공언하고 있고, 서로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누가 범여권의 최종 후보가 되느냐 여부는 범여권 후보들의 '여론 지지도'가 가장 유력한 잣대가 될 것이다. 지지율이 앞선 후보는 단일화를 서두를 것이고, 뒤지고 있는 후보는 뒤로 미루면서 기회를 엿보려 할 것이다.

*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호도(적합도) (단위:%)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문국현 이인제 조사기관
21.3 19.1 10.0 4.8 4.8 KBS-미디어리서치
25.0 20.8 8.5 6.1 5.5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25.2 24.0 7.9 8.2 4.1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23.4 24.3 7.8 7.5 7.0 MBC-코리아리서치센터
28.5 29.3 10.2 7.0 6.9 한겨레-리서치플러스

* 범여권 후보 단일화시 가상대결 (단위:%, 굵은 글씨체가 범여권 단일후보)
대선후보 간 지지도 1-2위 간 격차 조사기관
이명박 60.2 : 정동영 20.3 : 권영길 10.1 39.9%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4.0 : 손학규 16.7 : 권영길 11.3 47.3%
이명박 64.0 : 권영길 14.0 : 이해찬 12.6 50.0%
이명박 56.6 : 정동영 19.5 : 권영길 13.2 37.1%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이명박 61.3 : 손학규 15.5 : 권영길 10.4 45.8%
이명박 62.5 : 권영길 14.2 : 문국현 11.8 48.3%
이명박 64.0 : 정동영 18.7 : 권영길 7.1 45.3%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이명박 63.9 : 손학규 16.6 : 권영길 7.9 47.3%
이명박 67.8 : 문국현 9.1 : 권영길 8.8 58.7%
이명박 71.4 : 권영길 10.5 : 이인제 5.4 60.9%

* 호남(광주.전남.전북) 지역 대선 후보 지지도 (단위:%)
이명박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 조사기관
11.9 39.7 11.7 3.1 3.1 2.0 1.0 SBS-한국리서치
21.1 24,2 9.4 5.0 4.6 2.1 2.2 KBS-미디어리서치
20.9 37.2 12.3 4.5 9.4 1.0 1.9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21.6 24.6 4.4 5.2 6.0 1.0 11.3 YTN-한국리서치
27.9 39.0 9.1 1.8 5.9 2.9 2.6 한겨레-리서치플러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범여권 대선 주자 중 '단일 후보 적합도(선호도)'에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손학규 두 후보가 다른 범여권 후보인 민주당의 이인제, 독자신당을 추진중인 문국현 후보보다 큰 격차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국현의 이삭 줍기,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난맥상 때문에 장외의 문국현 후보가 '이삭 줍기'를 통해 '범여권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관측은 아직까지는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9~10일자 'CBS-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인제(민주당), 문국현(독자세력) 후보 3인이 각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될 경우를 가정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시 가상대결에서 '정동영 36.1% : 문국현 19.1% : 이인제 15.0%'로 정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17% 이상의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0일자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범여권 후보 단일화 시 '어느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물음에 국민들은 대통합민주신당 39.6%, 민주당 14.1%, 문국현 신당 8.9%순으로 답해 범여권의 단일화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정동영 후보의 지지기반이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보다 여러 면에 가장 탄탄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최소한 범여권 후보 중에서는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동영의 경쟁력, '호남에서만큼은 이명박에 이기는 후보'

무엇보다 정 후보의 경쟁력은 '범여권 지지층'과 범여권의 유일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그의 지지세가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보다 견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에서 누가 나오든 거의 전 지역에서 1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이 후보가 유일하게 1등을 놓치는 경우는 딱 한가지다. 바로 정동영 후보와 대결 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다.

