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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에 기회주자는 정동영은 제정신인가!
[논단] 황우석 사태 심각성 모르는 정동영 전 장관의 단견을 한탄한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6/01/13 [15:46]
어처구니없는 정 의원의 포용론

황우석 교수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정동영 전 장관이 황 교수에 대한 포용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13일 SBS라디오 〈진중권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황 교수가 머리 숙여 진지하게 사죄, 용서를 구했다"며 "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녕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정 전 장관은 지금까지 저질러진 황 교수의 치명적 잘못들과 거듭된 거짓말들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잘 알면서도 저런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만약 정 전 장관이 황 교수의 치명적 전비(前非)들과 수많은 거짓말들에 대해서 과문하다면 지적 게으름이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해도 무방한 일일 것이고, 황 교수의 잘못과 거짓말들에 대해서 잘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한다면 정 전 장관의 정의(正義) 관념과 윤리의식을 다시 점검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황 교수는 연구과정의 윤리적 흠결과 논문 조작에 대한 책임만으로도 과학자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이다. 서울대 조사위에서 밝혔듯이 이는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분별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시인하고 물러나 자숙하는 태도를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황 교수는 정 반대로 행동했다.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는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당했다’, ‘원천기술이 있다’는 등의 치졸하기 짝이 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황 교수는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종전과 다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전가와 감성적 애국심에의 호소로 일관했다. 거기다 인간적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여기에는 젊은 연구원들이 소품으로 동원되었다-과 검증되지 않은 연구성과에 대한 대언론 발표가 더해졌다.

"논문의 허위 데이터는 사실이며 책임을 지겠다"고 말 한 후에 "논문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황 교수에게 뉘우침이나 반성을 기대하는 일은 참으로 부질없는 일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 전 장관은 "황 교수가 머리 숙여 진지하게 사죄, 용서를 구했다"고 평한다. 정 전 장관은 황 교수의 눈물과 언어마술에 현혹되어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각 있는 사람치고 황 교수가 자신의 과오를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엄밀함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세계에서 논문을 조작하는 등의 치명적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단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너그럽게 용서하는 법이란 없다. 이는 불관용이나 무자비함이 아니고 절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원칙의 문제다.

하물며 황 교수에게는 ‘개전의 정’조차 없지 않은가?

황우석과 대한민국을 맞바꿀 것인가?

황우석 사태는 한국사회가 내장하고 있는 모순과 병폐들의 축소판이라 칭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 안에는 국익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데올로기, 광신적 민족주의, 결과 만능주의, 경제 지상주의 등이 넘실대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위에서 열거한 이데올로기들에 중독된 채 반성과 성찰도 없이 질주를 거듭해 왔다. 황우석 사태는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진실이 대낮같이 환하게 드러난 지금에도 맹목적으로 황우석을 옹호하는 이들은 대개 애국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되었거나, 황우석을 지지했던 자신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고 말해도 그리 박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이렇듯 광기와 비이성에 미혹되고 있을 때 정치인들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진실과 원칙에 기초해서 사태를 직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존재는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황우석 마케팅에 열중했던 자신들의 과거가 부끄러워서인지 반성에 무척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유감스럽지만 정 전 장관도 이 대열에서 예외는 아니다.

황 교수를 용서하고 기회를 주자는 정 전 장관의 속내를 헤아리기는 어렵다.

정 전 장관의 발언은, 지난 12월에 "황 교수는 앞서가는 사람이자 우리의 희망이므로 지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철회할 면목이 없어서 혹은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황 교수에 대한 지지여론을 의식한 행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 교수에 대한 처리는 정치인들의 체면이나 정치적 셈법 혹은 온정주의, 국익 등에 의해 좌우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이다.

만약 그 알량한(?) 국익을 위해 황 교수를 용서해주고 기회를 준다면 한국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결과 만능주의와 경제 지상주의의 독소는 치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고, ‘진실’과 ‘윤리’라는 가치는 교과서에서나 찾을 수 있는 단어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익과 온정에 이끌려 거짓과 화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결연히 맞서 싸울 의지를 벼리는 일이다.

‘국익’과 ‘군대의 명예’에 포획되어 있던 프랑스가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진정한 공화국으로 거듭난 것처럼 대한민국도 황우석 사태를 통해 진실과 윤리가 존중되는 사회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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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13 [15: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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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저씨 2006/01/18 [23:40] 수정 | 삭제
  • 말이 앞서나가고 생각이 없는 것이 노아저씨와 너무 닮았다.
    그가얼마나 생각이 부족한지 궁금하신분은 딴지일보와의 인터뷰를 보시라. 일관성도 주관도 없다. 손석희와는 정반대되는 사람.
  • 나는 2006/01/16 [23:25] 수정 | 삭제
  • 김근태로 뭉치면 난 열린우리당 찍지만 아니면 생각해 볼 거라
  • 타락한 천사 2006/01/16 [05:11] 수정 | 삭제
  • 대통령부터 한번 잘라보자, 차근차근.. 누가 남나...

    "죄 있다"와 "죄지은 자"의 "삶의 행로"(처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다. 즉 죄의 폐기와 인간의 폐기는 다른 문제요 다른 차원이다.

    윤리가 순교를 칭송하는 종교윤리가 아니고 삶을 살게하는 사회윤리라면 인간이 죄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죄를 부릴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고 또 가능하다.(전시에 살인은 충분히 정당화 된다) 물론 그 극단이 횡행하고 그러한 정신이 악용되어서는 안되지만 우리의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감안될 수 있다.

    살인자가 감옥에 가더라도 그에게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있다면 사장되는 것 보다는 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 선배 2006/01/14 [14:30] 수정 | 삭제
  • 탄핵때 말실수 할때는 실수이거니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한참 바보이거나 아니면 고도의 지략가이거나 둘중에 하나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제 차기 정치인 명단에서 지워야 할것 같다.
  • 줄기 병폐 2006/01/14 [08:27] 수정 | 삭제
  • 한국 사회의 굵직한 병폐들이 황교수 사태에 집약되어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황교수는 줄기 세포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그 스스로가 줄기세포가 된 것 같습니다.
    온갖 모순과 병폐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병폐가 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dhseng 2006/01/13 [22:15] 수정 | 삭제
  • 전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아프리카 식인종 보다 더 심한 돌빡들이다.
    라구 생각한다.
    몇년전에는 미국에서온 돌팔이 박사가 돼지고기가 몸에 좋다구하자 한동안 돼지고기가 동이나더니 이제 또 다른 돌팔이 박사한테 줄기세포라는 놈을 가지구 돌빡들을 희롱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어떤 돌팔이가 무엇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이게 유태인 다음으로 머리가 좋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어이구! 돌빡들아.....
  • 2006/01/13 [20:36] 수정 | 삭제
  • 뭐 새삼스럽게...개념없는 얘 가지고 뭘...
  • 자성 2006/01/13 [19:51] 수정 | 삭제
  • 대통령 돼서는 안될 단견과 즉흥의 정치인이라는게 확인되는군요.
    PD수첩의 보도가 터졌을때 진실이 중요하다고 했던 김근태와 제법 비교됩니다.