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YTN의 황우석 반론문, 청와대는 왜 말이없나?
[논단] 황우석 사태에 침묵하는 언론사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입 열어야
 
황진태   기사입력  2007/04/15 [15:58]
거대 통신사의 반론문 게재 자체만으로도 이례적 사건

황우석 사태가 종결 된지도 어느덧 일 년이 지나가고 있다. 사건 이전과 이후 변한 건 없다. 황우석 사태 당시 MBC <백분토론>에서 “진실보다 국익이 중요하다”고 외치며 <중앙일보>에는 선동적인 칼럼을 기고했었던 한 의학전문기자는 아직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이 의학전문기자 활동을 통해서 얻은 대중적 인지도 덕분에 CF 출연과 케이블 TV 프로그램 사회자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황우석 사태 보도와 관련한 언론사의 사과문은 진보성향인 <경향신문>의 반성문에 가까운 사설이 유일했다. 또 하나의 진보성향매체로 생각되는 <한겨레>는 황우석 보도와 관련하여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다. 다만 <한겨레> 조홍섭 기자가 <녹색평론>에 기고한 서평을 통해서 <한겨레>를 대신하여 일부 책임을 인정했었지만 변명에 가까웠고, 조 기자의 서평에 대해 필자가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 2006년 10월 2일자 인터넷판에 장문의 반론을 기고했으나 이후에도 조홍섭 기자 개인이나 <한겨레> 측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황우석 사태 당시 그렇게 많이도 ‘입질’을 했던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은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유일하게 시사평론가 유창선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에 대해 사과 했을 뿐이다.
 
이렇게 월드컵의 열기마냥 모두가 냄비열기를 식히고, 평상시로 돌아가 잠잠한 지금, YTN이 <오마이뉴스>에 황우석 교수 보도와 관련하여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반론문을 게재했다. 황우석 사태 당시, <프레시안>과 죽이기에 개입했던 언론사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추어 본다면 이번에 거대 통신사가 소규모 인터넷신문사를 상대로 해명하려 했다는 사실(<오마이뉴스> 3월 6일자  [YTN반론]황우석 교수 관련 보도 참조)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고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사건이다.
 
보수언론과 <시사저널>사태 속에서 빛나는 경영진의 편집권 독립존중
 
반론문의 핵심은 YTN의 경영진 측이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 보도 당시에 편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물론이고 친일행위를 명백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판을 깔고 ‘민족신문’이라고 자기암시를 하는 <동아일보>는 동아투위를 도용하여 자사가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고 주장할 줄은 알았지 자사의 친일행위에 대해서 경영진이 공식사과를 한 적은 없었다. 더불어 <시사저널>사태에서 금창태 사장은 기존의 기자들을 쫓아내고, 경영진이 편집권까지 차지하여 짝퉁 시사저널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경영진이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무임승차하며 친일행위만큼은 대국민사과가 없는 행태들을 비춰볼 때 YTN이 ‘공식적’으로 편집권 침해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은 마이너 매체가 아닌 메이저 매체의 입을 통해서 사주, 자본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사례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 좀 더 해명했어야 할 의혹들
 
그런데 반론문을 썼다는 사실 자체의 긍정만으로는 부족하다. YTN 경영진은 몇 가지 의문사항에 대해서도 추후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오마이뉴스>가 2005년 12월 12일자에 보도한 ‘황 교수 대리인 '안티 MBC' 주도했다’ 기사에 대한 해명이다. 본 기사에서 ‘아이러브 황우석’ 까페를 운영하면서 ‘안티 MBC 운동’을 주도했던 윤태일 리더스미디어 사장이 황우석 교수와 YTN의 다리역할을 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 윤 사장은 “YTN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주지하다시피 윤 사장은 YTN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었다. 당시 기사에서 윤 사장은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YTN 측의 공식적인 해명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 반론문에서 경영진은 편집권 침해를 하지 않았다면서 자사 기자들과 선을 그었었는데 모든 언론사에 해당하겠지만 아쉬울 때만 편집권 독립이라며 발뺌하는 버릇은 고쳤으면 바람이다. 자사의 기자들에게 책임을 떠밀 거라면 경영진 스스로부터 제대로 단속했어야 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2005년 12월 12일자 기사의 일부다.
 
“황 교수의 대리인이자 언론홍보 자문역의 윤씨가 팬카페 주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 교수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모임인 팬카페 활동의 순수성이 의심받게 됐다. <내일신문> 홍보실장과 YTN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윤씨 경력으로서나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 했다'는 그의 의지로 봤을 때 다양한 온-오프라인 여론몰이에 팬카페를 적극 활용했을 가능성”을 점친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서 YTN 경영진 측은 회사의 명예가 명백히 실추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반론문에서는 이를 전연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기자의 실수는 떠넘기고 경영진 출신은 감싸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거대 통신사의 해명, 이후에 참여정부의 해명은?
 
이렇게 몇 가지 미진한 해명이었지만 YTN의 반론문은 게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 본고는 황우석 사태에서 부채가 있는 언론사와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침묵에 대해서 지적했는데 마지막으로 사건의 중요한 주체, 하나를 빠뜨렸다. 바로 참여정부다.
 
황우석 사태 당시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열광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아닌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대한 검증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하여 조작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소수매체의 여론조성을 봉쇄시키는 데 기여하고서는 대국민사과는 아직까지 없다.
 
또한 당시 황우석-청와대 간의 커넥션이었던 ‘황금박쥐’의 일원인 김병준은 논문표절시비로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재기용되었고, 박기영 前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순천대 교수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복직되었다.
 
얼마 전 터진 국내과학계 원로들의 표절 사건에서 그들은 더 이상의 저술활동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제자의 작품을 베낀 마광수 교수는 표절을 순순히 시인하고, 학교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진보성향의 지식인으로 활동한 이필상 前고려대 총장 또한 논문표절로 총장직에서 사임했다. 그나마 사회를 감시해야할 지식인 사회에서의 자정능력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 사람들에 대한 자정능력은 안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황우석 사태에서 참여정부의 처신은 단순히 에피소드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한미 FTA 체결이다.
 
현재진행형인 진보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적 발언에 있어서 ‘쿨’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前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 교수 또한 참여정부를 엄호하는 발언을 의리 있게 거들고 있다. 당연히 국정홍보처까지 가세했다. 이들의 언론을 향해 뻗어있는 고감도의 안테나는 전대 정부에서 볼 수 없는 진기한 볼거리다. 그런데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날카로운 비판학문을 했었던 지식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비판의 날은 황우석 열광에 동조했던 청와대에 대해서, 황우석에 대해서, 그리고 청와대 주요인사의 표절에 대해서는 무뎌져 침묵하고 있는 것은 관망하는 필자조차도 민망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YTN의 반론문을 읽고서 황우석 사태에 대한 참여정부의 뒤늦은 반론문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한미FTA 체결에 대해서도 반론문으로 수습이 될까? 누구 말처럼 FTA는 청문회감인데 말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4/15 [15:5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