즉, 정 후보만이 현재 유일하게 호남에서 이명박 후보를 크게 앞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은 호남에서조차 이명박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은 '호남에서조차' 한나라당 이명박에게 지는 반면, 정 후보는 '호남에서만큼은' 이명박에게 이기는 후보란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향후 범여권 단일화 과정에서도 정 후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 범여권 정치인들이 유일하게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호남밖에 없을 것이란 정치권 안팎의 냉혹한 평가를 감안한다면, 호남에서 대세를 장악하는 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주도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범여권의 호남 정치인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에서 지난 9월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보고 세 후보가 이 지역에 올인한 이유도 기실은 여기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반작용도 크다. 정 후보에게 '호남 후보'라는 이미지가 각인됨으로써 전국적으로 대이명박 경쟁력을 확장하는 데 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범여권의 다른 후보들도 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의미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조차 정 후보만큼도 안 된다는 점은 '대안 부재론'으로 이어져 호남의 정 후보 지지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호남의 '정동영 표쏠림'은 "어차피 누가 나서도 안 되는 판이라면, 차라리 호남 사람이라도 키우자."는 '전략적 선택'의 산물로 보인다. 오늘날 범여권 전체가 자신들의 과오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림으로써 그 짐이 고스란히 호남인의 '멍에'가 되고 있다.

'정말 이렇게 밖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는' 호남인에게 손가락질할 수 있는 정치인은 최소한 범여권에선 단 한 명도 없어 보인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해도 "승산은 가물가물"

그러나 정작 문제는 범여권이 설사 누구로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 해도 그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고, 실제 단일화에 성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범여권 단일 후보,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를 가상한 여론조사에서조차 범여권 단일 후보가 한나라당 이 후보에 무려 40~50% 차이로 '대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범여권의 문제가 대통합이나 단일화를 못해서가 아니라 '범여권이라는 정치 집단'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 붕괴'가 핵심이란 걸 여실히 보여주는, 일종의 '국민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렇지 않고선 수개월째 똑같은 현상이, 그것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라는 범여권에 유리한 소스가 제공됐음도, 끄떡 않고 지속되고 있는 점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후보 단일화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범여권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핏 생각하기에 따라선, 국민들이 작년 지방선거와 각종 보궐선거 등을 통해서 그동안 범여권에 회초리를 들 만큼 들었는데도 아직도 분이 안 풀린 것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민주 정권을 통해 범여권 정치 집단이 보여준 '정치적 실적'이란 게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추종에 따른 극심한 양극화 사회의 고착이었고, 그 결과 부자들만 살판나고 정작 서민들은 비정규직 전락과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데 대한 분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그럼에도 범여권은 '개전(改悛)의 기미조차 안 보인다.'는 점에서 아무리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해찬과 친노 세력의 몰락, "또 캠프가 망했어요"

이번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승승장구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눈길을 끌고 있는 대목이 바로 친노 대표 주자인 이해찬 후보의 '끝모를 추락'이다.

노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으로 정 후보의 캠프 사무실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 시도를 당하는 등 정 후보가 큰 곤욕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 후보와 그를 둘러싼 친노 세력은 정 후보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등 사실상 '정동영 끌어내리기'에 가까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과 실제 경선 결과들은 '정동영 승승장구-이해찬 꼴찌'라는 정반대의 결과들이 계속되고 있어, 이 후보는 물론 친노 세력도 사실상 '정치적 퇴출'에 가까운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례로 이 후보는 지난 9월 17일자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들로부터 경선 후보 중 정동영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나, 경찰의 정 후보 캠프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던 10월 6일자 같은 조사에서는 무려 11.9%나 급락하며 손 후보에도 크게 뒤지는 3위로 급추락했다. 반면 정 후보는 11.2%나 오르며 53.8%의 지지율로 1위를 질주했다.

특히 10월 6일자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경우, 한나라당 이명박, 민노당 권영길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 이 후보는 민노당 권 후보에게도 밀려나 3위로 추락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범여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민노당 후보에게도 밀려나는 수치가 나온 건 이 후보가 처음이었다. 이 후보의 경쟁력이 급전직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심지어 이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범여권의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은 물론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들조차 이 후보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돼, 범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이해찬 등 친노 세력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10일자 중앙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파행 사태의 책임이 세 후보 모두에게 있다는 응답이 35.4%, 당 지도부 18.9%, 정동영 13.5%, 이해찬 2.4%, 손학규 1.9%순으로 나타났다.

