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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던트 아미', 무장투쟁은 중단했지만...
[버마 난민촌을 가다 10] 무장투쟁조직 ABSDF 18년 투쟁노선 중대변화
 
최방식   기사입력  2006/10/15 [17:58]
아침을 먹고 조금 늦게 메사량을 출발했는데 메솟에 점심이 넘어 도착했다. 운전자에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허기부터 달래자고 하니 좋단다. 쌀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니 그 친구 어디론가 찾아다니는데 보아하니 영 신통치가 않다. 이 곳 지리를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모두가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식당을 찾았다. 괜찮아 보이는 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태국 전통 레스토랑인데 제법 운치 있어 보인다. 내부는 난초 등 열대에서 자라는 정원식물로 장식돼 있다. 게다가 서비스를 하는 태국 여인이 세 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태국음식을 며칠간 맛본 덕에 안심하고 여러 메뉴를 주문했다. 쌀국수는 아침에 먹었던지라 모험심을 좀 발휘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여러 음식을 시켰다. 거의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허브향만 조심하면.
 
버마·태국 교역도시 메솟에 도착하다
 
필자도 동남아 음식을 꽤 좋아한다.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의 쌀국수는 언제든 즐긴다. 헌데 식습관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들 음식에 들어가는 독특한 맛의 허브 향을 싫어한다. 그 이름은 들을 때마다 잊어버린다. 코리앤더인지, 아님 무슨 민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주문할 때 아예 그 걸 빼고 달라고 한다. 그 대신 칠리소스를 듬뿍 넣고 먹는다. 외국을 여행하다 과음으로 숙취가 남아있을 때면 속풀이 국으로 꼭 찾는 게 쌀국수다.

 버마와 태국 국경지대에 있는 교역도시 메솟에 도착해 맨 처음 찾아들어간 태국 전통식당. 난초 등 정글 전원식물과 나무로 아름답게 장식돼 있는 이 곳에서 맛좋은 태국 전통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최방식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해물 볶음과 밥 등 제법 화려하게 주문했고 음식 맛도 좋았다. 일행의 방문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예쁜 태국 여인들은 밥 먹는 내내 주변에서 우릴 주시했다. 일행은 맛좋은 음식을 즐기고 종업원들과 기념촬영도 했다. 그리곤 종순 형이 식비를 냈다. 헌데, 하마터면 생돈 날릴 뻔 했다. 어린 여종업원이 셈을 잘 못한 탓이다. 이상히 여겨 꼬치꼬치 묻고 계산기로 여러 차례 셈을 한 뒤에야 첫 셈에 착오가 있음을 알았으니 말이다.

배를 채운 일행은 ABSDF(전버마학생민주전선) 메솟지부로 향했다. 무장투쟁 조직이어서 그런지 거주지는 비밀이었다. 우리 일행도 전화연락을 통해 한 명의 안내자를 접촉했고 오토바이를 탄 그의 뒤를 따라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한 주택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몇 명의 요원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라 한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단다.

두 채의 건물 중 한 채의 1층 사무실로 안내돼 들어서니 2명의 간부가 기다리고 있다. ABSDF 메솟지부 사무총장 조 고(38)와 대변인 조 렌(36)이다. 실내는 회의실처럼 꾸며져 있었고 벽면에는 학생무장투쟁 조직도가 그려져 있고 상징물을 인쇄한 깃발도 걸려있다. 88년 이후 해왔던 무장투쟁 관련 낡은 사진들도 벽에 빼곡히 붙여있다.
 
메솟지부 벽엔 '투쟁역사' 빼곡히 붙어있어
 
메사량이나 멜라웅 캠프에서 들렀던 집들과 달리 이곳은 쾌쾌한 냄새가 난다. 먼저 들렀던 곳들이 정글에 있고 집들 또한 트인 구조여서 그런지 전혀 냄새도 없었고 통풍도 잘되었던 데 비하면 이곳은 밀폐된 구조다. 집안에 막 들어서서는 몰랐지만 1시간여 대담을 하는 동안 방문객 일행은 온 몸이 가렵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였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충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전버마학생민주전선 메솟지부 사무실 벽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사진들. '8888민중항쟁' 직후 '학생군'이 정부군과 무장투쟁을 벌일 당시 기록해뒀던 역사기록들이다. ©최방식

