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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TV,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정통부의 방식변경 손실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
 
김철관   기사입력  2003/09/17 [04:35]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DTV전송방식 변경 및 전환일정 재조정문제가 미국식과 유럽식을 각각 주장한 발제자와 토론자에 의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유럽식을 주장한 방송현업인과 미국식을 고수하고 있는 정통부의 입장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식을 주장한 방송현업인 측은 시청자 권익 논리를, 미국식을 주장한 정통부는 산업논리에 집착한 인상을 심어줬다.

16일 오후 2시 '디지털TV 전송방식에 관한 토론회-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가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김병호(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미국식을 주장한 정통부와 유럽식을 주장한 방송현업인들은 첨예한 대립으로 일관했다. 미국식을 옹호한 정통부 이재홍 방송위성과장은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이란 주제의 프리젠테이션 발제를 통해 정통부 입장을 설명했다.

▲디지털TV 전송방식에 관한 토론회-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김철관

그는 "방식이 변경되면 추가비용 투자와 시간낭비로 세계시장 선점 등 호기를 상실한다"며 "디지털 방송실시가 최소 2년이상 지연돼 수신기개발, 채널 재배치 등 추가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식변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22조 2천억원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 방송설비 손실이 3370억원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비교시험과 관련해 "지난날 실시한 MBC 비교시험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제출하면 기술전문가를 통해 검토는 해보겠지만 비교시험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혀 방청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는 "KBS 비교시험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오지 않았다"며 "구체화되면 충분한 검토를 거쳐 비교시험문제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한국기술인연합회 석원혁 정책실장은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의 문제점과 제언'이란 발제를 통해 유럽식으로 가야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권익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며 "정통부가 이동 수신을 위해 지상파 DMB방송을 이용한다는 것은 유럽식으로 채택하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비용과 주파수 낭비를 하는 매체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통부 이재홍 과장의 주장에 의하면 방식변경에 따른 방송설비 손실이 3370억원 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전송방식은 송신기 변조부 부분만 바꿔 주면 되고 약 50~60억 정도의 손실뿐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기업들은 공장(산업적)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시청자 논리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비교시험은 수신기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전송방식의 우수성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2년전 전송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당시 정통부가 비교시험만 했더라도 이미 결론이 나 있을 것"이라며 "정통부 이재홍 과장이 얘기한 비교시험 공간율90%와 시간율90%조건에 맞춰 지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비교시험을 해 결론이 나면 양자 모두 승복하는 미덕을 갖자"라고 제시했다.

그는 또 "기술적 사실 관계에 대한 양측 주장 중 누군가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지루한 논쟁보다 다시 비교시험을 통해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시청자권익에 충실한 데이터가 나오면 공히 인정하고 서로가 받아 드린 것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TV 시청자모임 김기완 대표는 "실질적 디지털TV를 사서 보는 사람이 느낌을 얘기해야 한다"며 "방송방식 논란보다 시청자를 위한 디지털TV 프로그램 서비스에 방송사가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연구소 박종석 소장은 "DTV는 기술적 측면과 산업적 문제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며 "실험에 입각한 논쟁보다 사실에 입각한 발언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MBC DTV특별대책팀 이완기 부국장은 비교시험을 해야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 과장이 얘기한 비교시험 상세 데이타는 언제든지 요구하면 MBC는 제출한 의향이 있다"며 "이미 232쪽의 보고서를 정통부에 제출했고 일일 비교시험일지 등 상세한 자료도 요구하면 제출할 수 있지만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원 선정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김평호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양쪽의 주장이 평행선을 가고 있고 곧 이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 MBC, KBS, SBS 등에 대해 다시 객관적 비교시험을 해 결과에 승복,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서종수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계속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과거기술과 지상파 방송체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내 DMB 규격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통부 이 과장의 "DTV가 현재 잘 진행되고 있는데 방송 현업인들이 문제를 삼고있어 안타깝다. 비교시험 자료도 조작가능성이 있다" 등의 문제 발언이 방청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축사를 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배기선 위원장은 "97년 이후 지루한 전송방식 논란으로 전환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게 됐다"며 "시청자 영향, 이용의 편의성, 경제적 손실, 성능, 양측의 장단점 등에 대한 세밀한 토론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이 토론회를 주최하고 사회를 본 김병호 의원은 "방송에 있어 워낙 중요한 논란이라서 이쯤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국정감사에 앞서 이 세미나를 열게됐다"며 "복잡한 문제보다도 핵심 본질만 논의해야 됐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문광위 소속 이원창 의원, 고흥길 의원 등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고, DTV 전송방식에 관심있는 많은 방송현업관계자, 시청자 등이 참석해 양측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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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17 [04: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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