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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속까지 친미’인 MB는 미국 대통령?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불평등 조약 폐기하려면 정권교체가 최상의 과제
 
김주언   기사입력  2011/12/01 [17:25]
“우리 마을 이씨와 저쪽 마을 오씨가 장사를 했어요. 장사를 하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자기이익을 챙기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상대편 입장에서는 도저히 박수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쪽에 가서 박수를 많이 받았어요. 훌륭하다고. ‘이건 이상하다. 어떻게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우리 노동자는 크레인 위에 매달아 놓고, 미국 야구 모자를 쓰고, 뽀뽀는 한국 야구장에서 했고…. 오씨가 우리 마을에 왔으면 그렇게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겠어요? 경제논리를 따지기 전에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머 훌륭하시다. 재선하시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미국 대통령으로!”

방송인 김제동씨가 한미FTA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한 ‘우리 마을 이씨(이명박 대통령)와 저쪽 마을 오씨(오바마 대통령) 이야기’의 골자이다. 한미FTA의 폐해를 이처럼 알기 쉽고 간명하게 설명한 사례는 드물다. 최은배 판사의 지적대로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은 한국현대사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날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된다. ‘날치기 의회 폭거’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 151명의 이름과 지역구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면 탁현민씨가 곡을 붙인 ‘매국송’의 흥겨운 가락에 맞춰 흥얼거린다면 쉽게 외울 수 있다.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FTA 협정은 반역사적 문서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한미FTA 범국민운동본부의 지적대로 “한국사회의 1%만을 위한 협정이며 노동자와 서민, 농민에게는 생활고를 더욱 심화시킬 반서민적 협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공공정책에 심각한 제약을 가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입법 사법 국가주권에 심각한 제약을 주는 매국적이고 위헌적인 협정”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이라는 미명아래 ‘빈익빈 부익부’를 통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켜온 이명박 정부는 이제 재벌과 부자들 ‘1%의 탐욕’을 위해 대다수 국민 ‘99%의 분노’를 억누르려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비공개로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회의의 원안이 무엇인지도 알리지 않은 채 한미 FTA 협정을 날치기로 처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말끝마다 ‘국익’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이익 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택하고 말았다. 최근 폭로된 ‘위키리크스’의 내용을 보더라도 한국측 협상 대표들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언론의 접근조차 봉쇄하고 비준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한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내세운 ‘국익’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했다면, 왜 그들은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미FTA는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다. 그나마 한국 측의 이익이라고 꼽히던 자동차협상 실익마저 지난 해 12월 재협상으로 사실상 소멸되고 말았다. 수년 동안 ‘재협상은 없다’, ‘점 하나도 못 바꾼다’고 말해왔던 정부는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셈이다. 결국 잘 나가는 수출대기업을 위해 농민은 물론 중소 제조업체나 자영업자들이 희생양이 되었고,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궤멸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피해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버스 지나간 뒤 손 드는 격’이다.

협정 비준 이전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보수신문과 방송들은 협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앞 다퉈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을 집중 조명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을 지지했던 이들 언론조차도 협정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수법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킨 미국에 대한 체면치레 때문이었을까. 미국 사설업체가 돈 받고 작성해준 연설문을 읽으며 미국 의원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데 대한 답례나, ‘친구’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에 대한 보답은 아니었을까.

한나라당의 ‘의회 폭거’ 이후 99%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전국 각지에서는 연일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을 든 이들의 함성은 ‘매국노’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러나 ‘애국 시민’에게 돌아온 것은 경찰의 물대포 세례였을 뿐이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날치기에 비통해 하는 농민에게 염장을 질렀다. 어렵게 생업을 꾸려가는 영세농민에게 “농업도 수출산업”이라고 해서 화를 돋웠다. 2008년 촛불집회 때 등장한 불통의 상징 ‘명박산성’이 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29일 한미FTA 이행을 위한 14개 부수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미FTA 비준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FTA가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야5당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은 주권자의 동의 없이 주권이 강탈당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한미FTA 비준 서명은 정권 붕괴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5당은 6개월 뒤 총선에서 과반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효력을 정지시키고 1년 뒤 정권이 교체되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한미FTA는 한쪽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폐기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 협정문 24.5조 3항에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 통보한 뒤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이 규정에 따라 어느 한쪽이 협정의 종료에 대해 서면통보를 한 뒤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불평등 조약을 폐기하려면 정권교체가 최상의 과제인 셈이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는 투표이다. 국민은 이제 내년 총선과 대선 때 두고 보자는 다짐을 되새기고 있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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