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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매몰된 진중권씨의 사고방식
조중동에 비하면 방송매체는 양반, 비판위한 비판 멈춰야
 
소환   기사입력  2004/03/29 [00:52]

최근 진중권씨의 ‘사실은…’이라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중권씨가 사회의 모든 문제점들에 대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비판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실제 ‘조중동’의 사익추구적 입장에서의 정치편향적 보도태도도 문제지만 방송사의 정치중립성 자체도 다소 흔들리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량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족벌신문들의 무분별한 총선올인식 정치기사에 대해 비판없이 입다물고 있으라고 방송사에 요구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진중권씨는 방송사의 보도비평 프로그램들이 매우 정치지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는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진보누리에 글을 쓰고 있으며 실제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에 놓여있는 소위 우리당지지 논객들과 자주 의견충돌로 논쟁을 일으키곤 했습니다. 비록 무소불위의 언론권력 조선일보에 대항해 함께 싸워왔던 그들이었지만 상대방의 정치적 색깔이 분명해지고 사회적 이슈가 조선일보에서 정치주도세력의 교체라는 정치사안으로 관심의 포커스가 바뀌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충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안티조선’이라는 기준은 더 이상 논쟁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전선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중권씨의 언론문제에 관련된 글들은 오히려 안티조선운동과는 배치되는 친조선일보적 성향의 글로 오해되거나 실제로 조선일보가 악용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진중권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진중권씨의 일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근본적으로 진중권씨가 그들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정치적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통령 탄핵문제에 대해 보다 큰 관점인 민주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직 정치공학적인 입장에서만 바라보며 보도했던 조선일보와 같은 식이었습니다.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나 문제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변하게 될 정치적 환경이나 영향받을 자신들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식의 정치중심적 시야만으로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보게 되면 실제의 중요한 본질은 간과되기 쉽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의 오류가 고쳐지지 않게 되면 처음부터 잘못 분석된 현상의 이해가 계속 설파되고 그것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바로 대통령의 탄핵이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논리가 진실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진중권씨는 최근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언론에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매우 정치지향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론 역시 일정부분 정치성을 내포할 수 밖에 없고 최근 들어 영향력이 급성장한 인터넷언론의 당파성 문제가 기존의 과점신문매체 이상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소비자의 능동적 특성이 강한 신문이나 인터넷매체에 비해 수동적 특성으로 인해 파급성이 강한 방송매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전자의 경우처럼 가볍게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방송보도의 중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최근 방송의 보도태도가 족벌신문이나 인터넷매체들처럼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조중동’과 수구정치권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주장하는 방송의 중립성 훼손을 정당화해주는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일보는 그 전까지는 전혀 거들떠도 보지도 않았던 진보누리나 진중권씨의 글을 대대적으로 확대보도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진중권씨는 자신의 무분별한 비판적 시각이 조선일보에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방송사의 매체비평 프로그램들은 진중권씨가 우려하는 것처럼 심각할 정도로 정치적 편향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진중권씨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자신이 그런 정치적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족벌신문인 ‘조중동’은 정략적 관점만 존재하는 매우 위험하고 좁은 시야를 계속 유지시켰습니다. 그것은 탄핵의 결과가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떠나 얼마나 민주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심각한 문제인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결코 공공성이나 공정성이 유지된 양심있는 언론매체의 자세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잘못된 보도태도는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그런 문제를 지적한 방송프로그램들이 결코 중립성을 훼손했거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었다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진중권씨는 어제 일부 극우단체가 주관한 탄핵찬성집회에서 연사로 나온 송모씨가 영부인에 대해 학력차별적인 망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에서 여과없이 보도했다고 다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것 역시 진정권씨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매체프로그램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씨의 주장대로 이 사안을 별것 아닌 사소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침소봉대하여 정치적 공세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조선일보식 전술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중권씨 개인의 편향된 정치적 판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중동’은 탄핵찬성집회를 수십만이 모인 탄핵반대집회와 같은 비중으로 등가보도하고 있고 다른 매체에서도 탄핵찬성집회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두어 보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송씨의 발언이 나온 자리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중요한 공적 자리였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진중권씨가 비교했던 인터넷게시판 상에서 볼 수 있는 네티즌의 비이성적인 발언이 아니었으며 간혹 군중심리에 휩쓸려 명계남씨의 입에서 돌출되어 나오는 욕과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무심코 나온 발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송씨의 발언은 탄핵에 찬성하는 일반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수구족벌신문들의 지면을 통해 기득권 지식인들이 써 내려간 글을 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조중동’을 계속 접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시민들 사이에는 잠재적으로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어 상당부분 공감되는 정서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 발언이 단순히 선동을 위한 자극제로만 쓰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서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논리로 굳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족벌신문들의 만평이나 컬럼들은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SK출신들이 상고출신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득권층을 계속 자극해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발생한 영부인에 대한 돌출발언 역시 그렇게 저변에 확산되어 있는 기득권층의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족벌신문들이 늘 이용했던 식으로 그것도 공개된 자리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나왔던 것입니다.

과연 이게 진중권씨가 예로 든 네티즌의 단순하고 비상식적인 욕설과 단순히 비교할 사안일까요? 오히려 진중권씨는 족벌신문들의 만행에 저항했던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조중동’의 학벌중심적 차별적 요소에 대해 경계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어야 합니다. 또한 족벌신문들의 잘못된 보도태도로 인해 일반인들의 입에서조차 너무나 쉽고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심각히 고민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진씨는 오히려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언론이나 매체비평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웁니다.

진중권씨는 언제부터인가 본질을 외면한 채 비판을 위한 비판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사회에 일어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 시야만을 강조하며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중권씨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던 그것은 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치우쳐진 사고방식과 논리가 결국 사회전체에 일정부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진중권씨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진중권씨가 누가 뭐라 그래도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식인들 중 한 명으로 인식되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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