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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판타는 부천판타안티 아닌 대안"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종로 필름포럼에서 개막, 개막작 ‘아엘리타’ 선정돼
 
허지웅   기사입력  2005/07/16 [16:30]
"정말이지 아름답고 판타스틱한 밤입니다!"

김영덕 리얼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렁찬 박수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메웠다. 다른 영화제에서 볼 수 없었던 흥분과 기쁨이 관객석에서 터져나왔다.

▲ 리얼판타스틱영화제가 14일 늦은 7시 종로의 필름포럼(구 허리우드)에서 개막했다.     © 허지웅

리얼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 14일 저녁 7시 종로의 필름포럼(구 허리우드)에서 개막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개최되는 이 영화제는 지난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면서 발생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탄생했다.

이날 개막식 현장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임권택, 정일성, 이태원 등 영화계 원로들과 안성기, 문성근, 김지운, 이병헌, 문소리 같은 스타급 배우와 감독들이 자리해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했다.

"리얼판타는 가내 수공업 앵벌이 영화제"

개막작 <아엘리타> 상영에 앞선 무대 인사에서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5분 전까지는 너무나 담담해서 내가 역시 큰 인물이 되려나 보다 싶었는데 막상 지금은 너무나 떨린다"고 말한 뒤, "이 영화제는 무엇인가를 방해하고 훼방하려는 것이 아닌, 만들고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 개막식에 참가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이병헌        © 허지웅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가내 수공업 앵벌이 영화제"라는 말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내가 영화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개막식 전 만난 김홍준 위원장은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안티가 아닌 대안이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본질이 흐려진 데에는 나의 책임이 막중하며, 도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들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언론이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진실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언론 보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친 뒤 "영화 이상의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영화제다. 직접 보고 확인해 달라"며 영화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필름포럼과 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최된다.
 
▲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등 영화계 원로들이 개막식을 빛냈다.       ©  허지웅

"안티가 아닌 대안이다"

▲ 김홍준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운영위원장     © 허지웅
- 영화제 준비 기간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준비했다. 스태프들과 하나가 되어 영화제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동안 많은 영화제를 준비해 보았지만, 요번만큼 편한 마음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자발적인 후원회원이 상당히 많이 모였다.

"총 449명이다. 사실 모험이었다. 처음에 '레알판타선수'와 '레알판타응원단'이라는 이름으로 후원회원을 모집할 때에는 단순한 이벤트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발적 반응에 크게 놀랐고, 이분들의 자발적 후원이 영화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후원회원이 거의 모이지 않았다면 이번 영화제가 마치 해촉에 대한 개인적 한풀이로 비추어졌을지 모른다."

- 해촉 이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영화제를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안티 행사로 해석하고 있다.

"안티가 아닌 대안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정치적이라는 말이 '부당한 행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 말도 적절하겠지만, '명분과 실제가 괴리되는 표리부동의 상황'을 의미한다면 그것만큼 우리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을 것이다."

- 심지어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사태를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해석한다는 것, 혹은 의도적으로 사태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자기합리화를 위한 영화제가 아니다. 단지 도덕적인 책무를 다하려는 것뿐이다."

- 그것은 무슨 뜻인가

"나 자신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책임자이기 때문에 지극히 상식적인 도의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오늘 홈페이지에서 '당신은 피해자가 아니며 공동의 책임이 있다'라는 네티즌의 댓글을 보았다. 옳은 지적이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본질이 흐려짐으로써 관객들의 추억과 열정을 배신한 셈이 되었다.

여기에는 내 책임이 당연히 존재하고, 그래서 '대안'으로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제시한 것이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개최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도 '대안'으로서의 성격을 드러내려는 차원이었다."

▲ 김홍준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운영위원장     © 허지웅
-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의 극적인 화해가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부 구성원들 간에 발생한 인간관계가 문제라면 얼마든지 화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절대 화해하거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패러다임이 충돌한 것이라고 본다. 현재 피판은 판타스틱영화제로서 최소한의 정체성과 영화공동체의 정신을 망각하고 있으며, 영화제가 끝날 때 즈음이면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 영화제 준비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가.

"가장 큰 아쉬움은 부천 시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 의식인데, 이분들이야말로 판타스틱영화제의 진정한 적극적 지지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인 판단과 심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

언론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기계적 중립성을 버리고 진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고, 우리를 이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비교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작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비교되는 것이 옳다."

- 판타스틱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판타스틱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에 동의한다는 의미이지 않는가. 독립적 자발성과 권위, 권력에 대한 저항 말이다. 단순히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영화에 대한 취향의 차원이라면 그것은 진정으로 판타스틱영화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그 어떤 영화제들과도 다른 느낌이며, 단순히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영화제라고 자신한다. 직접 보고 판단해 달라."

▲  개막식에 참가한 배우 안성기가 환하게 웃고 있다.        ©  허지웅
허지웅 기자는 'ozzyz'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을 통한 평론활동을 하고 있으며, 호러영화 커뮤니티인 호러타임즈(http://horrortimes.net)를 운영 중이다. 개인 블로그는 http://ozzyz.egloos.com 이며 현재 영화주간지 FILM2.0 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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