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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인들, “아이 갖지않겠다” 선언
이라크참전 미군들, 열화우라늄탄 영향 기형아 우려
 
안찬수   기사입력  2003/09/29 [17:04]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한창이던 때이던, 지난 3월 28일 미군은 이라크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미 국방부 보건문제 담당자인 마이클 커패트릭은 A-10 공격기, 해리어 전투기, 에이브럼스 탱크 등에서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됐다고 밝혔던 것이다.

세계적인 인권 단체들은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베트남전 참전 용사 가운데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도 비판을 한 바 있다. 이 전우회의 사무총장 김성욱 씨는 “전쟁은 본래 이기기 위한 것이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며 “열화우라늄탄이 후유증을 낳아 참전자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당장 사용을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걸프 전쟁 당시, 1991년 1월 17일부터 이라크에 대해 공습을 단행하기 시작하여 1개월간 10만여 회에 걸쳐 공중폭격을 감행한 바 있다. 2월 28일 공식적으로 전쟁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이라크에는 63만 파운드의 열화우라늄(DU, Depleted Uranium, 劣化우라늄) 탄이 투하됐다. 이때 사용된 열화우라늄탄으로 말미암아, 참전했던 병사들에게는 이른바 ‘걸프전 증후군’이 생겨났다.

▲극심한 뇌수종을 앓고 있는 이라크 아기. 대뇌신경도 손상되어 있다.     ©지오리포트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이나 영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열화우라늄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일 뿐이다. 과연 그런가?

미 특수부대 특무상사였으며, 현재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는 스탠 고프는 아래의 글을 통해 이라크에 참전한 병사의 부인들이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스탠 고프(Stan Goff)는 <무시무시한 꿈--미국의 아이티 침공에 대한 어느 병사의 회고>(소프트 스쿨 출판사, 2000년)의 저자이며, 조만간 출간된 <완전한 무질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미군의 즉각적인 귀환’ 운동의 대외협력위원회의 위원, 퇴역한 특수부대 특무상사이기도 하며, 현역 병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옮긴이 주)


▲스탠 고프(Stan Goff)가 쓴 글 원문  
손자가 작년 12월에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의료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워마크 군의료센터’에서 태어났다. 분만 출산실은 여느 호텔 방보다 더 좋았다. 간호와 처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군 의료 시설(현재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기업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대립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손자가 거기서 태어난 것은 그 아이의 아버지 즉 내 아들이 군인이어서 그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아들은 현재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강변에 있는 옛 궁전에 주둔하고 있다.

아들은 미군이 그곳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4-5주나 걸리는 우편물을 기다리며, 또 날아오는 박격포에 귀를 기울이면서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이 돌아왔을 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아이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손자 아이는 완벽했다. 내가 아이의 조부모이기 때문에 이런 상투적인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사무실이나 집에 손자 아이의 사진이 넘쳐날 정도로 많으니까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의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있어야 할 부위가 모두 있고, 그런 부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아이를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손자 아이는 큰 폐와 부두노동자와 같은 손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이는 결코 아파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음악과 다람쥐와 오토바이에 호기심을 느끼는 듯싶다. 얼굴에 바람이 불면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짓고, 흥분을 하면 괴로운 소리를 낸다.

나는 이 아이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으며, 온갖 응석을 다 받아주고 있다. 그리고 이미 한 권의 책을 아이한테 바쳤다. 그리고 좀더 많은 손자 녀석들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의 손자를.

맥신 워터즈(Maxine Waters) 의원이 조직한 의회 청문회에서 나를 포함한 10명의 군인가족이 부시의 전쟁을 반대하는 증언을 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 젊은 부인 한 분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자신과 현재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남편은 앞으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그 이후 우리들 ‘미군의 즉각적인 귀환(Bring Them Home Now)’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군인 가족들한테서 그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열화우라늄’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내 손자 녀석은 지금 걷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다. 그래서 선뜻 걷지 않고 살금살금 걷는다. 그래도 아이는 아홉 달까지 살아남기 위해 대수술을 할 필요는 없으며, 갑상선이 없는 채로 태어나거나, 두개골에 배농관(排膿管)을 찔러 넣어야 하거나, 소화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채 태어나서 여러 전문의들의 조사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일들은 현재 이라크의 어린이들에게 본래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사의 아이들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다. 군인 가족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 ‘미군의 즉각적인 귀환’ 운동의 누리집(http://www.bringthemhomenow.com/)에서 발췌한 편지들이 있다. “제 남편과 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답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노출되었을 어떤 물질이 출생 이상을 일으킬 것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이 전쟁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의 제 인생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겁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라크에서의 ‘극단적인 출생 이상(extreme birth defects)'의 사례를 보여주는 사진을 게시한 이 누리집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출생 이상은 깜짝 놀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군인 가족들이 표명하고 있는 두려움이 결코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아닌 것이다. 

내가 이런 사진을 보는 것은 좋아하게 된 것은, 이런 종류의 ‘불쾌한(offensive)’ 이미지들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언론의 예의 바른 태도가 일종의 범죄 행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다. 전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사체를 볼 필요가 있다.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군인들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진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렇듯 심각한 기형의 상태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군 병사의 사체와 불구 상태와 기형을 포함해서, 죽은 이들의 사진, 팔다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진, 기형 상태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도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항상 보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부정적이다.

열화우라늄이 무시무시한 기형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미국과 영국의 정부 관계자들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이라크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놀랄 만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군축연구센터(Arms Control Research Centre)의 로스 B. 미르카리미(Ross B. Mirkarimi)는 “이 지역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린이들이 가장 비싼 대가 즉 DNA의 완전성을 지불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1992년에 간행된 보고서에 나오는 것이며, 대체로 이라크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혹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으므로) 미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열화우라늄을 연구하고 있는 서방 세계의 사람들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 제재를 통해 이라크인 수백만 명을 서서히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행위는(대부분 어린이들이 죽었다)은 미국인의 분노를 일으키지 못했다.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는 이런 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문을 받고 “그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종차별주의가 미국의 외교 정책이나 국내 정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미국인들이 거의 발언하지 않는 사실은 나로서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현실에 눈을 뜨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인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종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군은 열화우라늄과 살충제를 뿌려놓은 제복, 구충제, 독가스, 충분한 시험을 거치지 않은 면역 주사의 이상한 혼합이 각기 따로 혹은 서로 겹쳤을 때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내기를 걸고 있는 것이다. 모든 ‘생물의학적인 신병들(biomedical chickens)’이 자업자득의 결과를 일으키기 전에 소요될 3년, 6년 혹은 20년간이 지나갈 수 있는지. 그런 뒤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할 수 있을지.

입대할 때 “나는 여기서 내 DNA의 완전성을 포기합니다”라는 계약서에 서명할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정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아들이 둘째 아이를 갖겠다고 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10월 25일 워싱턴 D.C에서 보여주자.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자. 고상한 척 예의바른 태도는 집어치워라.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누리집의 사진들을 바로 여기 백악관의 대통령(president@whitehouse.gov ) 앞으로 보내자. (*이라크 추가 파병에 찬성하는 분들에게도 보내자. 옮긴이 주)

관련사이트 및 기사:
http://www.bringthemhomenow.com/
http://www.georeport.net/news/articleview.asp?menu_code=&no=12781

원문은 http://www.counterpunch.org/goff09242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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