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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상태로 지하철 승차하지 마세요"
<인터뷰> 서울 신도림역 역무원 박군만 주임
 
김철관   기사입력  2005/04/18 [09:14]
“야간 근무시 취객 때문에 바람잔날 없어요.”
 
하루 48만 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신도림역(2호선,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3조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 역무원  박군만(46) 주임.
 
그는 지하철 이용승객들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퇴근시 적당히 술을 마시고 전동차를 타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주임은 밤 12시 전동차가 끈길 때가 되면 술이 만취된 승객들이 시비를 걸고 나와 얘를 먹고 있다는 것.
 
 지난 85년 9월 9일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해 올해로 역무원생활 20년째를 맞고 있다. 매표업무의 베테랑이라고 생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매표업무와 역사관리가 주요업무인 그는 지난 98년 IMF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가 인원을 감축하면서 현재 신도림역도 인원부족현상을 겪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휴무자를 빼면 하루에 직원 5~6명이 근무를 합니다. 이 인원으로 유동인구 48만 명을 커버해야 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녁 근무시 취객이라도 없으면 그만큼 업무가 줄어들어 승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취객 시비로 인해 공익에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역무원들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
 
“역무원 명찰을 달았다는 이유로 취객들은 무조건 욕설부터 하면서 달라 듭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지요. 어떤 역무원은 민사소송까지 당한 사람도 있어요.” 특히 밤 10시 이후 인근 신정차량기지로 입고한 차에서 만취된 취객을 깨우면 시비가 된다고.
 
그는 주5일 근무가 사실상 시작돼 근무시간은 줄었는데 인원은 늘지 않고 과거 인원으로 근무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적정한 근무인원이 확보됐더라면 대구지하철 사고도 빨리 진화됐을 것입니다. 서울지하철도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선 인원충원이 필연적입니다. 자꾸 인원 줄이기를 위해 역무 설비를 자동화 기계설비로 대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대형 사고는 사람이 있어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와 공사는 수익성 논리만 앞세우는 것보다 승객을 생각하는 공익성 논리로의 접근이 지하철 백년대개를 약속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는 “승객들에게 친절한 지하철인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가끔 고생한다고 커피나 음료수를 사주간 승객들이 있고,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막차가 끈긴 후 택시비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한 승객들도 더러 있다”며 “공금을 이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끔 자신의 돈을 빌려주면 갚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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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18 [09: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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