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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보고서, 그 황당한 현실왜곡
[FTA 진단1] 국내외 각종 실증연구 “FTA의 FDI 유입효과 거의 없다”
 
홍헌호   기사입력  2008/02/05 [11:42]
4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얼마동안 보지 못했던 왜곡투성이 한미FTA 광고가 다시 등장한 것을 보고 매우 불쾌했었습니다. 그런데 출근해서 뉴스들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늦어도 설날 연후 직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니다.
 
저는 이런 왜곡투성이 정책광고에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못됩니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일만큼 나쁜 일도 드물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4일부터 “한미FTA 정부 보고서의 그 황당한 현실왜곡”이란 주제로 몇 편의 글을 내보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그 첫 번째 글로 한미FTA의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입효과에 대한 정부와 국책연구소의 정보왜곡의 실체를 추적해 보는 것입니다.
 
FDI 유입액 증가에 NAFTA가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증거 많아
 
정부의 요청에 의해 11개 국책연구소가 2007년 4월 27일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는 한미FTA의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입효과에 관하여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체결로 인해 향후 15년 동안(2007~2021년) 연평균 23~32억 달러의 FDI 추가유입이 기대됨”-위 보고서,7쪽.
 
그리고 또 이 보고서는 NAFTA의 투자증가 사례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NAFTA의 투자증가 사례(1990~93년,1994~2004년 비교)를 보면 NAFTA 체결(1993) 후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체결 전 연평균 16억불,12억불에서 체결 후 각각 44억불,130억불로 증가했으며, 전 세계로부터 멕시코 및 캐나다에 대한 순투자도 체결 전 연평균 40억불,50억불에서 체결 후 각각 150억불,190억불 수준으로 증가했음.”-위 보고서,7쪽.
 
이 보고서를 언뜻 보면 NAFTA의 FDI 유입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동 기간 전세계 각국들도 평균적으로 그 정도의 FDI 유치를 달성했다면 NAFTA의 FDI 유입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외 각종 실증연구들은 FTA의 FDI 유입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음의 자료들은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집계한 자료들을 토대로 제가 표로 만든 것입니다.
 
[자료-1]NAFTA 체결 전후 4년간 FDI 유입액 증가율
(국가)----(90~93평균)---(94~97평균)---(증가율)
*전세계---1877.47억불---3697.09억불----97.0%
*캐나다-----49.80억불-----96.55억불----93.9%
*미국-----352.77억불-----729.30억불---106.7%
*멕시코----40.44억불-----106.29억불---162.8%

 
[자료-2]NAFTA 체결 전후 6년간 FDI 유입액 증가율
(국가)----(88~93평균)---(94~99평균)---(증가율)
*전세계---1848.03억불---5478.39억불----196.4%
*캐나다-----53.42억불----143.61억불----168.8%
*미국-----447.81억불----1249.22억불---179.0%
*멕시코----37.05억불-----114.40억불---208.8%

 
[자료-3]NAFTA 체결 전후 10년간 FDI 유입액 증가율
(국가)----(84~93평균)---(94~03평균)---(증가율)
*전세계---1454.99억불---6717.64억불---361.7%
*캐나다-----49.15억불----210.26억불---327.8%
*미국-----410.47억불----1350.60억불---329.0%
*멕시코----30.79억불-----148.58억불---382.5%
(자료출처) :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위의 자료 1,2,3을 보면 왜 정부와 국책연구소들이 FTA 체결 전 4년과 체결 후 11년을 비교했는지 그 속셈이 드러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편향된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기만을 찾다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매우 좋지 못했고 FDI 유출입도 활발하지 못했던 90년대 초 4년간만을 비교대상으로 골라낸 것입니다.
 
그러나 시야를 좀더 넓히고 보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여러 시기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NAFTA 전후 4년씩을 비교하든 6년씩을 비교하든 10년씩을 비교하든 NAFTA 이후 미국과 캐나다로의 FDI 유입액 증가에 NAFTA가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료 1,2,3에서 보듯이 NAFTA 전후 미국과 캐나다로의 FDI 유입액 증가율이 전세계 각국의 FDI 유입액 증가율과 같다는 것은 NAFTA 이후 이들 나라로의 FDI 유입에 있어 NAFTA가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멕시코로의 해외투자 증가율이 큰 것은 지리적 인접성 때문
 
단지 여러 비교자료 중에서 NAFTA 전후 4년씩을 비교할 때 멕시코로의 FDI 유입액 증가율이 특별하게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대외경제연구원 2004년 보고서, <NAFTA 10년에 대한 영향평가와 우리나라 FTA정책에의 시사점>(이하 2004년 보고서라 약칭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세계은행은 멕시코의 FDI에 미친 영향을 FTA 관련변수, 글로벌 요인, 현지요인,제도적 변수 등 4가지 변수로 대별하였다. (이 중에서) 현지(지리적) 요인이 FDI 증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다음으로 FTA 관련 변수였다. 글로벌 변수도 FDI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제도적 변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미국과 캐나다처럼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을 경우 회원국들로부터 투자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멕시코와 EU의 FTA가 그 예일 것이다. 따라서 개도국들이 국경을 이웃하지 않는 선진국과 경제통합을 추진할 경우 FDI 확대에 실패할 것이다.”
 
