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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강민숙 시인 세번째 시집, 도시인의 자기고백 시로 승화
 
김철관   기사입력  2005/09/09 [17:57]
도시의 서정과 소시민의 애환을 담은 강민숙(43)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문학수첩, 2005년 7월)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보편적 도시인들의 삶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시집 안에 녹아있다. 또 1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힘겹게 살아온 자신의 모습, 아버지 없는 아들의 졸업식 장면, 가난했던 시절 부친의 모습 등도 시적 감각으로 승화시켰다.
 
<비키니 아가씨>
 
한겨울
가판대 위에 비키니 아가씨
오들오들 떨고 있다
포장 비닐봉지 뒤집어쓰고
 
사내들의
눈길 끌어다
눈빛에 몸을 녹이고 있다.
 
<월식>
 
컹컹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달이
달달 떨고 있다
 
대표시인 <비키니 아가씨>, <월식>은 한 겨울 가판대 위에 발가벗는 마네킹과 개 짖는 추운 겨울밤, 새까만 하늘에 유일하게 존재한 달의 모습은 도시에 대한 썰렁함, 황량함, 어두움, 외로움 등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또 <업보>, <내 피는 따뜻하다> 등의 시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불운이나 개인사를 구체화된 시어로 표현해 호소력을 극대화 했다. 이는 시에 대한 전략적 차원보다 시인의 내공이 쌓인 탓이다.
 
시집은 독자가 긴장이나 특별한 노력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들이 즐비하다. 또한 도시의 일상적인 소재로 경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시들이다. 특히 건강한 도시의 삶 자체를 견지한 시들은 도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작품해설을 통해 신경림(동국대 석좌교수) 시인은 “천박하지 않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런 특성을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살려 나간다면 시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 시인의 시를 평했다.
 
시집은 하늘에서 배달된 꽃씨, 바람은 길을 묻지 않는다, 새의 그림자는 가볍다, 바퀴 달린 물고기 등 4개 섹션으로 나눠 총 80여 편을 실었다.
 
-강민숙 시인 인터뷰-
 
▲ 강민숙 시인의 세번째 시집,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표지     © 문학수첩, 2005년 7월
두 번째 시집을 낸 뒤 10여 년의 침묵을 깨고 새 시집『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를 펴낸 강민숙 시인을 25일 오후 그가 운영하는 서울 등촌동  강민숙 글짓기 논술교실에서 만났다.
 
“시는 아픔을 먹고 자란 나무인 것 같아요. 그동안 도시생활을 하면서 가슴 속에 체화된 느낌들을 압축적으로 표현해 봤어요. 나의 삶이기도 한 도시 속 풍경들이 담긴 시입니다. 독자들의 뇌리에 감흥으로 다가왔으면 해요. 독자들에게 어떻게 평가가 내려질지 궁금해지네요. 두렵기도 하고요. 좋든 싫든 독자들의 평이 많았으면 해요.”
 
강 시인은 이번 시집의 테마를 ‘도시의 서정과 소시민의 애환’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이전 시집은 남편을 잃고 망연자실 했을 때의 수맥처럼 흐른 슬픔을 그렸지요. 하지만  이번 시집은 도시의 서정과 도시인들의 삶의 풍경을 리얼하게 표현했습니다.”
 
앞으로 좀더 다양한 소재의 시를 선보이겠다며 ‘시인은 시를 먹고 살기’ 때문에 항상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 시인은 63년 전남 부안에서 출생했다. 1992년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고, 94년 『아동문학』 동시로 신인상을 받았다. 94년 발표한 첫 번째 시집 『노을속에 당신을 묻고』는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두 번째 시집『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에 이어 이번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세 번째 시집이다.
 
그는 지난 4월 4권의 『초등논술』(명상출판사)이란  책을 펴내 현재 서점가에서 호평을 밝고 있다. 『동강문학』편집인 겸 주필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 등촌동에서 <강민숙 글짓기 논술교실>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와 논술을 지도하고 있다. 숭의여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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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9/09 [17: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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