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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민, 한국판 '르몽드'로 언론역사 새로쓴다
문규현 신부 등 100% 군민주로 군민의 대변지 '부안독립신문' 창간
 
김철관   기사입력  2004/07/17 [00:38]
새만금 갯벌 지키기, 위도 핵 폐기장 건설 반대 시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북 부안.  아직도 명확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까닭으로 잔잔한 찻잔 속에 태풍인 고장. 위기일발의 전운이 감도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꼬인 실타래를 빨리 풀어야 좋으련만 아직 정부와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단체간의 힘 겨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과연 새만금 방조제 공사와 위도 핵폐기장 문제로 한참 시끄러웠던 시절 우리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는 가관이 아니었다. 이들 언론은 왜곡과 편파보도로 본질을 회피했고 이들 언론의 석연치 않는 보도는 이곳 주민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다.

아직도 과거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 때문에 속상해 했던 그 기억을 잊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주민들이 현재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언론의 보도 때문에 속병을 앓아야 했던 부안 주민들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부안독립신문 발기인대회.     ©부안독립신문 준비위

 100% 군민주로 군민의 대변지가 될 <부안독립신문>이 창간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상당수 부안군민들은 많은 기대에 차 있다. 100% 부안주민들이 주주가 돼 만든 신문이라는 점과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지를 모델로 한다는 점 등이 <부안독립신문>을 이들에게 가장 돋보이게 한 것 같다.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투쟁 때 삼보일배를 강행했고, 위도 핵 폐기장 건설 반대에 앞장섰던 문규현 신부가 발행인으로, 퍼블릭 액세스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연대 이사며 하인미디어 대표이사인 문병원 씨가 편집국장에 내정돼 현재 창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본격적인 창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해야 옳은 말이다. 취재 및 편집국 기자, 웹마스터 등 신문사 종사자가 될 요원들을 최근 공개 채용해 놓은 상태에 있다. <부안독립신문> 창간호를  빨리 보고 싶다.

 이와 때를 같이해 최근 부안을 다녀왔다. 평소 잘 알고 지낸 지인과 함께 부안 길에 올랐다. 부안은 그 어느 고장과 마찬가지로 평온함 그대로였다. 동진강을 끼고 김제평야가 넓게 펼쳐진 한쪽 모퉁이에 부안이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미를 자랑하는 곰소염전이었다. 누군가 염전을 두고 ‘갯가의 평야’라고 한 말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염전은 직사각형 모양을 띄며 김제평야를 닮은 듯 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는 듯 했다.

고무래를 밀며 염전바닥을 훑고 다니는 염부들의 일상 활동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옛날 허름한 물레방앗간을 연상케 한 소금창고, 헐겁고 남루해 보이기도 했다.

 또 염전가에 나란히 줄서 있는 소금창고의 모습은 이채롭게도 느껴졌다. 이날 곰소염전을 찾는 관광객들은 염전을 배경으로 연발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곰소염전을 지나 얼마 떨어져있지 않는 곳에 곰소어시장과 곰소항이 있었다.

이곳 또한 자랑거리가 많다. 어부들의 고깃배가 매일 드나드는 곰소항에서 바라본 잔잔한 파도를 배경으로 펼쳐진 바다의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도시에 지친 내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였다.

고깃배를 통해 들어온 바다고기들은 곰소어시장에서 흥정의 대상이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에 의해 적정한 가격이 책정되고 대부분은 도매로 팔려나간다. 어시장에서 시식한 활어회, 그리고 대합국물은 말 그대로 일품이다.

특히 이곳 어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이 젓갈이다. 새우젓, 까나리젓, 멸치젓, 오징어젓, 바지락젓 등 젓갈 종류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어시장 입구는 젓갈을 사려고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젓갈은 정말 유명한 곳이다. 전국 어느 어시장보다 젓갈의 맛이 담백하고 맛있다는 것은 젓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맛을 보면 금방 알아본다.

어시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서해안 갯벌에서 생산된 개불과 대합 그리고 백합이다. 양념 하나 없이 물에 깨끗이 씻어 끓인 백합과 대합국은 속을 시원하게 한다. 숙취에 그만 이란다.

특히 부안의 바지락죽은 정말 유명하다. 부안의 바지락죽 대부분은 곰소어시장에서 팔려나간 바지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지에서와 바지락죽 맛을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라는 어느 식당 아주머니의 귀띔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곰소어시장에서 직접 먹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주변에서 맛을 본 바지락죽은 아주머니 귀띔 그대로였다. 이렇게 살아있는 어촌의 생생한 모습이 얼마 있으면 <부안독립신문>에 의해 생생히 전달될 것임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곰소어시장을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원숭이학교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원숭이를 반복 훈련시켜 교육을 받게 하는 곳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위치한 원숭이학교는 잘 훈련된 원숭이의 공연 때문인지 이곳 관광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원숭이학교를 지나 외변산과 내변산 끼고 있는 반도가  변산반도이다. 변산반도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다. 내변산은 등산코스로도 유명하다. 내변산 매표소를 지나 직소폭포 그리고 관음봉(원암재)과 내소사(사찰)를 향한 발길은 명상코스로 적격이다. 내변산에서는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다.
격포에서 곰소 가는 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가면 바로 보이는 산이 외변산이다. 외변산의 경치 또한 설악산을 뺨치는 정도다. 바다를 끼고 부안에서 격포, 격포부터 곰소까지의 외부 테두리의 경관이 외변산의 경치이다.

