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는 경제시장 '합방'
- 선 발효중단과 재협상, 안되면 폐기
- 문제 드러났으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 쌍용차 1000일 "죽음을 멈춰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 (한미FTA저지 투쟁위원장)
민주통합당 의원 중에서도 가장 강경하게 한미 FTA를 반대해 온 분이죠. 정동영 의원 만나겠습니다. 정 의원님, 안녕하세요?
◆ 정동영> 안녕하세요. 정동영입니다.
◇ 김현정> 박근혜 위원장이 어제 이렇게 말했죠. “본인들이 추진한 한미 FTA를 '재집권하면 폐기하겠다'고 하다니 나라를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다”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정동영> 맞습니다. 우리가 추진한 거. 그런데요. 그것이 잘못됐다고 드러났으면 늦게라도 바꾸는 것이 맞죠. 예를 들면 을사조약. 약속이고 조약이죠. 유신헌법. 헌법 아닙니까? 그렇지만 박 위원장 말씀대로라면 우리가 지금도 일제 식민지이거나 유신체제에 사는 것이 옳습니까? 그걸 철폐한 것은 정의죠. 한미 FTA, 이것은 우리 국민의 삶에 특히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죠.
◇ 김현정> 남경필 의원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노무현 정부 때에서 바뀐 것이 자동차분야 한 가지밖에 없는데, 이제 와서 문제라고 한다면 그 당시에도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냐”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정동영> 두 가지가 다르죠. 하나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니까 보십시오. 2008년 미국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는 미국이 노무현 정부 때 FTA에 대해서 그렇게 왈칵 덤비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2008년에 월가가 무너지고 미국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고 방향 전환을 모색하면서 그 뒤에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금융자본주의가 우리가 따라갈 모델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검토와 성찰이 지금 이뤄지고 있죠.
두 번째는 지금 국민, 우리 대한민국 내부에서 '계속 이런 방향의 경쟁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 부자감세나 토건 위주의 성장, 개발. 이런 삶의 방식, 경제의 방식이 맞는 거냐' 하는 의심과 새로운 모색. 그것이 바로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주의고요. 또 국가의 역할 강화를 통한 복지국가의 길, 이게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이게 충돌하고 있지 않습니까? FTA도 하고 복지국가도 하고.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 김현정> 이 부분을 덧붙여서 남경필 의원이 "세계경제환경이 바뀌어서 그때는 됐어도 지금은 안 된다 말하는데, 그러면 한-EU FTA, 한-중 FTA는 어떻게 할 거냐. 그것도 다 하지 말아야 되느냐?" 어떻게 답변하시겠어요?
◆ 정동영> 그거와는 다르죠. 말하자면 우리가 칠레라든지 싱가포르라든지 우리보다 작거나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하고는 서로 상호이익이 될 수 있죠. 그러나 미국처럼 압도적인 군사, 외교적인 또 정치적인, 문화적인 이런 힘을 가진 나라와 사실상 경제시장합방인데요. 주의해야 하는 것이죠.
◇ 김현정> 지금 '경제시장 합방'이라고까지 표현하셨네요?
◆ 정동영> 사실상 미국과 FTA를 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우리 국민이 잘 모르시지 않습니까? 중동의 몇 나라, 중남미의 몇 나라, 미국 군사기지가 있는 나라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싱가포르와 호주 두 나라가 예외일 뿐인데요. 우리는 SOFA가 있고요. 그 다음에 한미 FTA가 있어요. 이런 틀 속에서 앞으로 100년을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한반도의 평화를 나름대로 동북아의 긴 비전속에서 모색해 가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합방이라고까지, SOFA에까지 비견을 하실 정도라면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을 하시겠어요? 그때와 지금의 경제상황이 바뀌었어도 말입니다.
◆ 정동영> 저는 미래 전략에 대한 판단착오였다고 봅니다. 한미 FTA가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추진했습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오늘 꼭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말씀. 남경필 의원은 이 질문하셨어요.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 좀 정확하게 밝혀 달라, 재협상이냐, 폐기냐? 여론에 따라 자꾸 바뀌는 것 같다” 어떻습니까?
