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들의 임기말 공통된 특징이 있다. 친인척과 권력 주변인물의 비리문제가 터진다는 사실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임기말 자식을 포함한 친인척비리로 곤혹을 치렀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아들 현철과 주변 인물들의 비리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3홍과 측근의 비리로, 도덕성만을 생명으로 여겼다는 현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를 엄마 남겨두지 않는 상태에서 어김없이 측근인 변양균 전 정책실장,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한 비리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도곡동 땅 소유문제 등의 비리의혹이 도마 위에 올라 본선에서 본격적인 검증 절차를 남겨 둔 상태다. 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할 것 없이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된 것이 비리문제이다. 법에 따른 국민소환제 투표가 진행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도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 경제를 이끈다는 우리 재벌기업 사주들의 비리문제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역대 재벌들의 편법, 탈법, 탈세 등의 문제는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정부패로 법정에만 나서거나 나설 문제만 생기면 재벌들이 휠체어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5년 안기부 엑스파일이 문제가 됐을 때 미국으로 도피하고 5개월만에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회장도 지난해 비자금 혐의로 재판에 설 때 휠체어를 탔고, 조폭스타일로 폭력을 사용한 김승연 환화그룹 회장도 휠체어로 등장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쯤대면 <파이낸셜 타임스>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우리 재벌에 대한 힐난보도를 이해할만 하다. 문화예술계는 어떠한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사건으로 줄줄이 이어진 문화예술계의 학력시비 문제는 하루가 멀게 자·타의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사회의 공기라고 말하는 언론도 부정부패에 자유로울 수 없다. 사주의 편법, 탈법, 탈루 등 세금 포탈은 물론이고, 기사의 선정성, 표절, 영리이용 등 신문윤리강령을 지키지 않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제재를 받은 신문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간접광고, 협찬고지 위반, 객관성 진실성 위반 등으로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을 지키지 않아 제재를 받은 방송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언론사의 도덕과 윤리 불감증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치, 행정, 언론,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거대한 부패가 한국사회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투명사회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있어 그 나마 다행스럽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지속되는 부정부패를 극복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명사회협약 운동을 펼치고 있다. 투명사회협약은 시민사회가 주도해 정치권을 포함한 공공, 정치, 경제, 언론 등 부정부패를 투명하게 이끌어 내는 반부패 시스템이다. 투명사회협약 운동은 부패의 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 정치, 행정, 경제, 언론 등 제 영역에서의 참여를 통해 반부패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실천해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고, 지속가능한 사회 투명시스템 구축에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분야 등 투명사회협약이 체결된 상태고, 최근 언론분야도 투명사회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005년 3월 9일 공공·정치·경제·시민사회 4대 부문 대표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는 현재까지 우리사회 투명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반부패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에서 아직 미흡하지만 가능성이 엿보인다. 국민들의 의지를 담은 결과물로서 각 분야 투명사회협약이 반부패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이 됐으면 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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