또 10일자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 따르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파행(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란 물음에 국민들은 정동영 37.1%, 이해찬 31.8%, 손학규 17.9%순으로 답해, 정 후보 책임론이 더 컸지만 이 후보의 책임을 묻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 조사에서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이해찬 후보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응답이 각각 48.1%, 37.8%로 1위로 나타나, 이들 지역에서 이 후보의 정 후보 공격에 대한 역풍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에서는 정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손 후보(34.1%)보다 크게 낮은 13.2%에 불과했다.

또한 경선 진행 과정에서 세 후보에 대한 생각이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 후보 모두 경선 파행 과정에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설성가상으로, 젊은층이 많이 참여할 거라는 이유로 자신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잔뜩 기대하며 이 후보 진영은 물론 친노 인터넷 사이트까지 총동원돼 전력을 기울였던 '모바일 투표'마저 두 번의 개표 결과 모두 이해찬를 여지없이 외면했다. 1위는커녕 또 꼴찌의 연속이었다.

아직도 20~30대가 또는 개혁·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친노 세력을 개혁·진보 세력으로 또는 우군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란 '커다란 착각'이 낳은 결과였다. 이미 젊은 유권자들은 노무현, 이해찬, 유시민 등 친노 세력이나 손학규나, 정동영이나, 이명박이나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정책적 노선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그들만 정녕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수준을 얕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모바일 투표에서마저 예상을 깨고 손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 후보는 또 다시 연거푸 꼴찌를 기록, 한미디로 '죽 쒀서 개 준 격'이 됐다.

유시민에 이어 이해찬 후보도 "캠프가 망했어요."를 선언해야 할 판이다.

친노 세력의 '정동영 끌어내리기' 역풍, '충격과 공포'의 연속

사실 친노 진영은 친노 후보 중 한 명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승리하면 '한방에(원샷으로)' 범여권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일부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열린우리당 사수를 포기하며 '기찻길 따라' 대통합민주신당행 막차를 탔다.

예비 경선에서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등 세 명의 친노 후보가 모두 컷오프를 통과할 때만 해도 '친노 단일화 쇼'로 단박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리란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의 "첫 경선지부터 거뜬히 1위를 해보이겠다."는 장담부터 꼴찌를 기록하면서 친노 후보들의 '허풍 레이스'가 시작되더니, 광주·전남 경선과 모바일 투표 등 친노 돌풍의 진앙지가 될거라며 잔뜩 기대했던 곳마다 여지없이 꼴찌를 기록하며 '대허풍의 파노라마'를 쓰고 있다. 심지어 친노 세력의 중심지라는 부산·경남에서마저 정 후보에게 1위를 내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에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될 때마다' 친노 세력에겐 가히 '충격과 공포'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정동영, 손학규 후보 중 누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든 친노 진영에겐 최악의 상황이었다. 손 후보는 누구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에 부정적이었다. 손 후보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문닫게 한 장본인이다.", "노 대통령이 끼면 낄수록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올라가고 범여권 표만 떨어진다. 제발 좀 비켜 있어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실상 반노(反盧)에 가깝다. 손 후보의 반노 노선은 범여권에 거부감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정 후보는 비노(非盧)에 가깝지만, 친노 세력과의 인간적·감정적인 앙금이 이미 회복 불능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친노 세력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원샷 경선'에 뛰어들어 '도박'을 한 이상, 이제 와서 밑천 다 털렸다고 깽판치고 뛰쳐나갈 명분도 없다. 설사 뛰쳐나간다 해도 도박으로 집 날린 사람들을 곱게 봐줄 사람은 거의 없다. 친노 세력이 열린우리당 사수를 포기하고 대통합민주신당행을 택한 것 자체가 이미 죽기 살기로 뛰어든 정치적 도박이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룰 자체가 이미 동원 경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이 정녕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룰를 바꾸도록 하든지, 그게 받아들여지지 았았다면 처음부터 그런 경선에는 참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에 자기 팀이 골을 먹기 시작하자, 룰이 문제라며 상대 팀 선수와 축구협회만 욕하면서 '뻥축구'로 일관하는 모습에 박수칠 관중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친노 세력을 대표해 단일 주자로 나선 이해찬 후보의 추락은 향후 친노 세력의 정치적 운신을 극도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친노 진영 내에서도 이번 경선에서의 참패를 계파로서 존폐의 문제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 바로 그런 위기감이 '정동영 끌어내리기 공세'에 더욱 올인하는 모습으로 표출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후보와 친노 세력은 이번 경선에서 자신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나온 건지,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나온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경선 기간 내내 상대 후보를 상대로 고소·고발장만 쓰다 끝났다.

