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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
부안 방폐장이 전북발전? 우리당은 '지역 토호네트워크' 일뿐
 
비나리   기사입력  2004/02/14 [09:45]

(선거법상 언제까지가 특정정당이나 특정 사람에 대해서 반대하는 글을 써도 되는 것일까?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하기 전까지라면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생각들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녹색정치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사실 생태주의는 그 자체로는 특별한 정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 어느 정파와도 결합이 가능하다. 자신의 강령에 지속가능한 개발을 한 마디 적어넣는다거나 아니면 생태계 보존이라는 말 한 마디를 적어넣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사회적·역사적 공간에서 녹색은 명확한 방향을 가지게 된다. 구체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정동영 대표는 개인적으로 새만금 개발을 맨 앞에 나서서 전북발전이라는 논리로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법원의 최종판결에 대해서 찬성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부안의 핵폐장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도 강행 논리를 피력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러한 단건으로 사람과 정당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렇게 옳은 방향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는 더욱 큰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흐름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한반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열린우리당은 지역의 토호들 사이의 열린 네트워크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특정 지역의 '大 토호'를 대변한다면, 열린우리당은 토호 네트워크 비슷하다.

균등 개발 개념이 그렇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종합 파괴개발이 가지고 있는 심각성은 지방토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명확해진다. 각 지방에 땅을 가지고 잇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각각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 입장이 갈릴 수 밖에 없는데, 열린우리당은 대개의 경우 토지소유자의 경우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정책들을 지지한다.

물론 각 정책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선명성을 희석시키는 것은 축구경기의 메카니즘과 똑같다. 축구경기에 보내는 열광과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보내는 열광은 아무런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실제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보다는 균등개발이라는 지역별 축구팀의 게임 같은 것으로 지역의 개발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설정하는 것에 더욱 가깝다.

넓게 보면 대토호를 중심으로 전개된 기존의 정치보다는 지역 토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열린우리당의 정치가 보다 나은 것이 아닐까라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맥락 안으로 들어가면 그린벨트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라는 질문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실은 법정 용어로 골프장이 '야외체육시설'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을 본 다음이다. 사회 근린시설로 분류되어 그린 벨트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되어있다. 국립 공원만 아니라면 법적으로는 별 상관이 없다. 물론 이런 변화는 꼭 지금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존재했던 규정을 활용해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광란을 만들어낸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지역 토호들과 정치의 네트워크가 재구성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이 골프장 하나 들어서는 것보다는 훨씬 중요한 가치인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토호대통합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찬성할 이유가 아무 것도 아닐 뿐더러, 이 이름 뿐인 국민대통합을 위해서 열린우리당이 지지하는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 할 무엇인가를 뭉떵 떼어와서 현 세대의 토호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서민'이라는 용어로 진행되는 몇 가지 사안들은 각 지역의 토호들이 골고루 나누어 먹은 다음에 혹시 남는 것이 있으면 서민들에게도 차례가 조금은 갈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각 지역에 생기는 골프장과 뉴타운 및 각종 난개발 사업들에 대해서 열린우리당이 반대할까? 지금까지의 양상으로는 반대하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적극적 유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과 인권 그리고 환경을 거의 무헌법적인 강제적 효력정지로 만들어버리는 지역특구에 대해서 반대할까? 일단은 먹고 살아야 것 아니냐는 걸 명분으로 다음 세대의 자산을 함부로 사용하고, 동시에 현 세대에게 생존도 불가능한 한반도 생태 재앙을 불러일으킬 위험천만한 정책들을 버젓이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찬성할 수 있을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다.

토호들의 네트워크가 각 지역지역, 각 동네동네를 해치우는 것에 대해서 절대로 찬성하거나 동의할 수는 없다.

마지막 남은 유기농의 보루마저 털고 나가라는데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다.

개혁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현 모습은 지방토호들의 행복한 네트워크를 위하여 공동의 생태자산을 적극적으로 분배하고 사용한다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땅값 안정과 교육도 시장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특목고를 부활시키는 열린우리당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지역토호들을 위한 교육정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지역의 경제인이 살아나면 지역 경제도 살고 고용도 늘지도 모른다고 '혹시나 경제정책'을 강행하는 정당을 어떻게 지역토호들의 네트워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강남 공화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열린우리당은 개혁적이다. 그러나 강남 공화국에서 한 발만 걸어나간 관점에서 열린우리당은 토호 네트워크에 다름 아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면 또 다른 4년 내내 언제 부안과 같은 슬픔만이 남는 소모적인 싸움을 4년 내내 계속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부안에 대해서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도, 적법한 절차와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빨리 방폐장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 정동영 대표가 있다.
 
* 필자는 '녹색정치 준비모임'(http://www.greens.or.kr) 편집위원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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