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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사원, 파자마 순례는 시작되고..."
[버마 난민촌을 가다 19] 카렌족 여인 티다 꽁무니 따라 졸졸졸
 
최방식   기사입력  2006/11/23 [10:49]
별의 별 얘기를 다했다. 취중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다. 생각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태국 경찰들의 못된 짓거리였다. 몇 회 전 연재 글에서 언급했듯이, 검문 중 난민촌을 빠져나가는 버마 카렌족 여인을 붙들면 강간하고 금품을 갈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민촌이나 메솟에 거주하는 카렌족 여인들 중 상당수가 이 못된 경찰놈들에게 당했다는 충격적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새벽 몇 시가 됐는지도 모른다. 술도 취하고 몸도 곤하고 해서 그냥 술 먹던 그 자리에서 벌떡 자빠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며칠 밤 공포로 떨었던 모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방콕의 모든 게 만만해 보였으니 모기 그 까짓 거야 문제될 게 없다. 이불 걱정도 없고, 안락하기까지 하니...
 
"술 먹으니 모기공포 까짓 거 안 무서워"
 
▲ 방콕에서 가장 화려한 다이아몬드 사원. 정문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든다. 거의 모든 건축물들이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다. 뒷편에 왕궁이 붙어있다.     ©최방식
 
눈을 뜨니 어느 새 해가 중천이다. 1주일 여정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날이니 기분이 좋다. 술이 덜 깨 머리는 묵직하지만 아름다운 방콕을 관광하는 날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맘이 설렌다. 살라이 박사는 이미 일을 나가셨다. 버마 민주화를 위해 할 일을 찾느라 미국 외교관을 만나러 아침 일찍 나갈 거라고 했었으니 거기 간 모양이다.

아침을 뭘 먹나 고민스러웠다. 어제 밤 술 사러 나가며 봐둔 음식점에 가자고 할 생각이었다. 부디가 토스트와 음료수를 들고 나온다. 박사가 아침 일찍 우리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나가신 것이다. 세상에 80노인이 젊은이들 아침 굶을까봐 손수 식사까지 준비해 놓으시다니. 착하시기도 하시지. 저승에 가도 천국에 가실 거다. 박사는 기독인이라고 했다.
 
박사의 배려에 감동해 눈물 젖은 빵을 막 먹었다. 물론 숙취 땜에 그놈의 빵이 잘 넘어갈리 만무하지만. 조금 있으면 어제 봤던 예쁜 카렌족 여인 티다가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동양의 베니스' 여행이다. 난 방콕에 처음이니 설렐 수밖에 없다. 종순형도 마찬가지다. 1달 전 살라이 박사 귀국 투쟁 때 한 번 온 적이 있지만 운 없게도 관광은 하지 못했으니 나하고 다를 게 없다.

▲다이아몬드 구슬로 장식된 사원 건물들. 화려하기가 이를데 없다. 많은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른다.     ©최방식

방콕은 티다가 전문가였다. 부디는 아직도 태국 말이 서툴다. 하지만 티다는 달랐다. 그녀는 방콕인 수준이었다. 우린 티다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기로 했다.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탔다.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아몬드 사원에 가는 거란다. 시내를 질주하는 데 잘 보니 어제 밤 어딘지도 모르며 택시 드라이버에 의존한 채 지나왔던 길이 생각난다. 도심을 길게 가로지르는 그 고가도로였다.
 
살라이 박사 새벽부터 우리 '아침' 준비를

태국에 가면 전국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들이 그렇게도 존경하는 푸미폰 왕의 초상화이다. 또 하나는 불상이다. 모든 집에 제단이 다 있다. 집밖에도, 길모퉁이, 심지어 벌판이나 산속에도 사람 키보다 조금 작은 높이의 석등처럼 생긴 좌대 위에 작은 부처를 모셔둔다. 거의 전국민이라 들었는데, 불자들의 신심이 돈독한 모양이다. 방콕 시내도 예외가 아니다. 택시를 타도 하나같이 국왕 초상화와 부처를 운전석 옆 데시보드에 세워 놨다.

티다는 택시 속에서 우리더러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자꾸 묻는다. 하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는 게 있어야 주문을 하지. 그 유명한 수상시장(Floating Market)은 가보고 싶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콕의 거리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데 내리란다. 웅장한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티다를 졸졸 따라 한참을 걸어 사람이 웅성이는 데로 가는데 소총을 든 군인이 날 막아선다.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티다가 나더러 사원에 들어갈 수 없단다. 반바지 차림이라 신성한 곳에 출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은 어떡하나 궁금해 하고 있는데, 들어갈 길이 있다며 걱정 말란다.
 
▲사원 중심부에 있는 황금탑 아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사천왕상.     ©최방식

정문을 들어서는데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파자마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대여소에 들어가니 몇백바트 보증금을 내면 파자마를 빌려주고 나갈 때 옷을 반납하고 돈은 찾아가란다. 그 더운 여름에 강제로 긴 파자마를 입고 두어시간을 돌아다니라니 일 났다. 패션에 무관심한 기자지만 세상에 볼품사납기가 이를 데 없다. 

소총든 군인 "반바지는 안 된다"고 막아서
 
왜 또 그리 답답한지. 어제 밤 입었던 론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태국인들은 론지를 별로 안 입는다. 그래서 론지 입은 이를 보면 즉시 '버마인'이라고 깔본다고 했다. 어쩌랴, 나 혼자 사원 밖 더위 속에서 두어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있을 순 없쟎은가. 이렇게 사원 내 파자마 순례가 시작됐다. <다음 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본지 편집위원) sbchoice@yahoo.com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보는 이마다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영상자료를 모아 보자고요.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후원계좌(국민 034502-04-115534 예금주 유종순)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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