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이 정운찬 총장에게 캠퍼스 내에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자고 건의한 사실이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이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논쟁이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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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홈페이지 메인화면 ©스누라이프 |
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www.snulife.com)에는 이 소식의 게재와 함께 많은 학생들의 리플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글들의 조회 수만 해도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진 후 반나절만에 1000회를
넘어섰다. 그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으며, 찬반 입장도 첨예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접속한 학생들 중의 상당수는 교수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원전수거물 시설 유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드보아'라는 아이디의 학생은 "핵폐기장은 상당히 안전한 건물인데도 핵이라는 이름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꺼리게 된다면서, 유치하고자 하는 시설은 해외에서 충분한 시간동안 검증 받은 것으로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그간 서울대의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하고 봉사 희생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며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barabara'도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교수님들께서 극심한 지역이기주의의 작태에 하나의 일침을 가하는 행위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내용이길 바란다"면서 찬성했다. '배주동'은 "(시설이 유치되면)헐크로 변신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반 사람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제대로 알게 된다면 그렇게 위험한 시설이 아님을 알텐데, 일반 사람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서울대 교수들의 기자회견 직후 얼마 안돼 반대입장을 표명한 관악구청장에 대해 '성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기자회견의 의미를 "지식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나서서, 혐오 시설물의 유치에 적극적 의사를 보임으로써, 전국에 팽배하고 있는 님비 현상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몸소 실천으로 옮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부릅뜨니숲이었소' 아이디의 네티즌은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나, 지금 과학기술로 모르는 유해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2번출구'도 학교의 주요구성원인 학생의 의사가 무시된 채 교수들이 결정해야 될 사항은 아니라며 반대했다. 'Neverlose'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은 정작 이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듣는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하기까지의 절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이러한 유치 요구를 하면서 관악구민인 서울대생들과 어떠한 의견도 교류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런 시설에 대한 환경평가와 안정성 지질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성급히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쓸데없는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예 '야간비행'처럼 정치적 발언으로 폄하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산골짝의다람쥐' 아이디의 네티즌 같이 "시설 유치시 돌아오는 등록금 면제" 등의 혜택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찬성'은 "우리가 학교의 주인으로서 필요한 것만 다 챙기고 나가려는 것 말고 한 게 뭐가 있냐"며, 이번 시설의 유치를 '한국사회에서의 서울대의 위상'과 연결짓기도 했다. 또 여러 학생들은 부안사태와 비교하면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핵시설을 유치하느냐 안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적법적인 절차를 거치느냐에 있는 것인데, 벌써부터 언론에 의해 본질이 왜곡되는 증세가 보인다"며 경계했다.
전체적으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찬성을 하는 입장의 경우에는 시설 관련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소양이 있는 이과계열의 학생들이 많아 보였다. 실제 학생들이나 인근 주민들의 찬반여론은 어떻게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서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봉천, 신림동 주민들에게 시설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지원 등의 보상을 보장한다면, 충분히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같은 과정은 벌써부터 '제 2의 부안'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부터 든다. 물론 정운찬 총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이고, 이후에도 시설 유치까지는 상당히 많은 난관들이 남아 있어서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