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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신론과 하나님 인식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정연복   기사입력  2008/06/15 [02:18]
1. 유일신론
 
유일신 사상은 본래 한 분 하나님에 대한 내적 분석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하나님은 참된 하나님이며 너희들의 신들은 무가치한 우상들이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고백하는 방식이었다.
 
우상숭배를 피하는 것은 관념적이지 않다. 그것은 올바른 가치와 질서의 확립이다. 국가안보 이념을 절대화하여 일체의 반론을 금지하는 폐쇄적 국가주의, 인간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경제제일주의.... 이 모든 것이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인간을 짓누른다. 이처럼 가치관을 왜곡하고 그릇된 질서를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현대의 우상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모든 새로운 우상숭배들, 이데올로기와 체제가 완전하고 절대적이라는 온갖 주장을 부인하고 고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생명을 거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며 참되게 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우리는 생명의 하나님을 믿는 것과 죽음의 우상들을 섬기는 것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유일하신 하나님께 대한 신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우리가 노예처럼 사는 것은 살아 계신 참된 하나님이 아닌 어떤 것을 우리 삶과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산이 있고 명성이 있는 사람을 떠받거나 재물 축적과 명성의 획득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릇된 주장을 내세우거나 불의한 사회의 권력층을 비호하기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거나 성서의 말씀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
 
 
2. 하나님 인식론
 
전통 신학에서는 하나님을 “저 바깥에 계신” 초자연적 존재로 생각해왔다. 이것은 예배와 기도의 언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되었으며 또한 수많은 성서 구절들에서 자연스럽게 추론된 결과였다. 그러나 오늘날 하나님을 “저 바깥에 계신”초자연적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물이 된다.
우리는 하나님에 대해 “무소부재하며 전지전능하신 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하나님의 역동성을 희석시키고, 신을 역사 초월적 존재로 파악하는 그릇된 신앙으로 귀결되기 쉽다.
 
하나님의 초월성은 하나님이 공간적으로 여기가 아닌 저 바깥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초월성은 하나님이 신비스럽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 우리의 일상적 경험 세계를 훨씬 뛰어넘는 분임을 가리킨다. 하나님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지만 “바로 여기에”계신다.
 
예수는 하나님은 가까이 계시며 경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저 바깥에” 멀리 계신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영”(Spirit)이다. 영이라는 말은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모두에서 “바람”과 “숨”을 뜻한다. 영으로서의 하나님은 우리 주변에 움직이는 바람 혹은 우리 속에 움직이는 숨과 같아 초월적인 동시에 내재적이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죄와 우상숭배를 포기하고 그분을 찾고 그분께 의지하며 그분을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그분의 길을 걷는다. 하나님에 관한 지식은 곧 행동하는 신앙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그분에 대한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갖는 게 아니라 그분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 그분과 올바른 관계를 갖는 것이다. 참된 인식, 참된 앎은 사랑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사랑할 때 그것을 참으로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길은 우리의 형제 자매들의 삶에 참여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그들의 행복과 불행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하나님을 진실로 아는 길은 신비체험이나 종교적 형식을 지키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정의를 행하는 것, 인간의 모든 공동체와 모든 피조물의 세계에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세우는 것이다.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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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15 [02: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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