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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라크 24살 나감 신장병으로 시한부 생명, 열악한 의료환경 속수무책
 
한상진   기사입력  2004/07/28 [13:17]
7월 26일, 오늘은 디얄라 주의 한 시골에 사는 24살 먹은 나감이라는 아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합니다.
 
작년에 한국을 다녀갔던 살람이 하루는 죽어가는 한 친구를 살리고 싶다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에 없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별로 심각하지 않게 "이라크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있어서 도움을 필요 로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가 이 모든 사람을 모두 돌볼수는 없다. 먼저 내 마음을 움직여봐라. 네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한다면 한국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이 혹시나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몇일 후 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살람은 바그다드에서 약 두시간 거리에 있는 그녀의 집을 방문해 줄 것을 종용하였고, 저는 위험한 현지의 상황 때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동의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바그다드를 출발하여 점심 때 쯤 디얄라 주의 북쪽 조그만 시골마을에 위치한 그 아가씨의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서 들었던 그녀의 상태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살람에게서 모두 들었던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단지 가족들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한 후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신장에 이상이 생긴 것은 10년 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라크 내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족들이 했다는 것은 비닐봉지 가득히 들어있는 그녀의 진료기록이 말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오빠는 수술을 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신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왜 이라크에서 수술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라크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경우 대부분 죽었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10년간 치료받으면서 너무나 많은 신장 이식 수술 환자들을 목격하였고 그들 중 대부분은 수술을 받은 후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0여 년의 장기투병생활 끝에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24살의 나담     © 한상진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한쪽 신장에만 이상이 있었는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병세가 악화되었고 지금은 양쪽 신장 모두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이라크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닙니다.
 
또한 오빠의 신장 이식 제안에 그녀는 신장을 이식 받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이라크에서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와 신장 이식을 한 사람 모두가 부적절한 사후 치료 때문에 모두 죽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빠마저 죽게 만들고 싶지 않은 그녀의 배려였습니다.
 
그녀의 가족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겠지만, 확실하게 어떤 도움을 약속할 수는 없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자, 그녀의 오빠 중 한사람은 “위험한 상황에서 위험한 지역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아직까지도 간혹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교전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교전이 벌어지는 정도의 뉴스로는 기자들도 찾지 않을 만큼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진 지역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살람이 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일 차례입니다.
 
제발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24살의 젊디 젊은 청춘이 14살 어린 나이부터 질병으로 신음하다가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 나감은 양쪽 신장의 기능을 모두 상실한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의사들은 나감의 치료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신장 이식만 하면 나감은 살 수 있습니다. 다시한번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는 노력에 모두 동참해 주시기를 호소 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의료단체나 의료 기관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나감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자 분들은 기사를 통해서 나감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한 도움을 호소하는 기사를 써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다른 분들은 나감의 치료비를 위한 모금에 동참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도 나감의 소식을 알려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려 주십시오. 여러분들의 이런 노력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나감이 살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사실 이슬람교에서는 환자들에게는 기도의 의무가 면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살람이 나감을 방문한 후 써서 제게 보내준 나감에 관한 글입니다.


사담 후세인정권의 군사 독재에서 이라크 사람들이 해방되고, 이라크에서 전쟁의 유령이 사라진 후, 새로운 재앙이 시작되었다. 집과 병원을 새로짓고 사회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등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또한 이런 노력을 도우려는 단체들이 정치싸움의 피해자가 되는, 무기와 폭탄을 이용한 전쟁보다 더 끔찍한 혼란이라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24살의 아가씨 나감 모함마드는 의약품의 부족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러한 피해자 중의 한사람이다. 그녀는 신장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혈액의 공급이 불규칙해졌고 땀을 흘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오랜 투병으로 그녀의 뺨은 핼쓱해졌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은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을 앗아갔고, 허약해진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서 건강할 때의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저는 신장과 등과 다리와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어요. 두통은 신장 때문에 생긴거죠. 날씨가 추워지거나 또 너무 더워지면 통증은 더 심해지고 또 짠음식이나 너무 기름진 음식 그리고 고기나 우유를 먹어도 통증이 심해집니다"라고 나감은 천천히 말했다.
 