◆ 정동영>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효를 중단하라"는 요구입니다. 발효를 일단 해 놓고 나면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복잡하고 갈등적인 요소가 불거지기 때문에 일단 한국 내 저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일단 발효를 중단해 놓자.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10가지 재협상에서 반영할 사항을 가지고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만일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효가 될 경우에 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단계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단계라는 것은 4.11 총선 이후에 FTA의 효력정지를 위한 여러 가지 의회에서의 조치와 함께 정권 교체 이후에는 협정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종료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라는 것을 시간표대로 밝히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처음부터 그 입장이셨던 건가요? 아니면 지금 좀 바뀐 건가요?
◆ 정동영> 그 출발점은 작년 11월 22일 날치기 된 FTA를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이죠. 11월 22일 그 소동 속에서 날치기를 한, 국격을 떨어뜨린 그 FTA를 우리는 원천무효라고 보는 것이죠.
◇ 김현정> 이번 총선에서 강남 (을) 출마 결정을 하셨죠?
◆ 정동영> 예.
◇ 김현정> 새누리당에서는 강남 (을)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카드를 지금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확정은 물론 아닙니다만, 만약 두 분이 붙게 된다면 상대가 마음에 드세요?
◆ 정동영> 기왕이면 FTA에 관한 대표선수끼리 본격적으로 붙는 게 좋겠죠. 그런 점에서는 김종훈 씨보다는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나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한미 FTA 반대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호언을 하셨는데요. 한미 FTA에 대한 신념이 그렇게 강하다면 서울 어디든, 강남 어디든 출마해서 맞붙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자신 있으십니까?
◆ 정동영> 우리 국민이 이 FTA가 우리 아들, 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사법주권, 그리고 정책주권, 경제주권을 잘라내는 결정적인 훼손, 그것을 알기만 하면 절대로 FTA를 찬성할 리가 없습니다. 지금도 FTA에 대한 실질적 반대의견을 가진 국민이 열에 일곱에 달합니다.
◇ 김현정> 여론조사 부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인용하는 것과 민주통합당이 인용하는 것이 좀 달라서 그렇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박근혜 위원장 나와라. 그 정도 붙어도 나는 자신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 정동영> FTA가 그렇게 옳다면 박근혜 위원장이 직접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늘이 쌍용차 사태가 시작한 지 1000일이 되는 날이어서요. 잠깐 그 질문 드리고 가죠. 1000일이 되도록 해결 방법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있나요? 왜 이렇게 해결방법을 찾기가 어렵습니까?
◆ 정동영> 정말 안타깝습니다. 21분이 목숨을 끊거나 잃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전염병이 돌아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평택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3000명의 노동자들은 우리 국민의 무관심, 그 시야의 바깥에서 아무도 모른 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원로분들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백낙청 선생님, 함세웅 신부님, 김상근 목사님, 백승헌 전 민변회장 이런 분들하고 말씀을 나눠서 스톱21. "이제 21명에서 제발 죽음을 그치게 하자. 희망시국회의를 하십시다. 그래서 다음 주 21일에 상징적으로 '2월 21일 스톱21'. 21명에서 이 죽음을 그치게 합시다" 하는 희망시국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청취자께서 이런 말씀 주셨는데요. “쌍용차 1000일의 비극이 끝나야 하는데 거리를 보면 쌍용차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쌍용차가 회생이 안 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좀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동영> 어쨌든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2년 반 전에 노조, 그리고 시민사회와 정부와 사용자가 합의한 게 있습니다. 그 합의내용을 지키려는 노력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21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약속이라는 건 중요합니다. 약속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죠. 약속을 지켰으면, 그중에 한 명이라도 무급휴직자 가운데 복직이 이루어졌더라면 희망이 생겼을 거 아닙니까? 죽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희망이 생겼을 텐데, 그 약속을 휴지통 속에 던져버리는 순간,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 희망은 사라지고 연쇄적인 이와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것을 그냥 두고만 보시겠습니까?
◇ 김현정> 쌍용차가 아주 회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못할만큼은 아닐거다...
◆ 정동영> 지킬 의지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쌍용차가 그 정도의 힘든 상황은 아니다.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들어야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