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휘두르는 사정의 칼날이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으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다. 최근 검찰은 적극적으로 소비자운동을 펼친 네티즌 2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가 하면 검사 5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조직해서 MBC〈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배임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수사한지는 한참됐다. 무리하기 짝이 없는 수사를 왜 하나? 검찰은 자신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검찰권이 공명정대하게 행사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는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나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수사, MBC〈PD수첩〉에 대한 수사 모두 청와대와 한나라당 혹은 조중동의 강력한 주문이 있은 이후에 이뤄진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쉽게 말해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정치권력 및 언론권력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검찰의 수사방법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리 적정해 보이지 않는다.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고작해야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출국금지명령을 내리는가 말이다.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취재자료 원본을 요구하는 검찰의 행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보를 양보해〈PD수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해도 이는 보도를 기준으로 할 일이지 취재 자료 원본을 기준으로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열거한 사건 모두 법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검찰에 결코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오죽 궁색했으면 네티즌들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의 테프트 하틀리법을 끌어들였을까?〈PD수첩〉사건의 경우는 명예훼손의 객체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정연주 사장의 배임혐의 역시 “소송 당시 조정안 수락은 실무회의, 법무법인 자문,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조정안이 확정된 2005년에도 한국방송공사는 당기순이익이 20억원 이상 발생했기에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정 사장이 무리하게 조정에 임할 까닭이 없었다"라는 정 사장 변호인단의 항변이 설득력이 있다. 처벌가능성도 매우 낮고 수사방법도 부적절해 보이는데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를 한다는 세간의 의혹까지 받아가면서 검찰이 네티즌 등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이유가 대관절 무언지 모르겠다. 적어도 이런 저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과거 검찰은 특정 사건에 대해 실체적 진실 규명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 때마다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의혹해소기관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민들을 위하(威嚇)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주장의 진위 여부야 알 수 없으나 검찰이 이런 비판을 자초한 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검찰의 억약부강 억강부약(抑强扶弱)이란 말이 있다.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뜻이다. 모름지기 공익을 대표하는 검사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그런데 근래 검찰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억강부약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히려 이건희 부자 앞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힘없는 네티즌들에게는 서릿발 같은 지금의 검사들을 보면 억약부강(抑弱扶强)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검찰청법 4조를 보면 대한민국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를 주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집행을 지휘.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은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책임있게 사용하는 데 버거움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을 가지고 검찰이 부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퍼뜩 드는 생각이 검찰이 가진 기소독점권을 다른 기관과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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