그녀가 사는 마을의 물사정은 열악하고 전기는 하루 중 16시간 동안 들어오지 않으며, 40도가 넘는 힘든 날씨 때문에 나감은 잠을 이룰 수 있는 날은(그녀는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지붕 위에서 잠은 잔다.
 
"간혹 아무런 이유없이 통증이 오기도 해요"라고 나감은 아주 작고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다섯 명의 자매와 네 명의 형제 그리고 부모님, 이렇게 대가족과 함께 살고있다.  그들은 약간의 곡식을 기를 수 있는 작은 농토만을 갖고있다. 그래서 이란과의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화물차의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아무런 약품도 생산할 수 없는 이라크에서 너무 비싼 약값 때문에 나감의 병은 가족의 경제적 상황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디알라(그녀가 사는 주)의 병원 상황이 열악해서 우리는 간혹 그 아이를 바그다드의 병원으로 데리고 갑니다"라고 그녀의 나이든 어머니는 말했다. "하지만 열악한 의약품 상황과 적절하지 못한 치료 때문에 바그다드의 병원에서 그 아이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어요"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의 집은 바그다드에서 동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훔린(Humreen)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에 있다. 이 지역은 저항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역이어서 훔린에서 바그다드까지 오는 길은 무척 위험하다. 나감은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치료를 받으러 바그다드로 나와야만 한다.
 
"그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몰라서 나는 항상 그 아이의 신분증을 갖고 다닌답니다. 한번은 나 혼자서 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그 아이가 의식을 잃었고 의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단지 신만이 그녀를 도울 수 있습니다“고 했어요. 그녀의 어머니는 의사가 약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당신의 딸을 더 이상 더울 수 없습니다. 우리의 능력을 벗어났어요"라고 말했다.
 
끔찍한 일은 이 병원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바그다드대학 의대 학생들을 위한 실습장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나감은 칼레드 압둘라 선생이 가장 좋은 의사라고 말했다. 그는 그 병원에서 가장 나이 많고 가장 실력이 좋은 의사이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에 한번밖에 병원에 출근하지 않는다. 그는 개인병원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칼레드 선생마저도 그녀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줬다고 나감은 말했다.
 
"좋은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내 가족은 내가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를 그에게 데리고 갔지만 별 소용이 없었어요. 누구도 제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했죠. 만약 좋은 의사가 있으면 거기엔 좋은 약이 없었기 때문이죠" 라고 그녀는 말했다. 또 한번은 좋은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었는데, 그 의사는 그의 형제가 암살당한 후 이라크를 떠나 버렸더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제게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나감은 말했다. "나는 내가 언젠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요. 저는 제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고통을 참기는 정말 힘듭니다"
 
▲전쟁 이후의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인 나담     © 한상진

다음날 아침 그녀가 잠을 자던 지붕에서 내려왔을 때 그녀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고통에 지쳐서 완전히 기진맥진이 되어서 눈을 뜨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가쁘게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곳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매일 아침 이렇게 고통스러워 한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만약 자신의 신장이 나감에게 적합한 것이라면 제공할 용의가 있노라고 나섰지만, 열악한 환경과 경험 및 의약품의 부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술 중에 죽어갔다. 



나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실 분은 이메일을 통하여 제게 직접 연락을 주셔도 되고 한국에서는 ‘함께가는사람들 (http://www.ihamsa.net)의 오승은씨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연락처 : 019-668-1450  이메일: seungeun5@hotmail.com
후원구좌는 : 우리은행 : 513-155893-02-101 함께가는 사람들(김영경) 입니다.
 
* 필자는 현재 이라크에서 평화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Peace Education Center in Baghdad
Han, Sang Jin
e-mail: hansangj@hotmail.com
URL: www.iham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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