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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는 없다
검은 것과 흰 것을 구별하지 못해서야
 
김소봉   기사입력  2007/07/10 [14:56]
 금년 연말에 대통령선거, 내년 초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벌써 주변 분들로부터 누구 편이냐, 어느 쪽이냐, 란 질문을 받게 된다. 언론연합과 언론사에 몸담을 때도 필자가 어느 편을 들고 어느 쪽을 향하는지는 늘 관심의 타깃이 되어왔다.
 
나는 단언하지만 어느 편도 어느 쪽도 아니며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좋아하고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폭넓게 해주는 인격형성의 도랑치기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대답은 언제나 “나는 옳고 옳지 않음에 대해 잣대를 댈 뿐이지 어느 사람이건 모두 사랑 한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같은 사람으로서의 정해진 주적은 없다. 이익과 이해에 따른 인과관계일 뿐......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그 행동이 훗날 타인을 얼마나 기쁘게 해주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유려한 제스처나 달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보여주는 실천력에 달려있다.
 
정직하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구구한 인격신(人格神)이나 우상신(遇像神)에 대한 신앙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신앙이란 인간의 주체가 아니라 삶의 자양분일 뿐이며 양념과 같은 것이지 인격의 본질 그 자체가 아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인간 역시 우주 그 자체이며 우주를 이루고 있는 한 티끌의 집합체라는 게 현실론이며 그 조화와 진화의 법칙 속에서 인간도 태어났다.
 
보름달이 어둠속에서 샛노란 달맞이꽃을 피워내고 햇볕이 제방의 둑 위에 개망초 꽃을 피우듯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은 선(善)이지 결코 악(惡)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왜 그다지도 고독한가?
 
인도의 철학자‘오쇼 라즈니쉬’는 자신에 대한 애착을 버릴 때 비로소 보다 넓고 광활한 세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애착을 버리는 장소는 구태여 성전이나 사원이 아니더라도 떨 굴 수 있는 장소는 많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쯤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 쯤 나 자신과만 대면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한적한 곳에서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초록의 잎들이 건강하게 서걱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런 경우엔 한 개인이라는 생각은 터럭만큼도 없어지고 우주와 맞부딪히게 된다. 우주는 끝없는 자연 그 자체이며 산죽의 이파리에 맺힌 맑은 이슬 한 방울도 우주와 자연을 머금은 사유의 결정체라는 것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은 독립된 매개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내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이라고 체득할 때 비로소 존재의 가장 핵심에 도달해 있음을 발견한다.
 
마조도일(馬祖道一)이란 분이 남악회양(南嶽懷讓)이란 분을 찾아가 제자가 된 후 자아의 발견을 위해 24시간을 눕지 않고 명상에 잠겨있었다. 이 모습을 본 스승이 물었다.
 
“명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
 
마조는 머뭇거림이 없이 대답하였다. “내 자신을 찾고자 합니다.”
 
마조의 대답이 끝나자 회양은 명상에 잠긴 마조의 곁에서 기왓장 하나를 가지고 와 바위에 갈기 시작했다. 기왓장을 가는 소리가 명상에 방해가 될뿐더러 마조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그것을 왜 가십니까?”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마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어떻게 기와로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회양은 제자의 무지를 벗겨낼 시기가 그 때임을 알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명상에만 잠겨서야 어떻게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단 말이냐!”

말문이 막힌 마조는 간곡히 스승에게 간청했다“하오면 어떻게 자아를 찾을 수 있습니까?”
 
회양은 자비로운 미소로 제자를 바라보며 이 같이 대답해 주었다.
 
“수레를 끌 때 소를 때려야겠느냐? 아니면 수레를 때려야겠느냐?”
 
마조는 회양의 한 마디에 우주의 대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유리는 규사라는 모래를 녹여 ‘실리카’라는 성분을 추출해 만든 것이다. 유리는 깨끗하고 투명하기에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인류의 선호도를 충족시켰다. 지도자는 투명해야 하고 너 나의 구분을 두지 않는 대범한 사람이어야 한다. 거짓이 언제까지나 이 사회를 지배한다면 우리는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무지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상품은 충동구매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우리의 지도자를 충동구매로 선출해선 결코 안 된다. 연말과 내년 선거에서는 시커먼 기왓장이 아닌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고 대범한 지도자가 뽑혔으면 좋겠다.
 
* 경남민언련 이사 /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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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0 [14: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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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병산 2007/07/13 [09:42]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미생지신에 관하 전번 기고 중 그 기자는 경남도민일보 진해파견기자인 오 모라는 분인데 진해와 사내에서도 좀 거시기 하다며 문제가 많은 분이라고 합니다.정론이 도려면 짝퉁부터 스스로 찍어내 용도폐기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