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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일자리 창출효과 거의 없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10 [10:14]
지난 4일 경부터 그 황당무계한 한미FTA 광고가 지하철에 버젖이 또 등장했습니다.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 명의로 나온 이 광고는 “10년간 일자리 창출 34만 개,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 23억불, 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이라는 주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이 중에서 “10년간 일자리 창출 34만 개, 향후 10년간 연평균 수출증가 23억불”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2018년 소비자 혜택 20조원”에 대한 비판 글은 분량이 많아 다음 기사에서 다루겠습니다) 

한미FTA로 매년 3.4만개 일자리 창출하려면 0.6%p씩 추가성장해야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는 지하철 벽면에 올린 광고에서 한미FTA  발효로 10년간 34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한미FTA 발효로 1년에 평균 3만 4천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과연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한미FTA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의외로 아주 간단합니다. 한미FTA로 예상되는 추가 경제성장률만 산출하면 고용창출효과는 쉽게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자료-1] 연도별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수
(연도)-(성장률)-(취업자수)-(취업자수증감)-(성장률1%p당일자리창출)
2002---7.0%---2216.9만명---59.7만명----8.5만명
2003---3.1%---2213.9만명--(-3.0)만명----***
2004---4.7%---2255.7만명---41.8만명----8.9만명
2005---4.2%---2285.6만명---29.9만명----7.1만명
2006---5.0%---2315.1만명---29.5만명----5.9만명
2007---4.9%---2343.3만명---28.2만명----5.8만명 
(자료 출처) : 통계청, 한국은행

[자료-1]을 보면 우리 경제가 향후 가까운 미래에 1%p 추가 성장을 하게 되면 5.5~6.0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경제가 한미FTA 발효로 매년 3.4만명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향후 매년 0.6%p씩 추가성장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향후 우리경제가 가까운 미래에 한미FTA 발효의 영향으로 매년 0.6%p씩 추가성장을 할 수 있느냐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만약 한미FTA 발효로 이 정도 추가 성장이 불가능하다면 한미FTA 발효로 매년 3.4만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정부와 국책연구소 주장은 근거없는 낭설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미FTA로 매년 0.6%p씩 추가성장하려면 수출 60억불씩 추가증가해야.

그러나 수출을 확대해서 추가 성장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료-2]연도별 수출증가액과 경제성장률
(연도)---(수출총액)--(수출증가액)-(경제성장률)
2002---1624.7억불---120.3억불---7.0%----17.2억불/1%
2003---1938.2억불---313.5억불---3.1%---101.1억불/1%
2004---2538.4억불---600.3억불---4.7%---127.7억불/1%
2005---2844.2억불---305.7억불---4.2%----72.8억불/1%
2006---3254.6억불---410.5억불---5.0%----82.1억불/1%
2007---3714.9억불---460.2억불---4.9%----93.9억불/1%
(자료 출처) : 통계청, 한국은행

[자료-2]에서 보다시피 우리 경제는 최근 몇 년 간 1% 추가성장하는데 수출을 70~130억불 추가로 증가시켜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도 1% 추가 성장을 하려면 100억불 정도의 추가 수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즉 우리 경제가 한미FTA 발효로 매년 3.4만명의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향후 매년 0.6%p씩 추가성장을 해야 하고, 매년 0.6%p씩 추가성장을 하려면 한미FTA 발효로 매년 60억불의 추가수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와 국책연구소들 스스로 한미FTA 발효로 인한 수출증가효과를 60억불로 추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료-3] 2006.1.18 대외경제연구원 발표자료 주요 내용.
*실질GDP 증가효과
-단기(정태)효과-----0.42%p
-중장기(동태)효과---1.99%p(10년간)--1년에 0.2%p
*대미수출효과 
-단기(정태)효과-----54억불 증가
-중장기(동태)효과---71억불 증가(10년간)
*대미무역수지
-단기(정태)효과-----42억불 흑자감소
-중장기(동태)효과---51억불 흑자감소(10년간)

 대외경제연구원이 2006년 1월 18일 발표한 위의 자료에 의하면, 이들은 한미FTA 발효의 영향으로 수출이 매년 7억불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치들은 2007년 4월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 나온 산업연구원의 의견과도 상당히 유사하게 일치합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자동차산업 팀장은 ‘3000㏄ 이하 승용차 관세 철폐 첫 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FTA 체결 전에 비해 6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매일경제신문 2007년 4월 2일자.

한미FTA로 0.1%p 추가성장, 10억불 추가수출해도 일자리는 고작 5~6천개.

그렇다면 자동차 이외 품목의 대미수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래 자료에서 보듯이 한미FTA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자동차 이외 품목들의 수출증가 효과는 매우 작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자료-4]2006년 대미수출 내역 분석
*대미수출총액---------------458.3억불
*전기전자 제품(HS85번)-------125.9억불(대미수출의 27.5%)
*자동차(HS87번)-------------108.5억불(대미수출의 23.7%)
*기계류(HS84번)--------------74.8억불(대미수출의 16.3%)
*철강(제품)(HS72~73번)--------25.6억불(대미수출의 5.6%)
(자료 출처) : WTA

[자료-5]주요 수출품 유관세/무관세 비율(수출액수 기준)
-------------------------(유관세)---(무관세)
*전기전자 제품(HS85번)-------15.5%-----84.5%
*자동차(HS87번)-------------95~6%----4~5%
*기계류(HS84번)--------------20.4%----79.6%
*철강(제품)(HS72~73번)--------5.2%-----94.8% 
(자료 출처) : 미국 관세청.

