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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도로건설에 국가재정 쏟아붓는다
[진단] 도로스톡이 OECD 67%수준은 엉터리, 보건복지분야는 대폭 감소
 
홍헌호   기사입력  2008/10/01 [13:52]
기획재정부는 지난 30일, 2009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이 예산안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증가율이 2.5%에 머물렀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지출을 7.9% 늘리고, 연구개발(R&D) 예산도 10.8% 늘렸습니다. 반면 통일·외교 분야는 2.2%, 문화·관광 분야는 3.4% 늘리는데 그쳤습니다.
 

2009년 보건·복지비 9% 증가?. 착시현상일 뿐
 
특이한 점은 성장우선전략을 취하는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예산안에서도 보건복지분야의 예산 증가율이 9.0%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2004년까지 정부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이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급여액을 정부 지출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정부가 이것을 세출예산에 포함시키게 되면서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급여액이 정부의 보건복지비 지출액을 엄청나게 부풀려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두 개의 윗 표에서 보여지다시피 전체 보건·복지 예산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급여액을 제외할 경우 순보건·복지 예산의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딘 편입니다. 즉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급여액을 제외할 경우 2009년 순보건·복지 예산의 증가율은 9.0%가 아니라 4.5% 증가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획재정부가 예측하는 2009년 명목경제성장율 7.2~7.6%에 크게 못 미치는 것입니다.
 
혹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보험료가 사회보장세이므로 급여액 또한 세출예산으로 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회보장세를 조세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필자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관료들입니다. 이들은 9·1 세제개편안에서 사회보장세를 조세에서 제외시키고 조세부담률을 산출한 바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이런 꼼수를 쓰는 것은 선진국들의 경우 사회보장세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낮지 않다고 주장하기 위하여 선진국들에서 비중이 크게 나타나는 사회보장세를 제외하려 하는 것입니다.
 
OECD등 국제기구들은 이런 것들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OECD는 양자를 친절하게 병행해서 소개함으로써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바로 ‘지적으로 성실한 태도’일 것입니다.
 
도로스톡이 OECD의 67%수준? 엉터리 보고서가 낳은 낭설일 뿐
 
각론으로 들어가 이명박 정부의 2009년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역시 SOC분야입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30일의 정부발표문에서 SOC 재정투자를 지난 5년간의 평균증가율 2.5%보다 대폭 확대하여 7.9% 증가시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국토연구원의 2007년 3월 보고서를 인용, 우리나라의 도로분야 SOC스톡이 OECD의 67%수준에 불과하다며 “그간 SOC투자 정체로 SOC사업 장기화, 물류비용 증가 등 사회적 비용 발생이 불가피” 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의 도로분야 SOC스톡이 OECD의 67%수준에 불과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필자는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하여 국회도서관, 국토연구원 등등의 자료실을 모두 뒤져 보았지만 국토연구원의 2007년 3월 보고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불행 중 다행으로 저는 2007년 6월에 나온 국토연구원·교통연구원·해양수산연구원의 공동보고서,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수정계획 연구>에서 국토연구원이 왜 그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인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위의 3개 연구기관이 2007년 6월 보고서에서 교통시설 스톡과 관련하여 서술한 대목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 OECD 국가들 중 국토계수가 유사한 그리스, 스웨덴, 영국, 포르투갈과 비교하였을 때 교통시설 스톡량의 절대량 부족
- 단순한 도로 연장이 아닌 도로의 위계를 반영한 유효도로 연장의 개념을 이용하였음.

* 유효도로 연장 = 지방도x1 + 국도x2 + 고속국도x8
- 우리나라 유효도로 연장은 선진 4개국 평균의 70.4% 수준임.
(주) 유효도로 연장은 등급별 도로의 차로수 등에 근거함. 지방도의 경우 차로수가 일반적으로 편도차로인데 반해 국도의 경우 편도 2차로인 경우가 많으며...국도는 지방도에 비해 2배 용량 증대효과로 계산함. 고속도로의 경우 차로수가 많고...용량면에서 국도의 4배 정도로 산정.

