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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을 팔려는 속셈이나 알자
[김영호 칼럼] 국가기간시설을 외국자본에 매각하려는 발상 자체가 불순
 
김영호   기사입력  2011/08/19 [11:47]

이명박 정권이 기세 좋게 출범하면서 공적영역의 민영화를 사뭇 강조했다. 사적이익보다는 공적기능이 중시되는 공기업을 포함해 교육, 의료까지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선진화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말이 좋아 민영화이지 엄밀히 말하면 사영화(privatization)이다. 사적자본에 팔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예가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하자 유력한 인수자로 호주계 투기자본 매쿼리가 떠오르면서 국민적 저항이 커지자 주춤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권력누수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매각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국민주 공모란 방식으로 포장해서 말이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한국의 관문으로서 지난해 이용객이 3,347만명에 달한다. 인천공항은 공항관련기관이 주는 최고상을 휩쓸고 있다. 금년에도 비즈니스 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최고공항상을 받았다. 지난해는 177개국, 1,640개 공항으로 구성된 ACI(국제공항회의)가 선정한 공항서비스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하는 세계최우수공항상을 2005~2009년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개항 10년만에 쌓은 화려한 수상경력이 세계최고공항으로 자리 매김했음을 말한다. 이런 객관적 평가가 난 마당에 어느 외국자본한테서 선진경영기법을 배워야 하는지 묻고싶다.

2009년 9월 28일 기획재정부는 2010년 예산안에 세외수입 중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대금 5,909억원을 편성해 발표했다. 그러나 매각지분의 세부산출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인천공항공사 보유지분 49%의 1/3인 전체주식의 16.3%를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산가치를 단순히 장부가액으로 계산했지, 공시지가로 계산하면 주당 1만원 수준이라며 헐값 매각을 노린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외국자본매각설에 이어 헐값매각설이 나오자 특정외국자본을 위한 특혜매각이란 의혹이 증폭됐다. 민영화 문제는 슬그머니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매각을 추진해왔다. 박상은 의원을 대표로 한나라당 의원 36명이 지난해 9월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매각지분 상한선을 49%로 설정하고 외국인 지분을 3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현재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주 공모방식의 매각방침을 밝히면서 민영화를 다시 수면 위로 띄웠지만 구체적인 지분을 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한영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은 우선 지분 15%를 국민주와 우리사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지분 30%는 외국자본에게 넘긴다는 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 알 수 있다.

논의과정을 보면 외국자본 30%는 빼고 국민주만 부각시키고 있다. 마치 지분 49%를 국민주로 매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거부반응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매각이유로 내세웠던 공기업 선진화도 쏙 빼고 있다. 그 대신에 3단계 확충에 소요되는 재원 4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매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공항은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흑자규모만도 3,200억원에 이른다. 한국능률협회 컨설팅 KMC도 인천공항을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런 우량기업이라면 누적이익금만으로도 증축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또 민영화 명분으로 내세운 경영효율화도 허구이다. 운영인력의 87%인 6,000여명을 외부조달에 의존하는데 무엇을 효율화한다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2008년 8월 인천공항 외국자본에 헐값 매각이 논란됐을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공기업대책특위원회에 참석해 “호주 시드니 공항의 관리회사 같은 곳의 자본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시드니 공항의 대주주인 호주계 투기자본 매쿼리를 지칭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매쿼리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지분 24.1%와 인천대교의 지분 41%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매쿼리가 인천공항을 인수한다면 연계시설과의 계열독점화가 이뤄진다. 매커리가 방계자본을 통해 국민주를 매집하면 대주주로서 발언권은 더욱 커진다. 투자자본 회수를 위해 고율의 배당을 요구하고 이용료를 올릴 테니 인천공항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천공항은 국가기간시설로서 유사시에 군사시설로 전환해야 할 안보시설이다. 외국자본에 매각하려는 발상 자체가 불순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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