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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수들도 '아니면 말고' 코메디벌이나
준비안된 방폐장 유치선언, 부안문제 '물타기' 오해불러
 
김준형   기사입력  2004/01/08 [10:27]

정말 가관이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마치 누가 더 잘못했나 경쟁이라도 하듯이 사건을 벌이고, 웃기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음을 강요하는 블랙코미디를 남발하는 상황인데, 이제 이런 코미디판에 후진양성과 연구에 몰두해야 할 대학교수들까지 가세하고 나서니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원전센터를 서울대에 유치하자는 서울대교수들의 기자회견     ©YTN
7일 서울대 교수 63명을 대표하는 일단의 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방폐장을 서울대에 유치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 안전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며, 중-저준위 폐기물은 물론, 고준위 폐기물의 중간저장시설, 더 나가 고준위 폐기물 영구 처리를 위한 지하연구시설 까지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교수들의 우국충정에 찬 감동적인 자기희생(?)에 우리모두 박수를 쳐야 하나???

이들의 주장을 언뜻 보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서울대가 앞장서서 해보겠다는 선의의 뜻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18년 동안 선정강행과 주민 반발이 이어졌던 방폐장 예정지들이 힘없고 국가적 혜택도 별로 없던 곳이 대부분인걸 감안하면, 한국사회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가로부터 많은 보조와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기피 시설인 “방폐장” 유치에 나선다는 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사안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수들의 제안은 선언에 국한할 뿐, 향후 어떤 방식으로 유치에 나설 것인지, 뻔히 반발이 예상되는 관악구민을 포함한 서울시민들 그리고 과천시-안양시와 같은 인근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방폐장 유치를 제안한 교수들은 서울시-인근도시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눈치나 살피고 떠받드는 서울대 학생들이라 생각하나??? 자신들이 구체적인 방안 없이 선언만 하여도 “예, 알겠습니다”하고 군말 없이 따라줄 거라고 지금 착각하고 있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강창순-오연천 교수의 발언을 들으면, 이들의 발상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오만하지 알 수 있다.

기자: 유치과정 중 학생을 비롯한 주민설득,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비롯한 향후 방폐장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안을 알려달라.

강창순: 우리의 제안은 방폐장 문제를 공론화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방폐장 유치 방안은 총장의 역할에 달려있다.

오연천: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일종의 의제설정을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나가면서 이를 추진하다가 뒤늦게 공개되면 일을 그르칠 것 같아 이런 방법을 택했다

이들의 답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구체적인 방폐장 유치 마스터플랜도 없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일반 쓰레기장도 아닌 최소 처리기간 1만-10만 년이 걸리는 방폐장 유치를 제안하면서 이렇게 무책임한 자세를 보일 만큼 서울대 교수들의 도덕성은 타락한 것인가?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총장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청와대가 수용하면 원전센터 서울대 유치가 허황한 이야기만도 아니다"라는 “해보고, 아니면 말고”식의 발언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보면 7일 서울대 교수들의 기자회견은 “방폐장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 이라기 보다는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데뷔를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거라 생각된다.

1만-10만 년 이상의 처리기간이 걸리는 방폐장 유치를 제안하려면 최소한 기술적인 안정성과 지역사회의 반발을 해소할 수 있는 기초적인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서울대 교수들의 제안을 검토해 보면:

1. 기술적 안정성

방사능은 소량만 유출되어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방폐장은 안전하다”는 서울대 교수들의 주장을 100% 받아들인다 하여도, 서울대 교수들이 제안하는 데로 관악산에 방폐장이 건설된다고 가정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을 유출시킬 수 있는 폐기물들이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관통해 수송 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은 육상이든 항공이든 원전과 관악산을 잇는 교통로에서 향후 사고가 100% 나오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 할 수 있나?

또한 서울대에 유치를 추진한다는 “고준위 처리장”은 현재 전세계에 단 1곳도 존재 하지 안는데, 서울대가 얼마나 대단한 핵처리 능력을 가졌기에 이렇게 호기롭게 나서는 것인가?

고준위 핵페기물 이라 불리는 “사용후 핵연료”는 단순히 다탄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것이 아니고 아직도 핵분열을 계속하고 있는 위험 물질이다. 핵연료 봉에는 3%의 우라늄이 포함돼 있다. 이 연료봉이 연소를 하여 우라늄의 3/4가 사용되면 교체하여 폐기를 시키는데 이것이 “사용후 핵연료”이다. 즉, 고준위 폐기물은 자체에 0.75%라는 고농도의 우라늄을 포함하면서 500도에 달하는 고열을 발생하는 위험물질 인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너무도 위험하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있다. 미국에서 2010년을 목표로 “사용후 핵연료”를 집적 시키는 방안을 추진 했는데, 이 방안은 “사용후 핵연료”를 집적해봐야 안전도를 증가시킨 다는 근거가 없고, 수송중 위험만 증가시킨다는 부작용 때문에 현재 난항에 봉착 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독일은 핵발전 완전 포기라는 결단을 단행했고, 미국의 경우 핵발전소 증설을 중단 한지 이미 오래됐다. 독일-미국이 서울대 보다 핵처리 기술이 떨어져 이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2. 지역사회의 반발

서울대 교수들은 방폐정 유치를 제안하면서 서울대 총장, 청와대를 염두에 뒀는지 몰라도 뻔히 예상되는 지역사회의 반발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독단으로 방폐장 신청을 한 김종규 부안군수의 사고방식과 별차이가 없는 행동이다.

관악산에 방폐장이 들어서면, 주민의 안정성과 생활권이 침해 받고, 이는 주민들의 이탈을 조장하여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 및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폐장 유치를 제안한 교수들은 자신들이 제안하면 지역주민들이 감복하여 그 제안에 선선히 응할 거라고 생각하나?

지역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쓰레기장, 납골당을 유치하려 시도할 때도, 사전 여론조사나 의견수렴 등을 거치는데, 서울대 교수들은 “방폐장 유치 제안”을 하기 전에 지역 사회와 어떤 의사소통을 했나?

서울대 교수들의 한건 터트리기 식의 기자회견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진정으로 서울대에 방폐장을 유치하려 했다는 것 보다는, 지금 강력한 주민의 반발로 난관에 봉착한 “부안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측면 지원의 성격이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오연천의 “뒤늦게 공개되면 일을 그르칠 것 같다”라는 대목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 18년동안 방폐장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방폐장 추진세력이 기술적 안정성, 주민설득과 같은 기초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방폐장 건설 부진의 책임을 “지역 이기주의” 또는 “과학에 대한 무지”의 소산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세력의 행태에 동의 하기 힘들다.

만약 서울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기자회견을 “부안에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려는 목적”이 아니고, 충심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청와대 앞에서 5개월 이상의 연속된 촛불시위, 전경들의 몽둥이질, 방패로 찍힘, 구속 등을 감수하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정도의 자기희생은 있어야 그 진정성을 인정해 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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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08 [10: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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