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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한국 학생운동에서 많이 배우고 있죠"
[버마 난민촌을 가다 11] 국내 운동은 침체, 국제연대·평화협상 기대 커
 
최방식   기사입력  2006/10/18 [12:15]
ABSDF(전버마학생민주전선) 메솟지부 사무총장 조고에 따르면, 버마 민주화운동 전반의 변화가 감지된다. 군부의 오랜 세월 억압에 버마 내부 운동 동력은 크게 줄은 모양이다. 양곤에 있는 NLD(민족민주연합) 본부는 군사정권의 강요와 협박으로 해외NLD와 교류를 중단할 정도이다. 국경지역의 무장투쟁도 거의 무력화한 상태다.

고무적인 것은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군부가 개량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화프로세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그 때문이다.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여사에 대한 오랜 가택연금과 독재정치로 탄쉐 정권이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태국 등 해외조직들의 민주화운동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국제사회 도와주면 민주화 희망 키울 수..."
 
▲조고 ABSDF 메솟지부 사무총장.     © 최방식
조고 총장은 자신들의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문을 연다. 국제 언론들도 버마인의 민주화 열망을 잘 다뤄주고 있다며 조금만 더 노력하고 힘을 모으면 민주주의와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희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보도해주시면 됩니다. 계속 후원해주시고요."
 
조렌 대변인도 한마디 거든다. "80년대 한국의 학생운동을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선두에서 민주화운동을 한 역사에 정말 친밀감을 느끼죠.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변치 않고 지원해주는 것에 항상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면 한국인들이 지금 만끽하는 그 민주주의를 우리도 가질 수 있답니다."

대담이 끝나자 사무총장은 서둘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보안상 자리를 뜬 게 아닌가 싶다. 그를 태우고 간 트럭이 곧 올 거라기에 사무실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때웠다. 건물 뒤편으로 가니 대여섯이 CNN을 시청하다 말고 우리를 맞이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1주일째를 맞아 헤즈볼라가 로켓포를 100여발 쏘아 이스라엘 첫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고 방송은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잠시 뒤 조렌 대변인, 또 한명의 조직원과 함께 우리는 픽업트럭을 타고 또 어디론가 이동했다. 메솟 도심을 이리저리 돌더니 한 호텔 앞에 멎는다. 숙박 장소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NLD-LA와 약속시간도 남아있어 여유가 있으니 호텔에 짐을 풀고 좀 쉬라고 했다.
 
'망명정부' NLD본부에 들어서니 근엄함이...
 
별 세 개쯤 되는 호텔이다. 가격을 물으니 종업원이 5백 몇 바트라고 사무적으로 대답한다. 바트 환율에 익숙하지 않아 잠시 속셈을 해본 뒤 싸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라가겠다고 하니 "세 명인데,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다. 한국처럼 온돌방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인데 그런 방은 없단다. 돈을 아끼기 위해 큰 침대 2개가 있는 방을 써도 괜찮냐고 물으니 그러라며 숙박계와 키를 내민다. 태국에 와 처음으로 호텔방에 묶게 된 것이다.
 
▲메솟에 있는 NLD-LA 본부. 양곤에 있는 NLD(본부)는 군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이곳이 사실상 NLD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 최방식

짐을 풀고 샤워를 마쳤다. 오랜만에 일행 셋이 한담을 하고 있는데 조금 전 우리를 태워다 준 그들이 데리러 왔다. NLD-LA 본부를 방문하는 것이란다. 도심을 벗어나 잠시 들판을 가로지르니 한적한 집 한 채가 나온다. 들어서니 우리를 맞이하러 간부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바로 국제 NLD활동의 총본부에 온 것이다. 대표인 협동사무총장과 마주 앉았다.

NLD-LA와 NLD와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니 민트 테인 협동총장(51)은 NLD의 사무총장(대표)은 아웅산 수지 한 분뿐이며 NLD관련 각종 기구들의 대표 직함으로 협동사무총장직을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버마에 있는 NLD와 달리 해외에 있는 NLD는 '자유지역'(LA-Liberated Area)을 붙여 사용한단다. 우리가 방문한 곳이 해외 NLD인 NLD-LA의 본부였다. 버마 NLD는 군부의 감시와 통제로 국제활동이 불가능하다보니 NLD-LA가 그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 방문단과 대담중인 NLD-LA 임원들. 가운데 회색티셔츠를 입은 분이 민트 테인 협동사무총장. 사무총장 직함은 아웅산 수지여사에게만 유일하게 사용한다고...     © 최방식


민트 테인 총장을 만나니 이상하게도 경건한 마음가짐이다. 내부의 조직이 군부의 감시로 활동이 불가한 점을 가만하면 NLD-LA가 해외 버미민주화운동의 본부인 셈이니 왜 아니 그렇겠나. 곱씹어보니 우리가 망명정부 수장을 만나고 있는 셈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상하이에서 '임정' 지도자를 만나고 있는 모습정도라고나 할까? 활달한 성격에 근엄한 모습을 갖춘 이 지도자는 낙관주의자였다.
 
민주화운동 정치조직 수장은 낙관주의자
 
NLD-LA 본부는 사무실 실내장식 때문인지는 모르나 나름대로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입구엔 황금색 간판이 걸려있고, 거실엔 버마 독립운동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47년 암살)과 현재 버마인들의 희망인 딸 수지 여사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달리 화려한 것도 아닌데 나름의 권위를 풍긴다고나 할까. <다음 호 계속>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담긴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질 않고, 영화관이 없으니까요.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남녀노소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자치기구 대표를 비롯해 보는 이 마다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먼지 쌓인 영상자료들을 모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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