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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체육관선거와 부안 주민투표
유치파행에 관대한 언론, 자발적 주민참여 폄하는 언어도단
 
최인   기사입력  2004/02/16 [16:45]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았다는...
그때 언론에서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라고 했을까, 아니면 우리의 위대하신 영도자가 체육관에서 탄생했다고 찬양했을까?

20여년도 훌쩍 지나 부안에서 또 다른 형태의 투표가 실시됐다.

부안의 주민 투표를 놓고 크게 두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위법적인 투표며,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민주주의 학교의 전형을 보여준 투표라는 해석이다.

먼저, 위법적 투표라는 주장을 살펴 보자,

그들의 주장은, 이번 부안 주민투표를 “현행 법체계를 무시한 주민들의 의사표현”정도로 낮게 평가하면서, 원전센터 유치를 찬성한 가장 최우선 당사자인 위도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투표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또, 이번 투표가 적법하지 않은 이상, 오는 9월로 예정되는 적법한 투표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부안 주민 투표를 위법적인 투표라고 누가 말했나?

법원의 ‘주민투표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그렇게 돼 있는가?
아니다. 법원은 부안 주민투표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사적인 투표‘라고만 했지, 위법적인 투표라고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부안 주민투표에 대해, ‘부안군민들은 아무런 참여 의무가 없고 군민들의 참여를 강제해서도 안된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또, 사적투표지만 금지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위도 투표소에서, 투표 시작전부터 투표소를 점거하고,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행위를 막은 행위는 불법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부안군 핵폐기장 찬반주민투표 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박상훈 부장판사는 또,  보도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적 주민투표는 주민투표의 대상, 발의자, 발의 요건, 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없이 실시되는 것으로서 관할 선관위에 의해서 공정하게 관리되는 것도 아니며,  그 주민투표 결과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가질 수 없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민투표의 결과는 부안군수와 정부에 대하여 부안군민의 여론을 알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책수립에 참조가 될 수 있고, 여기에 정치적 의미 또는 사실상의 효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박 판사는 바로 이어 ‘그러나 부안군수와 정부는 법적으로 무효인 주민투표 결과를 참조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번 주민투표와 별도로 주민투표법이 발효되는 7월30일 이후에 다시 공적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담당 재판장도 이번 부안 주민투표를 정부나 부안군수가 참조할 수 도 있고 참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분명, 위법적인 투표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헌법학자는, 이번 주민투표가 무효라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부안 주민투표는 ‘부안 주민들이 자기 결정에 따라 참여한 의사표현’였다. 그것이 결코 법질서를 교란하거나 국정을 위태롭게 한 행위가 아녔던 것이다.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이번 부안 주민 투표는 헌법이 규정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이름으로, 또한 민주주의를 사상적 토대로하는 지방자치의 실현 형식의 하나로 보호받아야 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부안의 주민 투표를 더 이상 법체계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로 깍아 내리지 말자,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 시절,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을 때도 있었는데, 부안 주민 투표를 통해 이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방자치가 발전했지 않느냐고 받아 들일 수는 없을까?

부안의 군수가 주민과 의회의 의사를 묵살하고, 단독으로 유치를 신청한 행위에 대해서는 너그럽던 언론이, 또는 사람들이 부안 주민들이 지난 7개월을 고통을 받다가, 자구책으로 나서서 스스로의 의사 표시를 한 것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평가가 인색한가?

혹자는 지금도 부안 주민의 님비를 탓하고 있다. 국책사업을 어떻게 주민투표로 결정하려 하느냐고... 부안에서 무너지면 앞으로 국책사업은 어떻게 추진하겠느냐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는 9월에 예정된 공적인 주민투표에도 당당하게 응하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주문하는 이면에는 이번 주민 투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슬쩍 담긴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극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주민투표 실시를 먼저 꺼낸 쪽이 정부다.

까딱하면 부안 주민들은 하나의 사안을 놓고, 두 번의 주민투표를 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록도 세울 것 같다.

대체 언제까지나, 국민을 상대로 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훈련이 계속될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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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16 [16: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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