즉 대외경제연구원 2004년 보고서는 NAFTA 체결 직후 멕시코로의 FDI 유입이 지리적 인접성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현상이 한미FTA 등에는 나타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대외경제연구원 1998년 보고서도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의 실증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BIT(양자간 투자협정)를 체결하는 근본목적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이 실제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UNCTAD에서 외국인투자유치와 BIT체결 간의 관계를 실증분석한 결과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도 2005년 보고서에서 홀워드-드리미어의 실증연구를 소개하면서 BIT나 FTA등을 통한 투자자보호제도가 FDI를 추가로 유입시킨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즉 BIT 체결 3년 전과 3년 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협정체결국에 어떤 의미있는 FDI 추가유입 증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NAFTA 이후 미국기업들, 캐나다에 투자할 동기 상실
 
NAFTA가 FDI 유입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다음은 대외경제연구원 2004년 보고서가 미국의 상무성 자료를 인용하여 만든 표의 일부입니다.
 
[자료-4]미국의 해외직접투자 비중(누적기준)
(연도)(캐나다투자)(멕시코투자)
1987---18.1%---1.7%
1988---18.4%---1.8%
1989---16.7%---2.2%
1990---16.1%---2.4%
1991---15.1%---2.7%
1992---13.7%---2.7%
1993---12.4%---2.7%
1994---12.1%---2.8%
1995---11.9%---2.4%
1996---11.3%---2.4%
1997---11.1%---2.8%
1998----9.8%---2.7%
1999----9.8%---3.1%  
2000---10.1%---3.0%
(원자료 출처) : 미국 상무성.

 
[자료-4]에 보면 미국의 해외투자대상국 중에서 멕시코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 캐나다의 비중은 오히려 갈수록 낮아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대외경제연구원 2004년 보고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추적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Hejazi & Safarian(2002)는 중력모형을 사용하여 NAFTA가 캐나다와 미국 간의 투자를 확대시키지 못했으며 역내무역만을 증대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NAFTA 출범 이후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FDI(외국인 직접투자)보다 무역을 통해 캐나다 시장을 잘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60쪽)
 
“Rugman & Brain(2002) 또한 지난 20년간(1982~2000년)간 NAFTA 회원국, 특히 미국과 캐나다 간의 무역과 투자 분석을 통해 역내무역은 증가한 반면 역내 상호투자는 감소한 사실을 입증했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NAFTA출범 이후 전세계 FDI 비중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對NAFTA 회원국들에 대한 FDI누계비중은 감소했다.”(60쪽).
 
“Schwanen(2003)도 NAFTA가 캐나다-미국간 상호투자를 감소시켰음을 입증했다.그에 따르면 FDI는 부분적으로 외국기업들이 높은 관세장벽을 우회하여 시장접근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NAFTA 출범 이후 캐나다와 미국 간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됨에 따라 양국 간의 교역증대는 현지 투자를 통해 생산될 제품을 대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60쪽)
 
“Hejazi(2004)또한 NAFTA가 캐나다의 미국 투자나 미국의 캐나다 투자를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즉 캐나다와 미국간의 무역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미국기업들은 캐나다에 투자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었다.”(61쪽).
 
“Kairos(2003)는 NAFTA 출범 이후 절대규모 면에서 미국의 캐나다 투자는 증가했지만 대부분 신규투자라기보다는 기존 캐나다 기업의 인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985년~2002년 기간 동안 캐나다에 대한 총외국인 투자 중 96.6%가 인수투자였고 3.4%만이 신규투자였다.”(61쪽).
 
국책연구소에도 좋은 연구원들 많기는 하지만 간부들은 문제
 
모든 집단이 다 그렇듯이 대외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소에도 좋은 연구원, 별로 좋지 못한 연구원이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대외경제연구원 2004년 보고서를 낸 연구원에 대하여는 개인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국책연구소 간부 연구원들의 양식없는 행태들은 두고두고 비판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연구자는 현실보다 관념을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데이터를 고의적으로 선별하여 왜곡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해서도 안됩니다. 데이터 조작만이 부도덕한 행위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추출하여 왜곡된 정보를 만드는 것도 국민을 속이는 부도덕한 짓입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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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05 [11: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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