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필자가 초등학생때였다. 골목에서 아이들이 서로 뛰놀다 보면 가끔 아이들끼리 싸우는 일이 있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한명이 얻어맞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아이는 언제나 자기 형을 데리고 나타났었다. 형은 "누가 내 동생을 때렸느냐"며 한껏 열을 냈고 때린 아이는 꽁무니 빠지게 도망을 쳤었다. 형이 없는 필자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든든하고 부러웠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와 같다. 형과 동생이 아무리 사이가 안 좋더라도, 가족간에 불화와 다툼이 있더라도, 누군가가 우리 형제를 또는 가족을 위협하면 단결해서 그 위협을 물리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게는 가족으로부터, 학교와 직장도 매한가지다.
중국 춘추시대의 시경(詩經)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라는 구절인데, 형제가 담장안에서는 서로 싸우다가도 외부로부터의 업신여김이나 공격을 받으면 싸우던 형제들이 힘을 합쳐 이 공격을 막아낸다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마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 겨레하나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한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아베 규탄과 ‘친일적폐’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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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인간적이자 자연적인 법칙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의 치졸하고도 터무니없는 경제 공격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고 정부나 시민단체의 주도도 아닌,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상품을 불매하고 있고 일본 안가기 운동도 벌이고 있는 이 때에 되려 정부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일본이 옳다고 편을 들며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난한다. 반인륜적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미성숙하고 미개한 정신에 몸집만 비대해져 우리를 또다시 업신여기는 일본을 두고 '지금은 친일할 때'라는 망언을 일삼거나 언론을 이용해 정부를 매도하거나 일본 상품 사기 운동을 벌이는 매국적 행위를 자행하면서도 이를 두고 생각의 다름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들을 친일 정치인, 토착왜구라고 부르기도 하고 친일 언론이라 칭한다. 우리 사회에, 우리 언론에, 심지어 우리 국회에 버젓이 발 딛고서 일본의 위협앞에 단결을 말하기는 커녕 우리끼리 내분, 분열, 반목을 조장하는 그들은 우리의 형제일까 가족일까, 아니면 적일까.
지금은 우리가 스스로를 탓할때가 아니다. 정당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아전인수를 넘어 안하무인적 매국이다. 어쩔수 없이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는데 우리의 형제 가족들을 향해 불매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우리끼리의 자중지란이 아니라 형제혁장외어기모가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그런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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