일각에선 친노 세력이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엔, 일부가 이탈해 패잔병들끼리 '영남친노신당'을 만들거나 문국현 신당에 가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친노 세력의 정치 행태로 보아 무슨 핑계거리를 만들어서라도 '2002년 후단협'과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그것은 곧 그들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들을 받아들인 사람들까지 '죽음의 키스'가 될 공산 또한 크다.


국민들은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갖다붙여도, 일단 경쟁에 뛰어든 이상 '경선 불복'하고 뛰쳐나간 세력에게는 매우 냉혹했다. 억울하기로 치면 불과 1.5% 차이로 진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만큼 땅을 칠 사람도 없겠지만, 그가 깨끗하게 승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경선 불복자'에 대한 엄중한 민심을 극복하기 힘든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하물며 경선 내내 꼴찌만 하던 패잔병들의 경선 불복을 양해해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낙장불입(落張不入), 진퇴양난(進退兩難), 사면초가(四面楚歌). 친노 세력의 앞날이 이래저래 꽤 '고단할' 것 같다.

범여권 단일화 최대 수혜자는 '권영길', "당사에 물 떠놓고 기원해야 할 판"

민주노동당 경선에서 신승한 권영길 후보는 자신의 대권 3수를 "역시 권영길!"로 봐달라고 한다. 그러나 오도 가도 못하는 개혁·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또 권영길이냐!"며 지겨워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당내 경선에 승리한 직후 4~5% 수준이던 권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조사에선 2~3%대로 급전직하한 것도, 물론 언론의 무관심이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개혁·진보 성향 사람들의 지루함을 해소해주지 못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의 2~3%대 지지도는, 유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가 5~1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 자체의 지지도 치곤 '형편없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진보정당의 후보가 진보 세력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범여권과 노선만 차별화하는 데 그치고, 정치 행태와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전히 80년 대에 머물러 있는 민주노동당의 '퀴퀴한 진보' 또한 범여권에 실망한 중간자들이 별 고민 없이 '냉소와 무관심의 바다'로 흘러가게 만드는 '양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심바람'을 일으키며 민주노동당 안팎의 큰 주목을 끌었으나, 당내 자주파의 아성을 등에 업은 권영길 후보에게 아쉽게 패퇴하고 만 '심상정의 좌절'은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말았다는 평가가 권 후보의 지지세 확산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권 후보의 국립현충원 참배 등 본질에서 벗어난 '이상한 행보'는 '있는 정'마저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과 '통일 만세'를 외치며 '주사'를 부리고 있는 것도 이를 못마땅해 하는 진보 세력이 상당수다. 산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마저 도망치게 만들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생겨난 말인 것 같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만 보면 권영길 후보에게 남은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되고 있다.

권 후보는 전체 대선 후보들 간 단순 지지도는 고작 2~3%대에 그치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단일화 돼 '한나라당 이명박, 범여권 단일 후보, 민노당 권영길'로 3자 대결 시에는 꾸준히 8~14%에 이르는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단순 지지도에 비하면 무려 3배에서 7배나 되는 '지지율 폭등'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범여권의 지지층이 대통합이나 단일화 따위로 결집할 수 없는 정치 지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동영 지지자와 이인제 지지자라면 몰라도, 정동영 지지자와 이해찬 지지자, 문국현 지지자들이 후보끼리 상층에서 결합한다고 밑바닥 표까지 합쳐지는 게 아니란 점이다.

권 후보의 범여권 단일화 시 지지율 폭등은, 따분한 권영길을 피해 범여권의 흥미를 끌 만한 후보들에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지 후보가 무대에서 사라진 순간 '덜 미운 권영길이나 찍자.'는 '체념성 회귀'를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대선판이 급변해 범여권 단일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상태까지 가지 않는 한, 과거처럼 비판적 지지표 때문에 권 후보가 손해볼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오히려 '차라리 진보 세력이나 키워주자.'는 자포자기성 동정표를 가외로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현재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신뢰 붕괴'가 빚어낸 현상이라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결코 권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 지지하는 게 아니란 점에서 권 후보의 정치적 입지 또한 범여권 후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루한 권영길'에게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란 단비는 민주노동당에게 '대선 300만 표'란 꿈을 실현시켜주는 '구세주'가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로만 보면 권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할 게 아니라 당사에 물 떠놓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기만을 기원해야 할 판이다.

