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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촛불축제'…시민의식 '촛불'만큼 빛났다
범국민적 운동 확대 …경찰 폭력적 시위진압 방식 아쉬워
 
고영규   기사입력  2008/06/04 [19:45]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문화제가 한달여 이상 장기화되면서 중고생과 학부모에서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직장인들까지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진압 경찰에게 돌을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과격시위는 사라진 대신 공연이나 퍼포먼스 등을 통해 문화제를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눈에 띈다.
 
▲ 'Again 1987, 6월의 함성이여'
 
사무·금융직 노동자 등으로 대표되는 '넥타이 부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일어섰다.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은 4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87년 6월 전두환 정권에 맞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군사정권의 몰락을 주도했던 사무·금융 노동자들이 21년 만에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저항의 촛불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개별적이고 산발적인 촛불 문화제 참여가 아니라 지금부터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참여해 국민과 함께 강력한 저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무금융노조연맹은 이에 따라 서울 명동과 광화문, 여의도, 강남역 등 사무·금융 노동자들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출·퇴근과 점심시간 등을 이용, 선전전을 진행하고, 단위 사업장별로 노동자 행동 조직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또 오는 9일과 10일을 '광우병 쇠고기 고시철회 및 전면 재협상 촉구, 이명박 정권 규탄 사무·금융 노동자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촛불 문화제에 동참할 방침이다.
 
전국 사무금융노조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87년 6월 독재정권의 몰락을 주도했던 것처럼 21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각오로 다시 한번 분연히 일어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넥타이 부대'는 지난 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4·13 호헌(護憲) 조치에 항의하는 6·10항쟁에 합류해, 87년 6월 정국의 풍향계를 바꿔놓은 한 축으로 당당히 등장했다.
 
이들의 저항으로 같은 해 6월 29일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은 결국 '직선제 개헌'과 '김대중 사면복권', '언로자유 보장' 등 8개항의 특별선언을 발표했다.
 
▲ 서울대 동맹휴업…대학가 본격 가세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과 장관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동맹휴업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재협상과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에 대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89%로 5일 하루 동맹휴업에 들어간다.
 
총학생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 요구와 장관 고시 철회는 물론 지난 1일 새벽 발생한 경찰의 서울대 음대생 폭행사건과 관련,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는 이정재 학생처장 명의로 경찰청장에게 공문을 보내 유감의 뜻을 전했고,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법대 대학원생 40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밖에 성공회대와 부산대 등 부산지역 5개 대학은 지난 3일과 4일 하루 동맹휴업했으며, 고려대와 성신여대, 전남대, 조선대, 청주교대 등도 동맹휴업 실시를 위해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학가 투쟁이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 성숙한 시민의식 '촛불'만큼 빛났다
 
촛불 문화제가 한달 넘게 계속되면서 집회 문화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악단과 퍼포먼스 공연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시민들도 과격한 행동 대신 소품을 이용하거나 노래를 개사해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4일 밤 촛불 문화제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협상무효, 광우병 미 쇠고기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클래식과 가요가 연주돼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광우병 소 의상을 입고 춤을 추거나 쇠고기 협상장면을 즉흥적인 연극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가사를 바꿔 노래와 율동을 곁들여 인기를 끌었다.
 

또 일부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막은 전경버스에 '불법주차 즉시 견인'이라는 스티커를 붙여 경찰들의 준법정신을 강조했으며, 거리행진에 따른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교통경찰을 자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 문화제가 장기화되면서 폭력과 야유 대신 시민 모두가 하나돼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성숙한 집회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 경찰, 시위진압 방식 세련미 아쉬워
 
군홧발 폭행에 방패와 물대포, 심지어 기왓장 투척까지. 2008년의 대한민국 경찰 시위진압 방식은 '공안정국', '폭력경찰', '과잉진압'이란 비난을 사는 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촛불 문화제부터 달라졌다.
 
청와대 길목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주변과 경찰청 정문 앞에 수십여대의 전경차로 '차벽'을 만든 대신 전의경들은 사실상 숨겨놨다고 할 정도로 시위대와 격리시켜 물리적 충돌을 원천적으로 피했다.
 
일부 격앙된 시민이 전경버스에 올라가도 끌어내리는 대신 '내려가주세요'라며 대화로 해결하는가 하면 타이어 바람을 빼도 제지하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민들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고 충돌을 피하려는 경찰의 대응에 거리행진은 평화적으로 끝났다.
 
비폭력 시위에 맞는 경찰의 세련된 진압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CBS사회부 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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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04 [19: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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