즉 자료 4,5에서 보듯이 전기전자,기계류,철강 등에서는 현재에도 무관세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미FTA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수출증가 효과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섬유제품들은 현재의 관세율이 높기는 하지만 대미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요컨대 정부나 국책연구소와 업계 스스로도 한미FTA 발효로 첫 해에 자동차 수출은 6억불 증가하고, 섬유수출은 1~2억불 증가하며, 기타 등등 수출은 1~2억불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았다시피 한미FTA 발효로 10억불의 수출이 추가로 증가한다면 한미FTA의 경제성장률 추가상승효과는 0.1%p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료-1]에서 보았다시피 1%p 추가 경제성장이 5.6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한다면 한미FTA로 인해 추가되는 0.1%p의 추가성장은 5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급진적인 대외개방은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5]연도별 제조업 일자리 수
(연도)(제조업일자리)
1980---295.5만 개
1985---350.4만 개
1990---491.1만 개
1995---481.8만 개
2000---429.3만 개
2005---423.4만 개
2007---411.9만 개
(자료 출처) : 통계청

[자료-5]에서 보다시피 무분별하게 급진적으로 개방이 진행된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일자리 수는 증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유통업 대내외개방으로 유통업 일자리 오히려 감소  

대내외개방이 필연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가져온다는 편향적인 관념을 거부하는 실증자료는 또 있습니다.  

다음 자료는 1996년 유통업 개방 이후의 도소매업 고용현황을 표로 나타낸 것입니다.

[자료-6]1992~1997년 도소매업 취업자 수 변화추이
(연도)(도소매업취업자수)
1992---320.6만명
1993---350.6만명
1994---371.6만명
1995---377.3만명
1996---387.2만명<---유통업 개방(국내외 대기업에 개방)
1998---381.8만명
2000---383.3만명
2002---399.1만명
2004---380.5만명
2006---371.3만명
2007---367.7만명
(자료 출처) : ILO, 통계청.
(주)1992년 이전 취업자 수 통계는 음식숙박업과 합쳐져 있어서 분리가 불가능했음.

[자료-6]에서 보다시피 1996년 유통업 개방 이후 유통업 일자리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996년 이전 시기와 비교해 볼 때 유통업 개방 이후 취업자 수 증가율이 급감했으며, 카드 남발과 월드컵 특수로 유통업이 호황이었던 2001년~2002년을 정점으로 취업자 수 절대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유통업 개방으로 일자리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급진적 개방론자들의 관념적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미FTA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이 진실을 왜곡하여 편향적으로 국민들에게 고용창출의 순기능만 홍보해서는 곤란합니다. 한미FTA처럼 국민들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에서 국민들을 속이는 것은 매우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짓이기 때문입니다.

점진적 개방론자들을 대원군식이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한 색깔칠하기.  

그렇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졸속적인 한미FTA를 거부하고 점진적인 개방론을 주창하는 상지대 김성훈 총장은 2007년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의 FTA 전략이 맞았다. 우리의 기술력과 높은 수준의 인력으로 자원이 풍부한 주변의 나라들과 먼저 손을 잡아야 했다. 스파링 파트너로 싱가포르, 에프타, 아세안, 일본, 중국 등과 우리 체질을 강화하고 경제의 외연을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EU, 마지막으로 미국과 진검승부한다는 것이 정부의 초기 방침이었다. 지금은 이 순서를 뒤집어버렸다.”--기자협회보, 2007년 5월 16일자. 김성훈 총장 인터뷰 기사, “미국 편향 경제관료가 참여정부 초기 참모 밀어내” 중에서.

이런 김성훈 총장의 생각은 조순,이정우,정운찬,장하준,정태인,이해영 등 ‘졸속적인 한미FTA를 반대’하는 많은 학자들에 의해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진실을 가리고 싶어하는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경제관료들은 이들을 ‘영원한 개방반대론자=대원군같은 인물”들로 색깔을 칠하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개방율 제로 상태였던 구한말과 개방율 95% 이상 수준인 현재의 한국을 단순비교하며 점진적 개방론자들을 ‘대원군형’이라 매도하는 것은 지식인다운 지식인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닙니다. 지식인다운 지식인은 이런 색깔칠하기 행태와 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식인다운 지식인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로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이며, 논리와 근거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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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0 [1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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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견2 2008/02/12 [12:14] 수정 | 삭제
  • 이해영 교수는 김성훈 총장의 생각에 공감은 하되 전면 동의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이해영 교수는, 작년 경향신문 경제칼럼에서 FTA대안으로 차베스 베네주엘라의 "민중무역협정"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해영 교수는 FTA를 통해서만 자유무역이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FTA는 '불공정'협정일 뿐이라 말한다. 그는 민중무역협정이야 말로 "의료-석유 교환의 '진짜 자유무역'"이라 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9111815351&code=990510
  • 의견 2008/02/11 [15:43] 수정 | 삭제
  • "이런 김성훈 총장의 생각은 조순,이정우,정운찬,장하준,정태인,이해영 등 ‘졸속적인 한미FTA를 반대’하는 많은 학자들에 의해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 정태인 선생의 의견은 좀 다른 것 같다. 프레시안에 2007년 3월에 올린 글을 보면, "그렇다면 무슨 길이 있을까? EU의 경험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역내의 경제와 안보에 핵심적인 사업을 다자가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여기에 기초해 점진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고, 위와 같은 주장을 '아류제국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0311184906&s_menu=%B0%E6%C1%A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