 
위에서 인용한 대로 3개 연구기관이 “단순한 도로 연장이 아닌 도로의 위계를 반영한 유효도로 연장의 개념을 이용”한 것은 적절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보고서의 적실성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위 보고서는 아주 심각한 ‘치명적인 함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이 만들어 활용한 ‘유효도로 연장 산출 공식’입니다.
 
 “유효도로 연장 = 지방도x1 + 국도x2 + 고속국도x8”
 
언뜻 보기에 이 공식은 표면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공식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허구적인 관념의 조작일 뿐입니다.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건설통계연보’를 들여다보면 이 공식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엉터리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건설통계연보(2007)를 보면 3개 연구기관처럼 고속도로와 국도를 제외한 모든 도로를 1차로라 가정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에서 보다시피 국도나 지방도도 고속도로 못지않게 폭이 넓게 건설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적으로 보더라도 요즘에 지방에 내려가 보면 어느 것이 고속국도이고 어느 것이 국도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속국도 이외의 도로들이 큰 폭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토해양부의 건설통계연보(2007)는 이런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3개 연구기관이 적용한 공식은 구체적인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되어 있을까. 국토해양부의 건설통계연보(2007)를 토대로 계산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산한 결과를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의 총유효도로연장은 25만 3477km로 그것이 13만 8004km에 불과하다는 3개 연구기관의 주장과 무려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도로 현실은 3개 연구기관의 지극히 비현실적인 가정, 즉 고속도로와 국도를 제외한 모든 도로가 1차로라는 가정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2009년 정부 예산안이 현실적합성이 전혀 없는 엉터리 보고서를 토대로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KDI와 조세연구원, “우리나라 도로투자예산 과도한 수준이다.”
 
제가 게을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저는 3개 연구기관이 2007년에 내놓은 그런 엉터리 보고서에 동조하는 보고서를 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과도한 도로건설투자를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는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인용문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4에 내놓은 연구보고서, <재정지출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세계 174개국의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연도별 도로스톡과 주요결정 변수들과의관계를 회귀분석한 결과 국제추세선과 비교한 우리나라 도로SOC총족율은 2003년 기준으로  기대치(100)의 84%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GDP 대비 1.3%를 지속적으로 도로건설에 투자할 경우 2006년경 국제추세선에 도달) 
 
향후 도로부문 투자예산이 최근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도로SOC 충족률은 국제추세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추계에 의하면 향후 도로투자예산이 2003년 수준(GDP 대비 1.3%)을 계속 유지할 경우 10년 후에는 기대치 수준의 12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연구원의 류덕현 연구위원 또한 2005년에 <지역별 SOC스톡의 적정규모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 2003년 현재 지역별 사회간접자본스톡은 경제성장률을 극대화시키는 조건에 비추어 봤을때 대다수 지역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분석 결과 2003년 사회간접자본의 한계생산성이 민간자본의 한계생산성보다 작다는 것은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방향을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으며 분야별 재원배분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제고할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현실과 배치(背馳)되는 연구결과들, 하루 빨리 기각되거나 교정되어야
 
어떤 관념적 이론도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오래 지탱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모든 관념적 이론들은 구체적인 현실에 기반하여 철저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 현실과 배치(背馳)되는 연구결과들은 하루 빨리 기각되거나 교정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2009년 예산안 또한 엉터리 연구결과에 토대를 둔 오류투성이 예산안입니다. 향후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이 철저히 검증되기를 바랍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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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0/01 [13: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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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08/10/02 [10:49] 수정 | 삭제
  • 도로1k미터 공사소요비용이 백억원가량이고
    소요인원은 정규직1명에 잡부10명정도라더군요.
    확실한 통계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들은 바가 그래요.
    고용효과도 전혀 없고,
    막대한 국민혈세로
    주변주민과 통행인들에게 막대한 지장을 주고서
    아직 쓸만한 멀쩡한 도로 깨비하는데 그런 지랄을 떨더군요.
    전국민이 의료보험 전종목혜택을 받고서
    그런 지랄떨면 누가 뭐래겟어요.
    정책의 우선순위 다시 짚어 보아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