남북정상회담 성공에도 대선 영향 '전무(全無)'가 주는 교훈

그동안 한나라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막판 변수로 작용, 범여권에게 유리한 대선 지형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반면 범여권은 남북정성회담에서의 큰 성과로 대선판에도 '평화 이슈'가 '경제 이슈'를 덮으면서 한나라당 이 후보의 일방 독주 흐름이 어느 정도 바뀌길 은근히 기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연말 대통령선거의 판도를 뒤흔들 중요한 변수(變數)가 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담긴 표현이기도 했다.

마침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성과가 있었다거나 성공적이었다는 반응이 60~70%대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내용 발표 직후, 즉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선 판도와 관련하여 범여권의 기대와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고공에서 '나홀로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정상회담 이전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범여권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도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심지어 노 정권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친노 단일 후보인 이해찬 후보는 정상회담의 덕을 보기는커녕 오히려 급추락하면서 친노 세력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현재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무려 77.6%(SBS-한국리서치 조사)에 이른다. 국민들은 비록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대통령선거는 대통령선거다.'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각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는 점에서 대선 판세를 뒤흔들 만큼의 이슈가 돌출되지 않았다거나,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들이 향후 구체적인 검토와 준비가 필요한 사안들이고 당장 차기 정부에서도 이번 회담의 성과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부터가 불명확하다거나, 근본적으로 '한반도 평화'란 이슈 자체가 '미래의 문제'인 반면 '경제 이슈'는 당장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화 이슈가 경제 이슈를 밀어낼 만큼 파급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거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한나라당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각 대선주자 간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 차이도 별로 없어 '구도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설상가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극심한 파행을 겪는 등 범여권이 정상회담의 '과실'을 따먹을 처지도 못 된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쇼' 아닌 '정치적 실적'으로 말하라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큰 성과와 국민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들의 지지도에 거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국민들이 그동안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불쑥 꺼내든 돌출 변수나 정치적 이벤트에 의해 선거 결과가 왜곡되는 이른바 '깜짝쇼 효과'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과 면역력이 매우 커진 것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평상시 자신들이 쌓아온 '정치적 실적'이 아닌, 선거를 앞둔 기획과 이벤트에 기대 자신들의 과오를 기리고 승부를 보려는 얄팍한 '꼼수'에 더이상 국민들이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에 불과하다.

이미 국민들은 '노무현 학습효과'를 통해 더이상 정치적 이벤트나 의도적인 '특정 인물 띄우기'에 혹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총선 이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비단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경우뿐만 아니라 현재 범여권 대선 후보들에 대한 초라한 국민 지지도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은 현재의 정치권에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건 바로 "평소에 말과 행동이 다르고 수시로 지지자들을 배신하는 '좌충우돌의 정치인과 정치 집단'에 대해서는, 그들이 제아무리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철저한 반성과 책임 그리고 과거와 '단절'하고 진정성이 묻어나는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신뢰를 주지 않고 냉혹한 평가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노무현 학습효과가 낳은 커다란 '정치적 성과'이기도 하다. 이를 끝까지 외면하고 몰락을 자초할 것인가, 아니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그에 걸맞는 정치적 실천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획득해갈 것인가는 오롯이 각 정치인과 정치집단의 혜안과 역량에 달린 것이다.

그래서 "때가 너무 늦었다."거나 "벌판으로 나가 맨땅에 헤딩할 수 없다."는 항변들이 '그냥 이대로 살다 죽겠다.'는 의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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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5 [12:0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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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객 2007/10/15 [18:07] 수정 | 삭제
  • 쇼 그만 하고 실력으로 말하라는 대목이 따갑게 읽힙니다. 진작부터 실력 연마에 힘썼더라면 지금 같은 초라한 몰골은 아닐텐데 말입니다.잘 읽었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