 과거 하려했던 해수욕장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린벨트로 묶여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한 변산해수욕장,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자연훼손 때문에 규제를 해 부안군에서 손을 못된다는 변산해수욕장. 현재 주민들 간의 개발론자와 개발반대론자가 갈등을 겪고 있는 이곳은 주민들의 생계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 시멘트로 바다를 갈라놓고 갯벌을 사라지게 했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중단된 지 몇 해를 지난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만금 방조제는 관광코스로 돌변해 많은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동원에 이곳을 찾는다. 변산반도에서 바라본 크고 작은 섬들 마치 종이배를 띄워 놓은 듯 평온하게 느껴졌다.
 
▲새만금 갯벌과 새만금 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안의 농촌 풍경.     ©김철관

그중에서 핵폐기장 반대 시위로 유명한 위도는 격포항을 통해 들어간다. 위도 가는 배안에서 산 갑옷오징어의 쫄깃쫄깃 맛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위도는 자전거를 타고 돌 정도의 작은 섬이다.

핵폐기 반대 시위 흔적인 ‘핵없는 세상, 강현욱 지사 퇴진’ 등의 표어가 보일 듯 말듯 아련하게 가정집 담벼락과 전봇대의 군데군데 붙어있었고 아물지 않는 주민들을 대변한 듯했다.

위도를 나와 변산반도 길목을 따라 부안군 화서면 백련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변산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시골 촌 동네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새벽 일출, 산과 바다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부안댐으로 가는 길 또한 경관이 화려하다. 특히 부안댐은 자연스럽게 백두산 천지를 축소한 느낌이 들어 감탄을 자아낸 곳이다.

이외에도 부안에 오면 상록수 해수욕장, 모항 등도 가볼만한 코스임이 틀림없다. <부안독립신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삶과 부안의 문화를 한데 묶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일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부안독립신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 논설위원



[부안독립신문 창간취지문]
 
우리는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주주의 자발적 증여운동에 의한, 노동조합이 대주주 지분을 소유하는 언론사를 창간하고자 합니다.
 
편집권의 항구적 보장과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주주들의 '내 몫 포기'는, 돈으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물신주의의 풍토에서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실이며, 한국언론사에 찬란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주민투표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이 부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언론은 대부분 사주의 언론입니다. 주식 지분을 사주가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민족을 유린했던 신문, 독재자를 옹호하고 추켜세운 댓가로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신문, 오늘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이른바 일등주의 신문들의 과거이며, 사주의 과거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주민과 기자들, 직원 모두의 신문을 만들려고 합니다. 지분의 절반은 군민에게, 절반의 반은 경영권을 위한 대표에게, 나머지 절반의 반은 편집권을 지켜낼 신문사 노동자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안정적이며 대안적인 지분 구조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압력과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언론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1년, 부안은 민란 속에 휩싸였습니다. 주민투표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핵폐기장 유령은 부안을 넘나들며 전국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부안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부안 주민의 절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생업을 포기해가며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벌였던 주민들은 언론에 치를 떨었습니다. 부안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한수원, 군과 군수의 나팔수가 되어 부안을 분열시켰고, 투쟁에 지친 주민들을 더욱 절망적으로 몰아갔습니다.
 
부안 주민들은 비로소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낼 언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바로 이런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보듬게 될 우리의 언론입니다. 오늘 우리는 부안의 진정한 독립을 선포합니다. 부안독립신문의 창간으로 비로소 부안의 희망이 잉태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부안을 위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던 설움을 딛고 부안의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 사람들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건설하겠습니다. 반핵투쟁으로 분열된 지역의 통합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모두에게 개방된 언론을 지향하겠습니다. 부안 주민 모두에게 발언권을 보장하고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겠습니다.

 
정보와 진실이 넘쳐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의 현장을 샅샅이 누비며, 땀으로 만든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정확한 해설과 분석을 싣겠습니다. 농사는 농민이 전문가이며 바닷일은 어민이 전문가입니다. 이들 전문가 민초들이 전해줄 투박하지만 오랜 경험의 진리가 담긴 글을 발굴하겠습니다. 지역에 새로운 주민 참여 저널리즘을 심겠습니다. 더 많은 사실을 발굴하여 본질의 땅을 경작하고, 거짓과 허위의 세력을 무릎 꿇리겠습니다.

 
부안의 밖에서도 열독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과 전북에서 더 나아가 전국적 의제를 다루는 폭넓은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부안에서만이 아니라 부안 밖에서도 열독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권력을 감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은 권력, 큰 권력 모두 주민과 시민의 투표로 세웠지만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또 부안의 편익만을 옹호하는 대신 국가공동체를 위해 발언하겠습니다. 그러나 자결과 자치에 반하는 중앙집권적 지역 경시와 차별을 조장하기 위한 지역주의와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환경을 담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이 땅의 야만적이고 반지성적인 언론문화에 정면으로 대항하겠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기계적 평등이 아닌 경제 민주와 정치 민주를 옹호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인권과 그를 위한 편들기에 매진하겠습니다. 지구의 유일한 분단지역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발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과 북만의 평화에서 그칠 게 아니라 뭇 생명과의 평화와 공존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개발독재가 망가뜨린 이 땅의 환경을 위해, 뭇 생명을 대변하는 절절한 심정으로,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과 전북에 정론의 영토를 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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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17 [00: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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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 2004/07/19 [19:15] 수정 | 삭제
  • 엘리트들의 소식지인데..쯧쯧 이걸 모델로 하다니 뭘 잘못알고 있는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