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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가시는 길에 진달래 꽃잎을...
[로사의 과학 째려보기]끝없는 '언론플레이'와 일멘제의 쥐복제 사기사건
 
로사   기사입력  2007/06/13 [16:47]
사바 세계가 재산으로 통한다면, 과학자 세계는 연구 실적으로 통한다. 100억대 부자라고 말하고 다니던 자가 사실은 백수건달이었다면, 그의 말을 믿었던 자들은 그를 더 이상 사람 취급 안할 것이다.
 
근사한 연구를 해서 논문을 과학잡지에 싣기까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는 연구 능력이 없으며, 결과는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이었고, 논문은 대행업자가 돈 받고 적당히 만들어 써 준 것이었다면 그자는 더이상 “과학자” 취급을 못 받는다. 물론 사바 세계의 법에 걸리지는 않는다.
 
이상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줄기세포 날조 및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소감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사나흘 시끄럽다가 조용히 한달 안에 잊혀질 줄 알았다. 논문 저자 스스로 논문을 날조했다고 인정했으니까.
 
그러나 아직도 황우석 사건의 여운은 남아 있다. 며칠 전 모 일간지 일요판 신문에는 황우석에 대한 기사가 일면 톱으로 떴다. 미국의 모 생명공학 기업과 손 잡고 연구를 다시 시작하신단다.
 
줄기세포 사건과 매우 비슷한 동물복제 사기 사건이 하나 있다. 1970년대 후반 생물학계에는 칼 일멘제라는 범세계적인 스타가 있었다. 일멘제는 “황금의 손”을 가졌다는 소문이 도는 잘생긴 과학자였다.
 
그는 생물학자들이 20년 넘게 실패해왔던 쥐의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쥐 복제에 성공하기 전부터 일멘제는 스타과학자였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실험을 <현란한 손기술>로 성공시켜 왔다.
 
아비없는 쥐, 어미없는 쥐, 두 개의 배에서 얻은 세포를 섞어만든 배로 모자이크 쥐 만들기 등등. 하여 일멘제가 쥐 세마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을 때, 과학자들은 그것을 의심없이 믿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일멘제의 실험을 재연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일멘제 자신이 실험 재연을 요청받게 되었지만 그는 재연을 거부했다. 조사를 위한 위원회가 열렸지만 일멘제의 실험들이 허위였다는 확증을 내리지는 못했다. 일멘제의 실험들은 모두 의심을 받았고, 되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고 되풀이하는 일멘제의 주장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가릴 방법은 없었다.

과학자들은 진실을 입증하지 못한 연구 결과를 허위로 받아들였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일멘제와 그의 연구 동료들은 학계에서 은퇴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 당국이나 사회의 입장은 좀 달랐다.
 
그들은 과학자들과 반대로 사기를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공식적인 제제를 가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하여 많은 과학자들은 사건의 경과가 인과응보의 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느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의 경과는 최소한 일멘제 사건과 비슷하게라도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논문조작자를 “연구 재개를 갈망하는 과학자”라고 표현한 기사는 일멘제 사건이 인과응보의 법칙에 맞지 않다고 느끼는 순진한(?) 사람들을 심란하게 만든다.
 
황우석을 제외한 관련자들 중에는 합당한 징계를 받은 자들이 없을 뿐더러 더 이상 과학 연구를 할 능력이나 여건이 안되는 황우석이 결국은 다시 연구한답시고 설치고 다닐 것 같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흘러 잊혀졌다 싶으면 서울대 수의대에서는 별 일 아니었다는 듯이 황우석의 복직을 건의할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서울대 수의대 당국의 강성근 교수 재임용 건의를 보면서 짐작해 본 암울한 전망이다. 황우석과 그의 연구팀은 2000여개가 넘는 사람 난자를 쓰고도 단 1개의 줄기세포도 만들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연구를 조사한 위원회의 “공식적인” 발표다. 그런데도 <황우석, 미 바이오사와 손 잡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황우석의 줄기세포 제작기술을 믿고서 투자를 하는 기업이 있다고 한다.
 
Oh, unbelievable!!을 외쳐야 할 일이다. 이미 한 번 사기를 쳤던 척수마비 환자에게서 다시 체세포를 채취했다는 대목도 있었다. 그것을 황우석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의 증거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이 별 비용이 들지도 않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되면 좋고, 아님 말구 아닌가.

한편, 동 신문의 편집장은 <Letter>라는 제하의 박스 기사에서 "내가 만난 황 박사는 기와 에너지가 넘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이며,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황박사의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이 기사의 배경 설명을 했다. 투자라는 낱말을 보면서 바이오벤처와 주가 조작 등등의 낱말이 떠오르면 안되는데..
 
이 글이 심란한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아직도 황우석에게 우호적인 기사가 특종이랍시고 당당하게 종이신문에 톱으로 실렸겠지. 그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낀다. 우리 언론은 언제쯤 그가 걸어가는 길에 작별의 진달래 꽃잎을 뿌려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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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Rosa)는 인터넷 세상에서 활약하는 과학칼럼니스트입니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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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13 [16: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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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ㄱ럴까? 2007/09/02 [19:25] 수정 | 삭제
  • 인터넷세상에서 활약하는 과학칼럼니스트 로사님.. 왜 그럴까요..?

    현재 검찰이 기소한 황우석 사기공판이(15차?) 아직 진행되고 있으니

    조사위원회의 공식적인 발표(보고서와 발표가 서로 다른)만 믿지마시고..

    법원의 공판 기록을 찿아 보시고.. 올바른 판단으로 글을 쓰시길 당부드립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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