ABSDF는 '8888민중항쟁'의 부산물이었다. 전국민적 항쟁이 군부의 탄압으로 짓뭉개지며 일부는 총칼에 죽고 일부는 감옥에 끌려갔다. 그리고 검거를 피한 상당수는 태국 국경 정글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즉시 투쟁조직인 ABSDF를 건설했다. 대부분이 거리투쟁을 벌였던 고교생, 대학생, 그리고 노동자들이었다. 학생군(Students' army)이 무장투쟁을 선도했다.

버마 내부이긴 하지만 태국과 국경지대인 정글에 본부를 둔 ABSDF는 지난 18년간 세가지 주요 활동을 해왔다. 군부정권 타도를 위한 무장투쟁, 버마국민들에게 민주화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그리고 국제연대활동이다. 조직원은 1천명~3천명 수준이다. 조직원은 모두 정글에서 활동하는 무장전사들이었다.

이들의 무장투쟁은 1997년을 기점으로 고비를 맞는다. 아무리 정글지대라지만 40만이 넘는 막강 군사력을 가진 버마 군부에 불과 몇 천 명이 소형화기로 맞선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군부는 무장반군 소탕작전을 지속해왔다.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났다. 설상가상, 1994년 이후 학생군수도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전망이 불투명해 진영을 벗어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1997년 무장투쟁 중단논란으로 이어졌다.
 
10여년 무장투쟁, 소탕작전에 밀려 중단
 
 전버마학생민주전선 메솟지부 사무총장. 그는 ABSDF가 무장투쟁을 중단했지만 조국 버마의 민주화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버마군부와 평화협약을 맺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최방식
2000년 이후 무장투쟁은 중단됐다. 이 결정은 조직원간에 큰 논란과 상처를 남겼다. 물론 지도부가 군부정권의 거친 공세, 태국 정부의 비호의적 태도, 무기 등 물품보급에 어려움, 갈수록 줄어드는 병사 수 등을 고민해 내린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지금도 버마 내부(태국 국경지대와 가까운) 정글 무장투쟁본부에는 1천여명의 전사들이 기거하고 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정부군의 공세를 두려워하며 병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거기 버티고 있는 건 군부가 국제여론을 의식해 그냥 놔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타당할 듯싶다.

 ABSDF메솟지부 사무부총장. 버마어와 영어 통역을 맡아 고생했다. ©최
이에 대해 조 고 ABSDF 메솟지부 사무총장은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고, 그 뒤 군부도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며 "하지만 조직원의 반발이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자책 등으로 힘들 때가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우리는 계속 승리해왔습니다. 게다가 군부독재에 균일조짐도 있죠. 그들의 하수인인 병영의 규율도 허물어지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습니다. 우리 조직의 활동이 느슨해진 것도 그렇고, 버마 국민경제 전반의 어려움도 문제랍니다." <다음 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sbchoice@yahoo.com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는 지난 7월 16일부터 일주일간 태국과 버마 국경지대를 다녀왔다. 군부정권의 폭정을 피해 40여만명의 버마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양국 사람들이 그냥 뒤섞여 사는 여느 국경 도시와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특히 9개 정글 속 캠프에 모여 사는 30여만명의 버마인들은 수용소 포로와 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폭정을 피해 국경을 넘었건만 태국정부마저 이들을 범죄인 취급하며 정글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어서 그렇다.
48년 독립과 소수인종 탄압, 45년여의 군부독재, '버마의 5·18'이랄 수 있는 '8888민중항쟁'과 정글 속 학생들의 무장투쟁, 90년 총선과 10년 넘게 거듭되는 아웅산 수지여사의 가택연금 및 세계 속의 NLD, 그리고 버마인들의 오랜 침묵과 저항을 이 번 기행을 통해 다뤄보려 한다. /편집자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담긴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질 않고, 영화관이 없으니까요.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남녀노소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자치기구 대표를 비롯해 보는 이 마다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먼지 쌓인 영상자료들을 모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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